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초상화는 연암의 손자 박규수 작품

 

 

 

https://www.youtube.com/watch?v=pRf0ZHwBt2w

 

 

www.youtube.com/watch?v=PK-XfnUl4Ys

 

 

[은자주] 북한 국문학사에는 <호질>은 안 보이고, 대신 <범의 꾸중>이라 번역해 사용합니다. 최상의 권위를 지닌 북곽이 최하위의 지위로 추락했다가 말짱하게 권위를 회복하는 사건 전개로 풍자소설의 완벽한 구조를 구현하였다.

이하의 설정도 엄밀한 의미에서 허구다. 자신이 작자라면 도끼 들고 나설 놈이 한둘이 아닐 테니 이를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베낀 글로 위장했음을 알아야 한다. 현실비판 정신을 유감없이 발휘한 이런 기이한 명문이 하찮은 설화 토막까지 주워모으는 중국에는 없다는 것이 그 증좌다.

7월28일 갑진일 일기에는 심유붕의 점포 바람벽에 붙은 것을 정진사로 하여금 베끼게 했으나 돌아와 검토해 보니 문맥이 맞지 않아 바로잡았다는 데서도 자신의 작품임이 드러난다. 가짜 유자들을 질타하는 것이 글쓴 취지지만 심유붕에게는 그 목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고국으로 돌아가면 국내 사람들에게 한 번씩 읽혀 그들로 하여음 배를 틀어쥐고 넘어지도록 웃게 하되, 먹던 밥티가 벌 날듯 튀고 갓끈이 썩은 새끼처럼 끊어지게 될 것이오."

 

박지원, 호질(虎叱) / 범의 꾸중

 

[1]범 이야기

1)범의 위엄은 허상이다

 

虎睿聖文武

(호예성문무) : 범은 모든 일에 뛰어날 뿐만 아니라 착하고 성스러우며, 문채롭고 무인다우며,

慈孝智仁

(자효지인) : 인자롭고 효성이 지극하며, 슬기롭고 어질며,

雄勇壯猛

(웅용장맹) : 기운차고 날래며, 용맹스럽고 사나워

天下無敵

(천하무적) : 천하에 대적할 이가 없다.

然狒胃食虎

(연비위식호) : 그러나 비위는 호랑이를 먹고,

竹牛食虎

(죽우식호) : 죽우도 호랑이를 먹고,

駮食虎

(박식호) : 박도 호랑이를 먹고,

五色獅子食虎於巨木之岫

(오색사자식호어거목지수) : 오색사자도 큰 나무의 꼭대기에서 호랑이를 먹고,

玆白食虎

(자백식호) : 자백도 호랑이를 먹고,

표犬飛食虎豹

(표견비식호표) : 표견도 날아서 호랑이를 잡아 먹고

黃要取虎豹心而食之

(황요취호표심이식지) : 황요 등은 호랑이의 심장을 취하여 먹는다.

猾無骨爲虎豹所呑

(활무골위호표소탄) : 활이란 동물은 뼈가 없는 관계로 호랑이가 꿀떡 삼켜 버리면

內食虎豹之肝

(내식호표지간) : 뱃속에 들어가서 그 간을 먹으며,

酋耳遇虎

(추이우호) : 추이(酋耳)란 짐승은 호랑이를 만나면

則裂而啖之

(칙렬이담지) : 갈기갈기 찢어서 씹어먹는 습성이 있다.

虎遇猛㺎

(호우맹용) : 그리고 호랑이가 맹용을 만나면

則閉目而不敢視

(칙폐목이불감시) : 무서워서 눈을 감고 보지도 못한다.

人不畏猛㺎而畏虎

(인불외맹㺎이외호) : 그러나 사람은 이와는 반대로 맹용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호랑이를 무서워한다.

虎之威其嚴乎

(호지위기엄호) : 어쨌든 호랑이의 위세란 대단한 것인저.

