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삼산복지지 三山福地志

-삼산의 복지궁에 가다

 

元自實,山東人也。生而質鈍,不通詩書。

원자실은 산동인이었다.

날 때부터 기질이 둔하여 시서에도 통하지 못했다.

家頗豐殖,以田莊為業。

집은 자못 풍족하여 농사를 지어 가업을 꾸렸다.

同裏有繆君者,除得閩中一官。缺少路費,於自實處假銀二百兩。

동네에 목군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민땅의 한 벼슬을 샀으나

노잣돈이 없어서 원자실에게 은 이백 량을 빌렸다.

自實以鄉黨相處之厚,不問其文券,如數貸之。

자실은 향당으로써 서로 후덕한 처지였으므로

그 문권을 불문하고 숫자만큼 빌려 주었다.

至正末,山東大亂。自實為群盜所劫,家計一空。

지정 말년에 산동에 큰 난리가 나서

자실은 도적 무리에게 겁탈당하고 가계가 단번에 빈털털이가 되었다.

時陳有定據守福建,七閩頗安。

이때에 진유정이 복건성의 태수로 있었는데 칠민지방은 안전했다.

自實乃挈妻子由海道趨福州,將訪繆君而投托焉。

자실은 이에 처자등속을 거느리고 바닷길을 따라 복건으로 가서

장차 목군을 방문하여 의탁할 생각이었다.

至,則繆君果在有定幕下。

도착하니 목군은 과연 진유정의 막하에 있었다.

當道用事,威權隆重,門戶赫奕。自實大喜。

당도용사함에 권위가 막중했고 문호도 대단히 높았다.

자실은 크게 기뻤다.

然而,患難之餘,跋涉道途,

衣裳藍縷,容貌憔悴,未敢遽見也。

그러나 환란을 당한데다 긴 여정 끝이라

옷가지는 남루하고 용모는 초췌하여 감히 찾아볼 수 없었다.

乃於城中僦屋,安頓其妻孥,

整飾其冠服,卜日而往。

이에 성 가운데의 한 집을 세내어 그 처자를 편히 쉬게 하고

그 관복을 가지런하게 장식한 후 날을 정해서 찾아갔다.

適值繆君之出,拜於馬首。

도착하니 목군은 출타하는 중이었다.

그는 말 머리에 절을 했다.

初似不相識,

及敘鄉井,通姓名,方始驚謝。

처음에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고향 일을 말하면서 통성명하니 그제야 놀라 인사를 했다.

 

即延之入室,待以賓主之禮。

곧 입실을 권하며 빈주의 예로 대했다.

良久,啜茶而罷。

한참 동안 차만 마시고 헤어졌다.

明日,再往。

이튿날 다시 찾아갔다.

酒果三杯而已,

落落無顧念之意,亦不言銀兩之事。

술과 과일 석 잔이 그만이었다.

그와 어울리지 않고 지난 일을 되돌아 볼 뜻이 없는지

또한 은량에 대한 일도 말하지 않았다.

自實還家,旅寓荒涼,

자실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황량하기 짝이 없었다.

妻孥怨詈,曰:

처자식도 원망하고 대들었다.

“汝萬裏投人,所幹何事?

今為三杯薄酒所賣,即便不出一言,吾等何所望也!”

"당신은 만 리에 우리를 데리고 와서 어떻게 하겠다는 겁니까?

지금 석 잔의 값싼 술에 팔려서 변변히 한마디 말씀도 꺼내지 못하니

우리들은 무엇을 바라겠습니까?"

自實不得已。

자실은 부득이했다.

又明日,再往訪焉。則似已厭之矣。

또 이튿날 다시 방문하러 갔다. 곧 싫어하는 기색인 듯했다.

自實方欲啟口,繆君遽曰:

자실이 막 입을 열려고 하자 목군이 먼저 말했다.

“向者承借路費,銘心不忘。

但一宦蕭條,俸入微薄。

"전에 여비를 빌린 것은 마음에 새겨서 잊지 않고 있소이다.

다만 일개 벼슬아치가 변변치 못하여 녹봉도 얼마 되지 않소이다.

