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63화 - 아버지는 하늘로 어머니는 땅속으로 (父昇天母入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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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부가 대낮에

심심하기 그지없어

문득 그 생각이 났으나

곁에 7~8세 되는 아들과 딸이 있어서

낮에 그 아이들을

옆에 두고는 할 수 없는지라

아버지가,

"너희들은 이 다래끼(물고기 바구니)를 가지고

앞개울로 가서 물고기를 잡아 오너라.

저녁에 끓여 먹도록 하자." 하니

아이들이 다래끼를 가지고 나오다가

 

서로 말하기를,

"아버지와 어머니가

우리에게 다래끼를 가지고

물고기를 잡아 오라고 하시는 것은

아무래도 우리를 속이고

맛있는 것을 잡수시려고 하는 것일지니

우리는 밖에서 엿보아

그것을 알아보는 것이 좋겠다." 하고

창 밖에서 엿보았다.

 

이때 부부가 일을 시작하여

힌참 흥이 무르익자

남편이 아내에게 묻기를,

"어떻소?" 하니

아내가,

"땅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아요" 하고는

"당신은 어떤가요?" 하고 물었다.

이에 남편이

"하늘로 올라갈 것 같소." 하고는

방사(房事)를 마쳤다.

 

그때에 아이들이

빈 다래끼를 들고 들어오므로

"왜 고기를 잡지 않고 그냥 돌아오느냐?"

하고 묻자,

"아버지는 하늘로 올라가고

어머니는 땅속으로 들어가면

고기는 누구하고 함께 먹으려고 잡아요?"

하고 대답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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