 

[주D-001]비위(狒胃) : 짐승 이름. 비비(狒狒)의 일종.
[주D-002]박(駮) : 말과 같은 짐승인데, 《산해경(山海經)》에, “몸은 희고 꼬리는 검으며 외뿔에 범처럼 생겼으며, 어금니와 발톱을 가졌고,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3]오색 사자(五色獅子) : 호회(虎薈)에, “누런 털에 오색이 찬란하고, 꼴은 사자와 같다.” 하였다.
[주D-004]자백(玆白) : 《급총궐서(汲冢闕書)》에, “꼴이 말 같으며, 톱니가 날카로워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5]표견(䶂犬) : 거수국(渠搜國)에 있는 개. 일명은 노견(露犬)인데, 날아서 호표를 먹는다 하였다.
[주D-006]황요(黃要) : 개의 일종. 표범과 비슷하고, 허리 이상은 누르고 이하는 검으며, 작은 놈은 청요(靑要)라 하는데, 요(要)는 요(腰)와 같다.
[주D-007]활(猾) : 범의 입에 들어가도 범이 물지 못한다. 그러면 범의 뱃속에서부터 먹어 나온다.
[주D-008]추이(酋耳) : 범의 일종. 크고 꼬리가 길다 한다.

 

2)범이 사람을 잡아먹으면 그 창귀는 굴각, 이올, 육혼이 되어 범을 돕는다

 

虎食狗則醉

(호식구칙취) : 범이 개를 잡아먹으면 술을 마신 것처럼 취하고

食人則神

(식인칙신) : 범이 사람을 한번 잡아먹으면 신들린 듯하다

虎一食人

(호일식인) : 호랑이가 한번 사람을 먹으면

其倀爲屈閣

(기창위굴각) : 그 창귀가 굴각이 되어

在虎之腋

(재호지액) : 범의 겨드랑이에 붙어 살면서

導虎入廚

(도호입주) : 범을 남의 집 부엌에 인도하여서

舐其鼎耳

(지기정이) : 솥전을 핥으면

主人思饑

(주인사기) : 그 집 주인이 갑자기 시장끼를 느껴

命妻夜炊

(명처야취) : 한밤중이라도 아내더러 밥을 지으라고 하게 된다

虎再食人

(호재식인) : 두번째로 그 사람을 잡아 먹는다.

其倀爲彛兀

(기창위이올) : 그러면 창귀는 이올이란 귀신이 되어서

在虎之輔

(재호지보) : 호랑이의 볼에 붙어 다니며

升高視虞

(승고시우) : 높은 곳에 올라 우를 살핀다.

若谷穽弩

(약곡정노) : 만약 산골짜기에 이르러서 함정이 있으면

先行釋機

(선행석기) : 먼저 가서 위험이 없도록 차귀를 풀어 놓는다.

虎三食人

(호삼식인) : 호랑이가 세번째로 사람을 잡아 먹으면

其倀爲鬻渾

(기창위죽혼) : 그 창귀는 육혼이란 귀신이 되어서

在虎之頤(재호지이) : 호랑이 턱에 붙어서

多贊其所識朋友之名

(다찬기소식붕우지명) : 그가 평소에 잘 알던 친구의 이름을 불러댄다.

 

3)창귀들이 추천한 저녁 메뉴

 

(1)상투 튼 선비

 

虎詔倀曰

(호조창왈) : 어느 날 범이 창귀를 불러 놓고 하는 말이,

日之將夕

(일지장석) : "오늘도 곧 날이 저무는데

于何取食

(우하취식) : 어디 가서 먹을 것을 구한단 말이냐." 하니

屈閣曰(굴각왈) : 굴각이 대답하기를,

我昔占之

(아석점지) : "제가 전에 점쳐 보았더니

匪角匪羽

(비각비우) : 뿔을 가진 짐승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닌

黔首之物

(검수지물) : 검은 머리를 가진 것이

雪中有跡

(설중유적) : 눈 위에 발자국이

彳亍踈武

(척촉소무) : 비틀비틀 성긴 걸음,

瞻尾在腦

(첨미재뇌) : 뒤통수에 꼬리가 붙어

莫掩其尻

(막엄기고) : 꽁무니를 감추지 못하는 그런 놈입니다." 하니

 

[주D-009]뿔……놈입니다 : 사람을 가리킨다.

 

(2)의원

彛兀曰

(이올왈) : 다음에 이올이 말하기를,

東門有食

(동문유식) : "동문에 먹을 것이 하나 있는데,

其名曰醫

(기명왈의) : 그 놈의 이름은 의원(醫員)이라고 합니다.

口含百草

(구함백초) : 의원(醫員)은 약초를 다루고 먹으니

肌肉馨香

(기육형향) : 그 고기도 별미(別味)인 줄로 아옵니다.

 

(3)무당

西門有食

(서문유식) : 그리고 서문에도 먹을 것이 있는데

其名曰巫

(기명왈무) : 그것은 무당입니다.