故人遠至,豈敢辜恩,

望以文券付還,則當如數陸續酬納也。”

그대가 멀리서 이렇게 왔으니 어찌 감히 은혜를 모르리까?

바라건대 문권을 되돌려주면 마땅히 숫자에 적힌 대로 갚아 드리겠습니다."

自實悚然曰:

자실이 오싹 소름을 느끼며 말했다.

“與君共同鄉裏,自少交契深密。

承命周急,素無文券。今日何以出此言也?”

"그대와는 같은 고향인데 어릴 때부터 사귐이 깊고 친밀한데다

당시 상황이 급하여 본디 문권은 없었습니다.

오늘 와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시오? "

 

繆君正色曰:

목군이 정색을 하며 말했다.

“文券誠有之,但恐兵火之後,君失之耳。

"문권은 분명히 있었소.

다만 난리 후에 그대가 잃어버렸을까 걱정일 뿐이오.

然券之有無,某亦不較,

惟望寬其程限,使得致力焉。”

그러니 문권의 유무는 나 또한 견줄 수 없는 것이오.

오직 그 기한은 너그럽게 봐줄 수 있으니 힘써 찾아보시오."

自實唯唯而出。怪其言辭矯妄,負德若此。

羝羊觸藩,進退維穀。

자실은 예예 하고는 나왔지만

그 언사 요망하고 은덕을 저버림이 이 같은 게 괴씸했다.

숫양이 울타리에 부딪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함이요 진퇴유곡(進退維谷)이었다.

半月之後,再登其門,

惟以溫言接之,終無一錢之惠。

반 달 후에 다시 그 문을 오르니

다만 온화한 얼굴로 접대할 뿐 끝내 한 푼도 주지 않았다.

展轉推托,遂及半年。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기 마침내 반 년이 되었다.

市中有一小庵,自實往繆君之居,

適當其中路,每於門下憩息。

도시 가운데에 한 작은 암자가 있었는데 자실이 목군의 집을 방문할 때

그 길 중간의 적당한 곳이라 매번 문 아래에서 쉬곤했다.

庵主軒轅翁者,有道之士也。

암자 주인 헌원옹은 도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見其往來頗久,與之敘話,因而情熟。

그의 왕래하는 것을 자못 오랫동안 보면서

함께 대화도 나누었기에 정이 무르익었다.

時值季冬,已迫新歲。

때는 늦겨울로 치달아 이미 새해가 임박했다.

自實窮居無聊,詣繆君之居,拜且泣曰:

자실은 가난하게 살아 아무것도 없었기에

목군의 집에 이르러 절하고 울면서 말했다.

“新正在邇,妻子饑寒,囊乏一錢,瓶無儲粟。

"설날이 다가왔는데 처자식은 춥고 굶으니

일전 한 푼이 없고 단지에는 양식 한 톨 없습니다.

向者銀兩,今不敢求。

但願捐鬥水而活涸轍之枯,

下壺飧而救翳桑之餓,此則故人之賜也。

지난날 은량은 지금 감히 구할 수 없으나

다만 원하오니 한 되의 물로 수레바퀴 자국에 괸 물에 사는 붕어가

점점 물이 말라 죽어가는 것을 살리게 하고,

한 병의 저녁밥을 내려 의상(翳桑)의 굶주림을 구한다고 했으니

이는 곧 옛 사람의 구제함입니다.

伏望憐之憫之,哀之恤之!”

엎드려 바라건대 가련히 여기고 불쌍히 여기고

애달프게 여기어 도와주소서."

遂匍匐於地。

드디어 그는 땅바닥에 포복했다.

繆君扶之起,屈指計日之數,而告之曰:

목군이 일으켜 세우고 손꼽아 날짜를 계산하더니 알렸다.

“更及一旬,當是除夕。君可於家專待。

"한 열흘 있으면 섣달 그믐이 되오.

그대는 집에 가 기다리시오.

 

吾分祿米二石及銀二錠,

令人馳送於宅,以為過歲之資,幸勿以少為怪。”

내가 녹봉 쌀 두 석과 돈 2 정을 나누어 주겠소.

