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肝)
ㅡ윤동주(尹東柱;1917-1945)
바닷가 햇빛 바른 바위 위에
습한 간(肝)을 펴서 말리우자.
코카서스 산중(山中)에서 도망해 온 토끼처럼
둘러리를 빙빙 돌며 간을 지키자.
내가 오래 기르는 여윈 독수리야!
와서 뜯어 먹어라, 시름없이
너는 살찌고
나는 여위어야지, 그러나
거북이야!
다시는 용궁(龍宮)의 유혹에 안 떨어진다.
프로메테우스, 불쌍한 프로메테우스
불 도적한 죄로 목에 맷돌을 달고
끝없이 침전(沈澱)하는 프로메테우스.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1948)
[주]
한반도를 동물로 형상화한 그림에는 호랑이도 있고 토끼도 있다.
이런 토끼 그림은 한민족을 비하하려는 일제의 식민지사관에 동조한 발상이다.
그런 점에서 윤동주의 <간>은 개인의 ‘양심, 정체성’의 표상이라 할 수 있다.
일제식민지시대에 개인적 민족적 자경심을 환기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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