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밭으로 가는 위 교량 입구의 기둥에는 '무진교'란 동판 표지가 있었다.
〈무진기행〉은 김승옥이 잡지 <사상계>에 1964년 발표한 단편소설이다. 소설 제목에 인용된 무진(霧津)이라는 도시는 실재하지 않으며, 작가의 고향인 전남 순천을 모델로 하여 설정된 가상의 도시이다[1].
*작가라면 이 정도 거짓말은 할 줄 알아야지요. 작품에는 무진까지의 남은 거리를 알려주는 도로표지판까지 나옵니다. 결국 지금사 안개나루의 한자어인 무진(霧津)이라는 지명까지 만들어냈지만. 이젠 순천만의 별칭이 되어 다리이름도 '무진교'네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
恨)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내놓은 입김과 같았다. 해가 떠오르고 바람이 바다 쪽에서 방향을 바꾸어 불어오기 전에는 사람들의 힘으로써는 그것을 헤쳐버릴 수가 없었다. 손으로 잡을 수도 없으면서도 그것은 뚜렷이 존재했고 사람들을 둘러쌌고 먼 곳에 있는 것으로부터 사람들을 떼어놓았다.― 김승옥, 「무진 기행」, 『한국 현대문학전집 44』(삼성출판사, 1981)
[네이버 지식백과] 김승옥 [金承鈺] - 새파란 젊은이가 한국 소설사에 한 획을 긋다 (나는 문학이다, 2009. 9. 9., 나무이야기)
"밤 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빙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버리고 없었다. "
순천만에 밀려온 안개를 진주해 온 적군이라든가, 안개 때문에 보이지 않는 산을 유배당했다든가 하는 표현에 접한 1960년대의 젊은 문학도들은 충격에 빠졌지만 행복했다. 말로만 듣던 문학적 표현이나 그 상상력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문학의 현장에 있었는데다 앞꼭지에서 정리해 본 최인훈의 <광장>까지 만날 수 있었으니까. 다시 말하면 새로운 주제와 감성적 문체를 직접 체득할 수 있는 동시대의 작가들을 만난 건 그들에게 더없이 행복한 일이었다.
언어를 잃어버려 지금은 그 고운 심성을 그림에 담아내는 김승옥, 그분은 작품수가 적어 주제의 측면에선 주목받지 못했지만, 문체론적 측면에서는 감각을 언어로 표현해낸 한국소설의 또다른 선구자요 언어의 마술사였다.
「무진기행」, 한국 단편문학의 금자탑
1965년 스물네 살짜리 새파란 젊은이 김승옥(金承鈺, 1941~ )은 소설 「서울, 1964년 겨울」을 내놓고 제10회 ‘동인문학상’을 거머쥔다. 이 젊은이는 한국 문학사에서 1965년을 단숨에 자신의 해로 만들어버린다. 「서울, 1964년 겨울」은 새로운 문학의 탄생을 알리는 서곡이었다. 김승옥이 무엇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범속한 1960년대의 일상성을 복원하는 한국어 문체의 세련성과, 사소함의 사소하지 않음을 보여준 것이다. 작가는 역사나 사회 같은 거대 담론을 지워내고, 그 자리에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평범한, 너무 평범한 나머지 왜소하게 느껴지는 인물들을 내세운다.
「서울, 1964년 겨울」에는 독자를 매혹할 만한 스토리나 등장인물, 사건이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다만 여기서 등장인물들의 말장난에 가까운 뜻 없고 사소한 대화와 행동으로 채워진 하룻밤을 매우 건조한 문체로 치밀하게 복원한다. 여기서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것은 각자의 개별성에 대한 확인과 이에 따르는 고독, 소외, 익명성의 쓸쓸함이다. 어쨌든 하찮은 것들 속에서 삶의 한 단면을 날카롭게 찾아내는 김승옥의 소설에서 독자는 이제껏 보던 소설과는 다른 어떤 독특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이는 아마 사소한 대화나 하찮은 동시대의 풍경을 그려나가는 문체, 그 속에 담긴 번뜩이는 기지와 섬세함, 의식의 자유로움 때문일 것이다.