사람을 시켜 댁으로 보내주겠으니 과세 밑천으로 쓰시오.

행여 적다고 이상하게 여기지나 마시오."

且又再三丁寧,毋用他出以候之。

또 다시 재삼 위로를 하면서도 달리 내줄 것은 없다는 기색이었다.

自實感謝而退。歸以繆君之言慰其妻子。

자실은 감사하고 물러 나왔다.

집에 와서는 목군의 말로 처자식을 위로했다.

至日,舉家懸望,

自實端坐於床,令稚子於裏門覘之。

그 날이 되자 온집안 식구들은 목을 매달고 바라보는데

자실은 걸상 위에 단정히 앉아서 아들에게 동네 입구에 나가 보라고 했다.

須臾,奔入曰:“有人負米至矣。”

잠시 후에 들어와 말하기를,

"쌀을 지고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急出俟焉,則越其廬而不顧。

급히 나가 보니 눈앞을 지나가는데 돌아보지도 않았다.

自實猶謂來人不識其家,趨往問之。則曰:

“張員外之饋館賓者也。”

자실은 오는 사람이 그 집을 잘 못 알았다고 생각하여 좇아가서 물었다.

곧 대답하기를 "장원외께서 관빈에게 보내는 물건입니다."

默然而返。

頃之,稚子又入告曰:

“有人攜錢來矣。”

말없이 돌아왔다.

얼마 지나니 아들이 또 들어와서 고했다.

"돈을 들고 오는 사람이 있습니다."

急出迓焉,則過其門而不入。再往扣之,則曰:

급히 나가 보니 곧 문앞을 지나가고 들어오지 않아 다시 가서 물었다.

“李縣令之贐遊客者也。”

"이현령께서 유객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憮然而慚,如是者凡數度。

그는 무안하고 부끄러웠다.

이와 같은 일이 무릇 몇 번 있었다.

至晚,竟絕影響。

저녁이 되자 인적이 끊어졌다.

明日,歲旦矣。

이튿날은 새해 아침이었다.

反為所誤,粒米束薪,俱不及辦,妻子相向而哭。

도리어 목군에게 속아 쌀 한 톨 나무 한 단을 변통하지 못했다.

처자식은 서로를 향해 크게 울었다.

自實不勝其憤,陰礪白刃,坐以待旦。

자실은 그 분함을 참지 못하고

은밀히 칼을 하얗게 갈아가지고는 앉아서 아침을 기다렸다.

雞鳴鼓絕,徑投繆君之門,將俟其出而刺之。

닭이 울기를 그치면 목군의 대문으로 가는 작은 길로 접어들어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찌를 작정이었다.

是時,震方未啟,道無行人,

이 때 진방(동쪽)은 아직 열리지 않았고 길에도 가는 사람이 없었다.

惟小庵中軒轅翁方明燭轉經,當門而坐。

오직 작은 암자의 헌원옹만이 촛불을 밝히고 경을 돌다가 문앞에 앉았다.

見自實前行,有奇形異狀之鬼數十輩從之,

보니 자실이 앞에서 오는데 기이한 형색의 이상한 귀신 수십 명이 따라왔다.

 

或握刀劍,或執椎鑿,披頭露體,勢甚凶惡。

어떤 자는 도검을 쥐고 어떤 자는 철퇴를 들었는데

머리를 풀어헤치고 벗은 몸이라 기세가 매우 흉악했다.

一飯之頃,則自實複回,

밥 한 끼 먹을 시간이 지나자 자실이 돌아왔다.

有金冠玉珮之士百餘人隨之,

금관 옥패의 선비들 백여 인이 따라왔다.

或擊幢蓋,或舉旌幡,和容婉色,意甚安閑。

어떤 자는 당개를 치고 어떤 자는 정번을 들고

온화한 용모와 아름다운 낯빛으로 뜻이 매우 한가롭고 안락했다.

軒轅翁叵測,謂其已死矣。

誦經已罷,急往訪之,則自實固無恙。

헌원옹이 무슨 일인가 알 수가 없어, 그가 이미 죽었나 생각해

경 외기를 끝내고 (자실의 집으로) 가서 찾아보았다.

