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7화 - 좋고 좋도다 (好哉好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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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나이가 들어가는

귀가 먹은 재상(宰相)이 있었다.

어느 달 밝은 여름 밤,

잠이 오지 않아 지팡이를 짚고

사방을 돌아다니다가 후원에 이르러

한 동비(童婢)가 평상 위에서

발가벗은 몸으로

혼곤히 잠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조용히 그 용모와 하문(下門)을 살피니

천하일색(天下一色)이었다.

이 여종은 손자며느리의 교전비(轎前婢)였다.

 

이튿날부터 노재상은

그 여종을 보기만 하여도

흠모하고 사랑하는 정이 샘솟아

누가 봐도 그 좋아하는 정도를

눈치챌 수 있게 되었다.

아들 내외가 이를 알고,

"부친께서 그 여종만 보면

그와 같이 귀여워하고 사랑하시니

그 아이로 하여금

하룻밤 수청을 들게 하여

위로해 드리는 것도

효성을 다하는 길이 아니겠소?" 하고

상의한 뒤,

그 여종에게 분부하여,

"너는 오늘 저녁에

대감마님을 모시고 수청을 들라." 하고

깨끗이 목욕시켜 방안에 들게 하였다.

 

그날 밤,

아들과 손자들이

늙고 혼미한 노재상을 걱정하여

창밖에 줄을 지어

방안 동정을 살피고 있었더니

재상이,

"들어갔느냐?" 하고 물었다.

이에 여종이

"들어가지 않았사옵니다." 라고 대답하니

또 계속해서,

"들어갔느냐?" 라고 물었다.

그러나 여전히,

"들어가지 않사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아들과 손자들이

그 신고(辛苦)하시는 것을 답답하게 여겨서

소리를 낮추어 분부하기를,

"이번에 물으시면 들어갔다고 하라." 고

소곤거린 직후

또 재상이,

"들어가느냐?" 라고 물었다.

이에 여종이,

"들어갑니다." 하고 대답하자

재상은 지레 반가워,

"좋고, 좋도다!" 하고

즐거워하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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