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218화 - 관장의 명석한 처치 (官長明判)
어느 시골에 한 과부가
혼자 어렵게 살면서
떡 장사를 해서
겨우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에
그 날 팔 떡을 시루에 쪄서
솥 위에 올려놓고는,
잠시 방으로 들어가
쉬는 동안 그만 깜빡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런데 잠에서 깨어난 과부가
밖으로 나가보니,
떡시루는 간 곳이 없고
빈 솥만 덜렁 놓여 있었다.
"그래, 필시
그 놈들의 소행이 분명하렸다."
과부의 머리에는
한 무리를 이루어 놀면서,
남의 집 개나 닭을
몰래 훔쳐 잡아먹기도 하며
말썽을 일삼는
젊은이들이 떠오르는 것이었다.
그래서 과부는
이 젊은이들을 떡 도둑으로
관아에 고발했다.
과부의 고발을 접수한 관장은
사령들을 불러서 분부했다.
"너희들은 지금 속히 가서,
방안에 모여 노는 젊은이들을
한 사람도 놓치지 말고
모두 붙잡아 대령할지어다."
그리하여 마침내
젊은이들이 잡혀 오자,
관장은 과부가 혼자 가난하게
떡을 팔아 살아가고 있는데,
그런 불쌍한 과부의 떡을
어찌 훔쳐 먹을 수 있느냐며
호통을 쳤다.
그러나 젊은이들은 하나같이
자신들은 떡을
훔쳐 먹은 사실이 없다고
딱 잡아떼는 것이었다.
한참 동안 젊은이들을
내려다보며 살피던
관장은 사령들을 불러 분부했다.
"사령들은 들어라!
냉수를 떠다가
저 젊은이들에게
물을 머금고
입안을 가시게 한 뒤,
그 물을 도로 뱉게 하라."
이에 사령들이 젊은이들에게
한 사람씩 물을
머금게 하여 뱉게 하니,
모두 다 치아 사이에 끼어 있던
떡고물이 함께 나오는 것이었다.
이를 본 관장은
크게 젊은이들을 꾸짖었다.
"너희들은 입안에서 나온
떡고물을 보고서도
계속 아니라고 우길 것이냐?"
하고 호통을 치면서
곤장을 치게 하니,
그제서야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행동임을 자복했다.
곧 관장은 이들을 구금하고
떡값을 물어내게 했다.
이를 보고 있던 사람들은
관장의 현명한 판단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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