곧 자실은 별 탈 없었다.

坐定,軒轅翁問曰:

자리에 앉자 헌원옹이 물었다.

“今日之晨,子將奚適?

何其去之匆匆,而回之緩緩也? 願得一聞。”

"오늘 새벽에 그대는 어디로 갔소?

어찌 그렇게 총총히 가더니 올 때는 여유로웠소? 한 번 들어봅시다."

自實不敢隱,具言:

자실은 숨길 수가 없어서 목군의 불의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했다.

“繆君之不義,令我狼狽!

"목군이라는 자가 의리가 없어

나를 낭패케 했습니다.

今早實礪霜刃於懷,將往殺之以快意。

오늘 아침에 저는 서릿발 같은 칼을 갈아서 품고는

가서 죽여야 마음이 풀릴 것 같았습니다.

及至其門,忽自思曰:彼實得罪於吾,妻子何尤焉。

그 문에 다다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저놈은 실제 나에게 죄를 지었으나 처자식은 어쩌나?

且又有老母在堂,今若殺之,其家何所依?

寧人負我,毋我負人也!遂隱忍而歸耳。”

또 더우기 늙은 모친이 집안에 있으니

지금 만약 죽인다면 그 집안은 누가 돌보랴!

남은 나에게 짐을 지웠으나 나는 남에게 짐을 지울 수 없으니

마침내 속으로 참고서 돌아온 것입니다."

軒轅翁聞之,稽首而賀曰:

헌원옹이 듣고는 머리를 숙이며 경하했다.

“吾子將有後祿,神明已知之矣。”

"그대는 장차 후록이 있을 것일세.

신께서는 이미 훤하게 알고 있을 걸세. "

自實問其故。翁曰:

자실이 그 연유를 물으니 옹이 말했다.

“子一念之惡,而凶鬼至;一念之善,而福神臨。

"자네의 한 생각이 악하면 흉귀들이 오고

한 생각이 선하면 복신들이 오더군.

如影之隨形,如聲之應響。

그림자가 모양을 따르는 것과 같고,

소리가 음을 따르는 것과 같네.

固知暗室之內,造次之間,

不可萌心而為惡,不可造罪而損德也。”

어두운 방 가운데서나 얼마지 않아서 알 것이네.

마음에서 악이 싹틀 수 없고 죄를 지어 덕을 손상시킬 수가 없네."

因具言其所見而慰撫之,且以錢米少許周其急。

이렇게 자세한 말로 자신이 본 바를 말하고 위로했다.

또 돈과 쌀을 약간 내어 그 급함을 막았다.

然而自實終鬱鬱不樂。

그러나 자실은 끝내 우울하고 즐겁지가 않았다.

至晚,自投於三神山下八角井中。

저녁이 되자 삼신에 빠져 죽으려고 산 밑의 팔각 우물 가운데로 갔다.

其水忽然開辟,兩岸皆石壁如削,

中有狹徑,僅通行履。

그 물이 홀연히 빠져 없어지더니 양쪽 가장자리의 석벽이 다 깎여나가고

가운데 좁은 통로가 속으로 들어가도록 나타났다.

自實捫壁而行,將數百步,

壁盡路窮,出一弄口。

자실은 벽을 더듬으며 걸었다. 수백 보를 가니

벽은 다하고 길이 없어지더니 나가는 출구가 있었다.

則天地明朗,日月照臨,儼然別一世界也。

見大宮殿,金書其榜曰:“三山福地。”

곧 천지가 밝아지고 일월이 비쳐지며 엄연한 별천지가 나타났다.

보니 커다란 궁전에 금 글씨로 방을 붙였는데 ‘삼산복지(三山福地)’였다.

自實瞻仰而入,長廊晝靜,

古殿煙消,徘徊四顧,闃無人蹤,

자실이 우러러 보며 들어갔다.

긴 복도가 낮인데도 조용하고

오래된 전각에 연기도 꺼져

배회하며 사방을 둘러봐도 사람의 그림자는 없었다.

惟聞鍾磬之聲,隱隱於雲外。

오직 종소리가 구름 밖에서 은은히 들렸다.