求媚百神

(구미백신) : 그 계집은 천지 신명께 온갖 미태(媚態)를 부리고

日沐齊潔

(일목제결) : 매일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여

請爲擇肉於此二者

(청위택육어차이자) : 깨끗하고 맛있는 계집이오니 이 둘 중에서 골라서 잡수시길 바라옵니다." 라고 추천했다.

 

(4)범이 화를 내다

虎奮髯作色曰

(호분염작색왈) : 범이 화를 내며 하는 말이,

醫者疑也

(의자의야) : "의(醫)란 의(疑)인데

以其所疑而試諸人

(이기소의이시제인) : 저 자신도 의심스러운 것으로 모든 사람들에게 시험하여,

歲所殺常數萬

(세소살상수만) : 해마다 죽이는 것이 항상 몇 만이 넘는다.

巫者誣也

(무자무야) : '무(巫)란 무(誣)인데

誣神以惑民(무신이혹민) : 결국 무당이란 귀신을 속이고 사람들을 미혹하게 하니

歲所殺常數萬

(세소살상수만) : 해마다 목숨 잃는 것이 수만이나 된다

衆怒入骨

(중노입골) : 그래서 여러 사람의 노여움은 그들의 뼈 속에까지 스며들어

化爲金蚕

(화위금잠) : 금잠이란 벌레가 되어서

毒不可食

(독불가식) : 독기가 있어 먹을 수 없다."

 

[주D-010]금잠(金蠶) : 《박물지(博物志)》에, “남방 사람이 금잠을 기르는데, 촉금(蜀錦)을 먹이고, 그 똥을 음식 속에 넣으면 독이 있다.” 하였다.

 

(5)석덕지유를 추천했으나 범은 역시 못마땅해하다

鬻渾曰

(죽혼왈) : 이에 육혼이 또 말한다.

有肉在林

(유육재림) : "어떤 고기가 저 숲속에 있는데

仁肝義膽

(인간의담) : 인자한 염통과 의기로운 쓸개며

抱忠懷潔

(포충회결) : 충성스런 마음을 지니고 순결한 지조를 품었으며,

戴樂履禮

(대악리례) : 악은 머리 위에 이고 예는 신처럼 신고 다닌답니다.

口誦百家之言

(구송백가지언) : 뿐만 아니라 그는 입으로 제자(諸子)백가(百家)의 말들을 외며,

心通萬物之理

(심통만물지리) : 마음속으로는 만물의 이치를 통했으니

名曰碩德之儒

(명왈석덕지유) : 그의 이름은 석덕지유라 하옵니다.

背盎軆胖

(배앙체반) : 등살이 오붓하고 몸집이 기름져서

五味俱存

(오미구존) : 오미(五味)를 갖추고 있답니다." 하였다.

虎軒眉垂涎

(호헌미수연) : 범이 그제야 눈썹을 치켜세우고 침을 내리 흘리며

仰天而笑曰

(앙천이소왈) : 하늘을 쳐다보고 씽긋 웃으면서 말한다.

朕聞如何

(짐문여하) : "짐(朕)이 이를 좀더 상세히 듣고자 하니 자세히 말하라." 했다.

倀交薦虎曰

(창교천호왈) : 그러자 창귀들이 서로 범에게 추천하기를,

一陰一陽之謂道

(일음일양지위도) : "일 음· 일 양을 도(道)라 하옵는데,

儒貫之

(유관지) : 저 유가 이를 꿰뚫으며

五行相生

(오행상생) : 오행(五行)이 서로 낳고

六氣相宣

(륙기상선) : 육기(六氣)가 서로 이끌어 주는데,

[주D-011]육기(六氣) : 음(陰)ㆍ양(陽)ㆍ풍(風)ㆍ우(雨)ㆍ회(晦)ㆍ명(明).

 

儒導之

(유도지) : 저 유가 이를 조화시킨다고 합니다.

食之美者無大於此

(식지미자무대어차) : 그러니 먹어서 맛이 있는 것이 이보다 더한 것이 없으리라."