[네이버 지식백과] 김승옥 [金承鈺] - 새파란 젊은이가 한국 소설사에 한 획을 긋다 (나는 문학이다, 2009. 9. 9., 나무이야기)
김승옥 - 무진기행/ 무진의 명산물은 안개.
https://www.youtube.com/watch?v=qXt9gKkwlTM
김승옥 - 무진기행/ (낭독) 권도일
https://www.youtube.com/watch?v=VZdbF4U7bSU&list=PLjmbXPlXqx4-4FVkpIenF84kpnXOw991w
무진기행 - 김승옥/ [낭독/듣는책]
https://www.youtube.com/watch?v=i4-yZvGNJh4
*시력이 안 좋으신 분들은 낭독을 들으세요.
서울, 1964년 겨울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34647&cid=60555&categoryId=60555
정훈희 - 안개 (1967)
https://www.youtube.com/watch?v=u4zHcvtnOLI
https://www.youtube.com/watch?v=pcDZWhFnHb0
안개 : 송창식 윤형주
https://www.youtube.com/watch?v=px9uELVa4O4
펜 대신 붓을 든 소설가 김승옥
https://www.youtube.com/watch?v=QLNPMRkfTOo&list=PLtmscK17SOMbZn-Tnw0DQd33fLqw0EUNs&index=6
김수용 감독 - 안개 /신성일 윤정희 출연
https://www.youtube.com/watch?v=nfYGPEjQ8-8
https://www.youtube.com/watch?v=5jVv2HTAlU4&list=PLtmscK17SOMbZn-Tnw0DQd33fLqw0EUNs&index=5
순천만 김승옥문학관을 찾아서
https://www.youtube.com/watch?v=pI0CewKEzcI&index=4&list=PLtmscK17SOMbZn-Tnw0DQd33fLqw0EU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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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옥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밖으로 나오면, 밤사이에 진주해 온 적군들처럼 안개가 무진을 삥 둘러싸고 있는 것이었다"고 했다. 순천만의 아침은 안개가 부유하는 몽환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무진교에서 북쪽으로 둑길을 따라 15분 정도를 걸으면 순천문학관이 있다. 둑길을 천천히 걸으면 소설 속 주인공이 거닐었을 것 같은 풍경 속을 지나는 기분이 든다.
순천문학관에는 이곳 출신 김승옥과 '초승달과 밤배', '오세암'으로 유명한 동화작가 고(故) 정채봉의 문학관이 마련돼 있다. 내부에는 두 문인의 생애와 예술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육필 원고와 사진, 유품, 소설책 등이 전시돼 있다.
* 아래 파란 글씨의 문인 이름을 클릭하면 그 분들의 행적과 작품을 만날 수 있습니다. 1. 한국 문학의 맹아기(1900-1929)를 제외하면, 모더니즘의 기치를 들고 나타난 이미지를 중시하는 시인들과 근대소설을 탈피한 이상 등의 등장으로 현대문학기로 접어든 1930년대부터는 공교롭게도 10년 단위로 구분하여 한국문학사 정리에 큰 도움이 되겠네요. 이름만 등록한 명단이지만 그 실상은 당대를 대표하는 천재들입니다. 문학이든 예술이든 그 독창성의 확보는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한 천재들의 창조적 작업입니다.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핍하신 분들과 인터넷에 자료제공을 허용하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나는 문학이다 2009. 9. 9. 책보러가기
장석주 외 17인, 나무이야기
책소개
한국문학 100년을 빛낸 작가들! 이광수에서 배수아까지 111명의 작품을 만나본다
작가 111명의 생애와 작품을 연대기적으로 다룬 인문교양서『나는 문학이다』. 이 책은 저자 장석주가 한국문학 100년에 바치는 작품으로, 시간의 풍화작용을 견디고 살아남은 고전을 담았다. 언제 읽더라도 현대적 의미를 길어낼 수 있는 고전이라 하는 작품들을 만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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