饑餒頗甚,行不能前,困臥石壇之側。

배고픔을 느꼈으나 앞으로는 나갈 수 없었다.

피곤하여 석단의 옆에 누웠다.

忽一道士,曳青霞之裾,振明月之珮。

홀연 한 도사가 푸른 도포자락을 날리며

밝은 달을 향해 옥패를 떨치더니

至前呼起之,笑而問曰:

“翰林識旅遊滋味乎?”

앞에 당도하여 일어나라고 하면서 웃으며 물었다.

"한림은 여행하는 재미를 느낍니까? "

自實拱而對曰:

“旅遊滋味,則盡足矣。

翰林之稱,一何誤乎?”

자실이 손을 맞잡고 대답하기를,

"여행하는 재미는 곧 만족하오만

한림이라는 칭호는 어찌 그리 잘못 말하십니까?"

道士曰:

도사 말했다.

“子不憶草西蕃詔於興聖殿乎?”

"그대는 흥성전에서 서번에 보내는 조서를 기초한 일을 기억하지 못하오?"

自實曰:

자실이 말했다.

“某山東鄙人,布衣賤士。

生歲四十,目不知書。

平生未嚐遊覽京國,何有草詔之說乎?”

"저는 산동의 천민이며 베옷 입은 천한 선비로

사십이 되도록 글도 못 읽고

평생 서울은 유람한 적도 없는데

어찌 조서를 기초한 말씀을 하십니까?"

 

道士曰:

도사가 말했다.

“子應為饑火所惱,不暇記前事耳。”

"그대는 굶주림에 시달려 옛날의 일들을 기억하지 못할 뿐입니다."

乃於袖中出梨棗數枚令食之,曰:

이에 소매 속에서 배와 대추 몇 알을 꺼내 먹게 했다.

“此謂交梨火棗也。食之當知過去未來事。”

이것은 교리와 화조라는 선과(仙果)입니다.

먹으면 과거와 미래의 일을 알 수 있지요."

自實食訖,惺然明悟。

자실이 먹으니 기억나고 명확히 깨닫게 되었다.

因記為學士時,草西蕃詔於大都興聖殿側,如昨日焉。

이에 기억하기를 학사 시절에

대도의 흥성전 옆에서 초서로 조서를 작성하던 것이 어제 일 같았다.

遂請於道士曰:

드디어 도사에게 간청했다.

“某前世造何罪而今受此報耶?”

"저는 어떤 죄를 지었기에 지금 이런 업보를 받습니까?"

道士曰:

도사 말했다.

“子亦無罪。但在職之時,

以文學自高,不肯汲引後進,

故今世令君愚懵而不識字。

"그대는 죄는 없소이다.

다만 재직할 때 학문이 스스로 높다면서 후진들을 양성하는 일에 소홀하여

고로 지금 세상에 그대는 우둔하여 글자도 모릅니다.

以爵位自尊,不肯接納遊士,

故今世令君漂泊而無所依耳。”

작위가 스스로 높다고 하여 떠돌이 선비들과 만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아서

금세에 그대는 한 곳에 정박하지 못하고 의지처가 없는 것입니다."

自實因指當世達官而問之曰:

자실이 이에 지금 세상의 고위 관직 자를 가리키며 물었다.

“某人為丞相,而貪饕不止,

賄賂公行,異日當受何報?”

"모모는 승상인데 탐도를 끊이지 않고

뇌물 받기를 공공연히 행하니 다른 날에 어떤 업보를 받겠습니까? "

道士曰:

도사가 말했다.

“彼乃無厭鬼王,地下有十爐以鑄其橫財,

今亦福滿矣,當受幽囚之禍。”

"그는 무염귀왕이니 지하에 열 개 용광로에 그 재물과 함께 녹여질 것입니다.

지금 복이 많은 듯하나 마땅히 유수의 화가 따릅니다."

又問曰:

또 물었다.

“某人為平章,而不戢軍士,

殺害良民,異日當受何報?”

"모모는 평장으로서 군사를 제대로 거두지 못하고

양민을 학살하니 다른 날에 어떤 업보를 받을까요? "

道士曰:

도사가 말했다.