虎愀然變色易容而不悅曰

(호초연변색역용이불열왈) : 범이 이 말을 듣고 문득 추연히 낯빛을 붉히며 기쁘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

陰陽者

(음양자) : "아니야, 저 음·양이란 것은

一氣之消息也而兩之

(일기지소식야이량지) : 한 기운의 생성과 소멸에 불과하다거늘 그들이 두 가지를 겸했으니

其肉雜也

(기육잡야) : 그 고기가 잡될 것이며,

五行定位

(오행정위) : 오행이 각기 제 자리에 있어서

未始相生

(미시상생) : 애당초 서로 낳는 것은 아니거늘

乃今强爲子母

(내금강위자모) : 이제 그들이 억지로 자·모로 갈라서

分配醎酸

(분배함산) : 짜고 신맛을 분배시켰으니

其味未純也

(기미미순야) : 그 맛이 순하지 못할 것이며,

六氣自行

(륙기자행) : 육기는 스스로 행하는 것이어서

不待宣導

(불대선도) : 남이 이끌어줌을 기다릴 것이 없거늘

乃今妄稱財相

(내금망칭재상) : 이제 그들이 망녕되어 재성·보상이라 일컬어서

[주D-012]재성(財成)ㆍ보상(輔相) : 《역경(易經)》에, “천지의 도를 마련해 이룩하며, 천지의 의(宜)를 도와 준다.” 하였다.

 

私顯己功

(사현기공) : 사사로이 자기 공을 세우려 하니,

其爲食也

(기위식야) : 그것을 먹는다면

無其硬强滯逆而不順化乎

(무기경강체역이불순화호) : 어찌 딱딱하여 가슴에 체하거나 목구멍에 구역질이 나서 순하게 소화가 되지 못할 것이 아니냐."고 하였다.

 

[2]북곽선생과 동리자의 러브스토리

 

1)북곽선생

鄭之邑

(정지읍) : 정나라 어느 고을에

有不屑宦之士曰

(유불설환지사왈) :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학자가 살았으니

北郭先生

북곽선생) : '북곽 선생(北郭先生)'이었다.

行年四十

(행년사십) : 그는 나이 마흔에

手自校書者萬卷

(수자교서자만권) : 손수 교정(校訂)해 낸 책이 만 권이었고,

敷衍九經之義

(부연구경지의) : 또 육경(六經)의 뜻을 부연해서

[주D-013]구경(九經) : 《역경(易經)》ㆍ《서경(書經)》ㆍ《시경(詩經)》ㆍ《춘추좌전(春秋左傳)》ㆍ《예기(禮記)》ㆍ《주례(周禮)》ㆍ《효경(孝經)》ㆍ《논어(論語)》ㆍ《맹자(孟子)》.

 

更著書一萬五千卷

(경저서일만오천권) :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 오천 권이었다.

天子嘉其義

(천자가기의) : 천자(天子)가 그의 행의(行義)를 가상히 여기고

諸侯慕其名

(제후모기명) : 제후(諸侯)가 그 명망을 존경하고 있었다.

 

2)동리자

邑之東

(읍지동) : 그 고장 동쪽에는

有美而早寡者

(유미이조과자) : 미모의 과부가 있었는데,

曰東里子

(왈동리자) : 동리자(東里子)라는고 불렀다

天子嘉其節

(천자가기절) : 천자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諸侯慕其賢

(제후모기현) :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環其邑數里而封之曰

(환기읍수리이봉지왈) : 그 마을의 둘레를 봉(封)해서

東里寡婦之閭'동리과부지려'라고 정표(旌表)해 주기도 했다.

東里子善守寡

(동리자선수과) : 이처럼 동리자가 수절을 잘 하는 부인이라 했는데,

然有子五人

(연유자오인) : 실은 슬하의 다섯 아들이

各有其姓

(각유기성) : 각기 성이 달랐다.

 

3)五子의 정탐

五子相謂曰

(오자상위왈) : 어느 날 밤, 다섯 놈의 아들들이 서로 이르기를,

水北鷄鳴

(수북계명) : "강 건너 마을에서 닭이 울고

水南明星

(수남명성) : 강 저편 하늘에 샛별이 반짝이는데,

室中有聲

(실중유성) : 방안에서 흘러나오는 말소리는

何其甚似北郭先生也

(하기심사북곽선생야) : 어찌도 그리 북곽 선생의 목청을 닮았을까."하고

兄弟五人

(형제오인) : 다섯 놈이

迭窺戶隙

(질규호극) :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4)동리자의 구애와 북곽의 반응

東里子請於北郭先生曰

(동리자청어북곽선생왈) :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이르기를

久慕先生之德

(구모선생지덕) :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는데,

今夜願聞先生讀書之聲

(금야원문선생독서지성) : 오늘밤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하고 간청하매,

北郭先生(북곽선생) : 북곽 선생은

整襟危坐而爲詩曰

(정금위좌이위시왈) : 옷깃을 바로 잡고 점잖게 앉아서 시(詩)를 읊었다.

