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

ㅡ윤동주(尹東柱;1917-1945)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주]

한반도를 동물로 형상화한 그림에는 호랑이도 있고 토끼도 있다.

이런 토끼 그림은 한민족을 비하하려는 일제의 식민지사관에 동조한 발상이다.

그런 점에서 윤동주의 <간>은 개인의 ‘양심, 정체성’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일제식민지시대에 개인적 민족적 자경심을 환기한 작품이다.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원규 - 단풍의 이유  (0) 2011.11.15
시화전  (0) 2011.11.15
소월 선생 시비  (0) 2011.07.22
김지하 / 타는 목마름으로  (0) 2011.07.21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월성 앞 역사지구  (0) 2011.05.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