담쟁이 넝쿨

-정의홍


학교 담벼락에 가득차 기어오른

우리의 서럽고 억센 팔들


마음 하나로는 살기 힘든 세상에

무엇으로 텅빈 마음

저들처럼 가득히 채워주랴

봄이 와도 사람들은 성난 파도

파도가 되어 일렁이고

아직도 최루탄가스가 우리의 봄빛을

앗아가는구나

우리는 버릇처럼 눈물을 흘리지만

눈물이란 사랑보다 뜨거운 것

눈물만큼 뜨겁고 순수한 땅이 있다면

작은 소망의 집이라도 지을까 보다


마음 하나로는 살기 힘든 세상에

무엇으로 텅빈 마음 가득 채워주랴

우리들의 고통만큼 뻗어오른

덤쟁이넝쿨들의 손짓

저들은 누구를 향해 손짓하고

무엇을 위해 스스로 우는가

바람도 갇혀 버린 어두운 골목길

성난 빗발은

또 몇 잎의 아픔을 던지고 간다

바람에 흔들리는 담쟁이 잎들

내 어찌 저들처럼 흔들리며 살까보냐

[진달래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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