䲶鴦在屛

(䲶앙재병) : 원앙새는 병풍에 그려 있고,

耿耿流螢

(경경류형) : 반딧불 흘러 잠 못 이룬다

維鬵維錡

(유심유기) : 저기 저 가마솥 세발 솥은

云誰之型

(운수지형) :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한다.

興也

(흥야):흥야라 (興-연상법)

 

[주D-014]가마솥과……만들었나 : 발 없는 가마솥과 세발솥은 그 모형이 다 다르다. 이로써 성 다른 다섯 아들에게 비하였다. 대체 다섯 아이들이 성도 다르고 얼굴도 같지 않으니, 이는 어떤 잡놈들과 관계해서 이런 것들을 낳았다는 의미.
[주D-015]흥이라[興也] : 육의(六義)의 하나. 먼저 어떤 다른 물건을 읊어서 그 목적하고 있는 것을 끄집어 일으키는 것으로, 예를 들면 원앙새를 먼저 이끌어서 남녀의 사건을 전개하는 것이다.육의는 [風雅頌/比賦興]

 

5)五子의 공격에 추락하는 북곽의 권위

ㅡ도망치다 들판의 똥통에 빠지다

 

五子相謂曰

(오자상위왈) : 다섯 놈이 서로 소곤대기를,

禮不入寡婦之門

(례불입과부지문) : "예의 상으로 과부의 방에 들어올 리 없다

北郭先生賢者也

(북곽선생현자야) : 북곽 선생은 현자이니까

吾聞鄭之城門壞而狐穴焉

(오문정지성문괴이호혈언) :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여우 구멍이 생겼대.

吾聞狐老千年

(오문호로천년) : 여우란 놈은 천 년을 묵으면

能幻而像人

(능환이상인) :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단다. 틀림없이 그 여우란 놈이

是其像北郭先生乎

(시기상북곽선생호) : 저건 바로 북곽 선생으로 둔갑한 것이다."하고

相與謀曰

(상여모왈) : 함께 의논했다.

吾聞得狐之冠者

(오문득호지관자) :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으면

家致千金之富

(가치천금지부) : 큰 부자가 될 수 있고,

得狐之履者

(득호지리자) : 여우의 신발을 얻으면

能匿影於白日

(능닉영어백일) :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得狐之尾者

(득호지미자) :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주D-016]여우의 꼬리 : 꼬리라 하였지마는, 사실은 샅을 일컬었다.

 

善媚而人悅之

(선미이인열지) : 애교를 잘 부려서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더라.

何不殺是狐而分之

(하불살시호이분지) : 어찌 저 놈의 여우를 때려잡아서 나눠 갖지 않으랴."

於是五子共圍而擊之

(어시오자공위이격지) : 다섯 놈들이 방을 둘러싸고 우루루 쳐들어 갔다.

 

北郭先生大驚遁逃

(북곽선생대경둔도) : 북곽 선생은 크게 당황하여 도망쳤다.

恐人之識己也

(공인지식기야) :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겁이 나서

以股加頸

(이고가경) : 두 다리 사이에 목을 들이박고

鬼舞鬼笑

(귀무귀소) :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出門而跑

(출문이포) :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乃陷野窖

(내함야교) : 그만 들판의 구덩이 속에 빠져 버렸다.

穢滿其中

(예만기중) : 그 구덩이에는 똥이 가득 차 있었다.

 

6)들판의 똥통에서 기어나오던 북곽이 범과 맞딱뜨리다

-북곽 범을 만나 아첨하다

 

攀援出首而望

(반원출수이망) : 간신히 기어올라 머리를 들고 바라보니

有虎當徑

(유호당경) : 뜻밖에 범이 길목에 앉아 있었다.

虎顰蹙嘔哇

(호빈축구왜) : 범은 북곽 선생을 보고 오만상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며

掩鼻左首而噫曰(엄비좌수이희왈) : 코를 싸쥐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고 이르기를,

儒句臭矣

(유구취의) : "유자여! 더럽다."