“彼乃多殺鬼王,有陰兵三百,

皆銅頭鐵額,輔之以助其虐,

今亦命衰矣,當受割截之殃。”

"그는 다살귀왕이니 음병 삼백이

다 구리 머리에 초 이마라 그를 학대함을 도울 것입니다.

지금 또한 명이 다했고 마땅히 할절의 재앙을 받을 것입니다."

又問:

또 물었다.

“某人為監司,而刑罰不振;

某人為郡守,而賦役不均;

某人為宣慰,不聞所宣之何事;

某人為經略,不聞所略之何方。

然則當受何報也?”

"모모는 감사로써 형벌은 다스리지 않고,

모모는 군수로써 부역을 균등히 못했고,

모모는 선위로써 어떤 일을 베풀었다는 말을 못 들었고,

모모는 경략으로 아랫 사람을 다스렸다는 말을 못 들었습니다.

마땅히 어떤 업보를 받겠지요."

道士曰:

도사 말했다.

“此等皆已杻械加其身,縲絏係其頸,腐肉穢骨,待戮餘魂,何足算也!”

"그들은 다 이미 그 몸에 쇠고랑을 달았고 그 목에 오랏줄을 메었고

썪은 몸 더러운 뼈는 남은 혼들이 도륙내길 기다리니 어찌 셈이 족하리오."

自實因舉繆君負債之事。

자실이 목군의 부채 일을 거론하니,

道士曰:

도사가 말했다.

“彼乃王將軍之庫子,財物豈得妄動耶?”

"그는 왕장군의 창고지기인데

재물을 어찌 그렇듯 망동하게 얻었단 말인가 "

道士因言:

도사가 이어 말했다.

“不出三年,世運變革,大禍將至,甚可畏也。

汝宜擇地而居,否則恐預池魚之殃。”

"삼 년이 지나지 않아 세상의 운은 변혁합니다.

큰 재앙이 이를 것이니 매우 두렵습니다.

당신은 마땅히 땅을 정해 은거하십시오.

아니면 연못 물고기가 가뭄에 당하는 재앙이 이를까 두렵습니다."

自實乞指避兵之地。道士曰:

자실이 병화를 피할 수 있는 땅을 묻자 도사가 말했다.

“福清可矣。”

"복청이 좋습니다."

又曰:

또 말하기를,

 

“不若福寧。”

"아니라면 복녕입니다."

言訖,謂自實曰:

말을 끝내자 자실에게 일렀다.

“汝到此久,家人懸望,今可歸矣。”

"당신은 여기 너무 오래 있었소.

식구들이 기다릴 것이니 지금 돌아가시는 게 좋겠소."

自實告以無路,

道士指一徑令其去,遂再拜而別。

자실이 작별을 고했으나 길이 없었다.

도사가 한 곳을 가리키며 그 곳으로 가라고 했다.

드디어 재배를 올리고 헤어졌다.

行二裏許,於山後得一穴出。

到家,則已半月矣。

이 리를 가니 산 뒤에 한 구멍이 나왔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보름이 지났다.

急攜妻子徑往福寧村中,墾田治圃而居。

급히 처자식을 거느리고 복령촌 가운데로 가서

밭을 일구고 채마밭을 갈며 살았다.

揮钁之際,錚然作聲,獲瘞銀四錠,家遂稍康。

괭이를 휘두를 때에 쨍그랑 소리가 들려 파보니 은 4정이 나왔다.

집은 비로소 소강상태가 되었다.

其後張氏奪印,達丞相被拘。

大軍臨城,陳平章遭擄。其餘官吏多不保其首領。

그 후에 장씨가 인수를 빼앗아 승상이 되었다가 잡혀 갔고

대군이 성에 들어오니 진유정 평장은 체포되었고

그 나머지 관리들도 다들 그 목을 보존하지 못했다.

而繆君為王將軍者所殺,家資皆歸之焉。

以歲月記之,僅及三載,而道士之言悉驗矣。

목군도 왕장군이라 죽임을 당하고 집의 재물은 다 빼앗겼다.

이런 세월이 겨우 3 년 안에 닥치니 도사의 말이 다 영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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