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308화 - 물에 빠져서도 혼인은 꼭 막는다 (沮婚溺水)
한 사람이 누군가
혼인이 정해졌다는 소문만 들으면,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저지시키는 데 즐거움을 느끼는
나쁜 병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는 건넛마을에
혼사를 논의하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기필고 저지하려는 마음으로 달려갔는데,
마침 장맛비에 냇물이 불어
도저히 걸어서는 내를 건널 수가 없었다.
'이러다 그 혼사가 성립되면 안 되는데...'
시간이 지체되어
혼사가 성립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발을 동동 구르던
그 사람은 마음이 조급해져,
마침내 냇물로 뛰어들어
억지로 한 발 한 발 내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런데 중간쯤 이르자
물살이 더욱 거세지고
깊이도 한 길이나 되어
더 이상 건널 수가 없게 되니,
곧 하늘을 우러러 탄식했다.
'내 여기서 빠져 죽으면
그 집 혼사는 성사되고야 말 것이니,
이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이 사람은 자신이 물에 빠져 죽는 것보다
남의 집 혼사를 저지하지 못하는 데 대해
더욱 원통히 여기는 것이었다.
이 때 마침
강물을 건네주는 일을 업으로 하는
월천군(越川軍)이 나타나,
금방이라도 떠내려갈 듯한
이 사람을 목격하고는
급히 달려와 구해 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이 살았다는 것보다
혼사를 저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매우 기뻐했다.
그리하여 곧장 달려가
논의하고 있던 혼사를 적극 저지해,
마침내
혼인이 성사되지 못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 이야기를 전해들은 사람들은
모두 그 고약한 심술에 통탄을 금치 못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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