北郭先生頓首匍匐而前

(북곽선생돈수포복이전) : 북곽 선생은 머리를 조아리고 범 앞으로 기어 가서

三拜以跪

삼배이궤) :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仰首而言曰

(앙수이언왈) : 머리를 쳐들고 우러러 아뢴다.

虎之德其至矣乎

(호지덕기지의호) : "호랑님의 덕은 지극하시지요.

大人效其變

(대인효기변) : 대인(大人)은 그 변화를 본받고,

帝王學其步

(제왕학기보) : 제왕(帝王)은 그 걸음을 배우며,

人子法其孝

(인자법기효) : 자식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

將帥取其威

(장수취기위) :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며,

名並神龍

(명병신룡) : 거룩하신 이름은 신령스런 용(龍)의 짝이 되는지라,

一風一雲

(일풍일운) : 풍운이 조화를 부리시매니

下土賤臣

(하토천신) :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은

敢在下風

(감재하풍) : 감히 아랫바람에 서옵나이다."

 

[주D-017]대인(大人)은……본받고 : 《역경(易經)》에 나오는 구절.
[주D-018]제왕(帝王)은……배우며 : 《송사(宋史)》 태조기(太祖紀)에 나오는 말.
[주D-019]남의……본받고 : 《서경(書經)》 채침(蔡沈)의 주(註)에 나오는 말.
[주D-020]장수는……취하며 : 무관직에는 범호(虎) 자를 많이들 쓴다. 예를 들면 촉한(蜀漢) 때의 오호대장(五虎大將)과 같은 것.
[주D-021]신룡(神龍)과……일으키시니 : 《역경》에 나오는 말.

 

[3]범의 꾸중


1)유(儒)는 유(諛)라

 

虎叱曰

(호질왈) : 범은 북곽 선생을 여지없이 꾸짖었다

毋近前

(무근전) : “내 앞에 가까이 오지 말아라.

曩也吾聞之

(낭야오문지) : 접때 내가 들으니

儒者諛也

(유자유야) : 내 듣건대 유(儒)는 유(諛)라 하더니

果然

(과연) : 과연 그렇구나.

汝平居集天下之惡名

(여평거집천하지악명) :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妄加諸我

(망가제아) : 망령되이 나에게 덮어씌우더니,

今也急而面諛

(금야급이면유) :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將誰信之耶

(장수신지야) : 장차 누가 이를 믿겠느냐?

 

2)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다

 

夫天下之理一也

(부천하지리일야) :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다.

虎誠惡也

(호성악야) : 범의 본성(本性)이 악한 것이라면

人性亦惡也

(인성역악야) : 인간의 본성도 악할 것이요,

人性善則虎之性亦善也

(인성선칙호지성역선야) : 인간의 본성이 선(善)한 것이라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汝千語萬言

(여천어만언) : 너희들의 떠드는 천 소리 만 소리는

不離五常

(불리오상) : 오상륜(五常)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고,

戒之勸之

(계지권지) :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恒在四綱

(항재사강) : 항상 사강(四綱)에 머물러 있다.

[주D-022]오상(五常) : 부의(父義)ㆍ모자(母慈)ㆍ형우(兄友)ㆍ제공(弟恭)ㆍ자효(子孝).
[주D-023]사강(四綱) : 예(禮)ㆍ의(義)ㆍ염(廉)ㆍ치(恥).

 

然都邑之間

(연도읍지간) : 그런데 도회지에

無鼻無趾

(무비무지) : 코 베이고, 발꿈치 짤리고,

文面而行者

(문면이행자) : 얼굴에다 자자(刺字)질하고 다니는 것들은

皆不遜五品之人也

(개불손오품지인야) :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 아니냐?

然而徽墨斧鉅

(연이휘묵부거) :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刑具)를

日不暇給

(일불가급) : 매일 쓰기에 바빠 겨를이 나지 않는데도

莫能止其惡焉

(막능지기악언) :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而虎之家自無是刑

(이호지가자무시형) : 범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由是觀之

(유시관지) : 이로 보면

虎之性不亦賢於人乎

(호지성불역현어인호) : 범의 본성이 인간의 본성보다 어질지 않느냐?

 

3)범의 도리는 광명 정대(光明正大)하다

虎不食草木

(호불식초목) :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不食虫魚

(불식충어) :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不嗜麴蘖悖亂之物

(불기국얼패란지물) : 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不忍字伏細瑣之物

(불인자복세쇄지물) : 순종 굴복하는 하찮은 것들을 차마 잡아먹지 않는다.

