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189화 - 장차 그곳에 뼈를 묻어다오 (將我老骨葬于那裡)

 

어떤 선비가 스승으로부터

풍수지리(風水地理)를 학습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밤에 아내를 벌거벗긴 후

손으로 아내의 콧마루를 어루만지며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용이 나오는 곳(發龍之所)이요."

 

이어서 두 젖가슴을

쓰다듬더니 말하였다.

"좌청룡(左靑龍) 우백호(右白虎)가

다 갖추어져 있군."

 

그리고는 허리아래를

어루만지며 말하였다.

"금성호혈(金星虎穴)이군."

 

이윽고 선비도 옷을 벗고

아내의 몸위로 올라가자

아내가 물었다.

"무엇을 하려는 거예요?"

"산소 자리의 형국이

다 갖추어졌으니

나성(羅星)을 쥐고 와서

물구멍[水口]1)을 막으려는 것이요"

1)[水口] - 풍수지리의 정기가 흘러들어간 곳.

 

선비의 부친이 건넛방에서

이 말을 잘못 알아듣고

아들 내외가

풍수를 논하는 것이라 여겨

큰 소리로 말하였다.

 

"세상에 그렇게 좋은

혈(穴)이 있다니!

장차 내가 죽거든

그곳에다 뼈를 묻어다오." 하고

소리치니

후일 이 이야기를 듣는 사람마다

크게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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