入山獵麕鹿

(입산렵균록) :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在野畋馬牛

(재야전마우) : 들로 나가면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未甞爲口腹之累飮食之訟

(미상위구복지루음식지송) : 먹기 위해 비굴해진다거나 음식 따위로 다투는 일이 없다.

虎之道

(호지도) : 범의 도리가

豈不光明正大矣乎

(기불광명정대의호) : 어찌 광명 정대(光明正大)하지 않은가.

 

4)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가 나의 먹이가 되어야 한다

虎之食麕鹿

(호지식균록) :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을 때는

而汝不疾虎

(이여불질호) :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다가,

虎之食馬牛

호지식마우) : 말이나 소를 잡아먹을 때는

而人謂之讐焉

(이인위지수언) : 사람들이 원수로 생각하는 것은

豈非麕鹿之無恩於人

(기비균록지무은어인) : 어찌 노루나 사슴은 사람들에게 은공이 없고

而馬牛之有功於汝乎

(이마우지유공어여호) : 소나 말은 유공(有功)하기 때문이 아니냐?

然而不有其乘服之勞戀效之誠

(연이불유기승복지로련효지성) : 그런데 너희들은 소나 말들이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을 갖지 않고

日充庖廚

(일충포주) : 날마다 푸줏간을 채워

角鬣不遺

(각렵불유) : 뿔과 갈기도 남기지 않고,

而乃復侵我之麕鹿

(이내부침아지균록) : 다시 우리의 노루와 사슴을 침노하여

使我乏食於山

(사아핍식어산) :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도 들에도

缺餉於野

(결향어야) : 먹을 것이 없게 만든단 말이냐?

使天而平其政

(사천이평기정) : 하늘이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汝在所食乎所捨乎

(여재소식호소사호) : 너희는 나의 먹이가 되어야 하겠느냐, 그렇지 말아야 할 것이겠느냐?

 

5)잔인하고 박행함이 인간보다 더한 것은 없다

夫非其有而取之

(부비기유이취지) : 대체 제 것이 아닌데 취하는 것을

謂之盜

(위지도) : 도(盜)라 하고,

殘生而害物者

(잔생이해물자) : 생(生)을 빼앗고 물(物)을 해치는 것을

謂之賊

(위지적) : 적(賊)이라 하나니,

汝之所以日夜遑遑

(여지소이일야황황) :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揚臂努目

(양비노목) :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挐攫而不恥

(나확이불치) : 노략질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르고,

甚者

(심자) : 심한 놈은

呼錢爲兄

(호전위형) : 돈을 불러 형님이라 부르고,

[주D-024]돈을……부르고 : 옛날 돈이 구멍이 났으므로 공방형(孔方兄)이라 하였고, 또는 돈을 가형(家兄)이라 한 이도 없지 않았다. 진(晉) 나라 노포(魯褒)의 〈전신론(錢神論)〉에 나오는 말들.

 

求將殺妻

(구장살처) : 장수가 되기 위해서 제 아내를 살해하였다면

[주D-025]장수되기……일 : 전국 때 명장 오기(吳起)의 고사.

 

則不可復論於倫常之道矣

(즉불가부론어륜상지도의) : 다시 윤리 도덕을 논할 수도 없다.

乃復攘食於蝗

(내부양식어황) : 뿐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아 먹고,

奪衣於蚕

(탈의어천) :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아 입고,

禦蜂而剽甘

(어봉이표감) : 벌을 막고 꿀을 따며,

甚者

(심자) : 심한 놈은

醢蟻之子

(해의지자) : 개미 새끼를 젖담아서

以羞其祖考

(이수기조고) : 조상에게 제수로 진설하니
[주D-026]개미……제사하니 : 《예기》 내칙편(內則篇)에 나오는 일.

 

其殘忍薄行

(기잔인박행) : 잔인하고 박행함이

孰甚於汝乎

(숙심어여호) : 무엇이 너희보다 더 하겠느냐?

 

6)인간은 천하의 도적이다

汝談理論性

(여담리론성) : 너희가 이(理)를 말하고 성(性)을 논할 적에

動輒稱天

(동첩칭천) :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自天所命而視之

(자천소명이시지) : 하늘의 소명(所命)으로 보자면

則虎與人

(즉호여인) : 범이나 사람이나

乃物之一也

(내물지일야) : 다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自天地生物之仁而論之

(자천지생물지인이론지) :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仁)으로 논하자면

則虎與蝗蚕蜂蟻與人並畜

(즉호여황천봉의여인병축) : 범과 메뚜기․누에․벌․개미 및 사람이 다같이 땅에서 길러지는 것으로

而不可相悖也

(이불가상패야) :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自其善惡而辨之

(자기선악이변지) :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

則公行剽刦於蠭蟻之室者

(즉공행표겁어蠭의지실자) :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은

獨不爲天地之巨盜乎

(독불위천지지거도호) : 홀로 천지간의 거대한 도둑이 되지 않겠는가?

肆然攘竊於蝗蚕之資者

(사연양절어황천지자자) : 메뚜기와 누에의 밑천을 약탈하는 것은

獨不爲仁義之大賊乎

(독불위인의지대적호) : 홀로 인의(仁義)의 대적(大賊)이 아니겠는가?

 

7)동류끼리 잡아먹는 것은 인간밖에 없다

虎未甞食豹者

(호미상식표자) : 범이 일찍이 표범을 잡아먹지 않는 것은

誠爲不忍於其類也

(성위불인어기류야) : 동류를 차마 그럴 수 없어서이다.

然而計虎之食麕鹿

(연이계호지식균록) : 그런데 범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食麕鹿之多也

(불약인지식균록지다야) : 사람이 노루와 사슴을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으며,

計虎之食馬牛

(계호지식마우) : 범이 말과 소를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食馬牛之多也

(불약인지식마우지다야) : 사람이 말과 소를 잡아먹은 것만큼 많지 않다.

計虎之食人

(계호지식인) : 범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이

不若人之相食之多也

(불약인지상식지다야) : 사람이 서로를 잡아 먹는 것만큼 많지 않다.

去年關中大旱

(거년관중대한) : 지난해 관중(關中)이 크게 가물자

民之相食者數萬

(민지상식자수만) :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고,

往歲山東大水

(왕세산동대수) : 전해에는 산동(山東)에 홍수가 나자

民之相食者數萬

(민지상식자수만) :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다.

雖然

(수연) : 비록 그러하나

其相食之多

(기상식지다) : 사람들이 서로 많이 잡아먹기로야

又何如春秋之世也

(우하여춘추지세야) : 춘추(春秋) 시대 같은 때가 있었을까?

春秋之世

(춘추지세) : 춘추 시대에

樹德之兵十七

(수덕지병십칠) : 공덕을 세우기 위한 싸움이 열에 일곱이었고,

報仇之兵十三

(보구지병십삼) : 원수를 갚기 위한 싸움이 열에 셋이었는데,

流血千里

(류혈천리) : 흘린 피가 천 리에 물들었고,

伏屍百萬

(복시백만) : 거꾸러져 죽은 시체가 백만이나 되었더니라.

 

8)범의 예성(睿聖)과 무용(武勇) & 인의(仁義)

而虎之家水旱不識

(이호지가수한불식) : 범의 세계는 큰물과 가뭄의 걱정을 모르기 때문에

故無怨乎天

(고무원호천) :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讐德兩忘

(수덕량망) : 원수도 공덕도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故無忤於物

(고무오어물) : 누구를 미워하지 않으며,

知命而處順

(지명이처순) : 운명을 알아서 따르기 때문에

故不惑於巫醫之姦

(고불혹어무의지간) : 무(巫)와 의(醫)의 간사에 속지 않고,

踐形而盡性

(천형이진성) : 타고난 그대로 천성을 다하기 때문에

故不疚乎世俗之利

(고불구호세속지리) :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않으니,

此虎之所以睿聖也

(차호지소이예성야) : 이것이 곧 범이 예성(睿聖)한 것이다.

 

窺其一班

(규기일반) : 우리 몸의 얼룩무늬 한 점만 엿보더라도

足以示文於天下也

(족이시문어천하야) : 족히 문채(文彩)를 천하에 자랑할 수 있으며,

不藉尺寸之兵

(불자척촌지병) : 한 자 한 치의 칼날도 빌리지 않고

而獨任爪牙之利

(이독임조아지리) : 다만 발톱과 이빨의 날카로움을 가지고

所以耀武於天下也

(소이요무어천하야) : 무용(武勇)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彛卣蜼尊

(이유유존) : 종이(宗彛)와 유준(蜼尊)은

所以廣孝於天下也

(소이광효어천하야) : 효(孝)를 천하에 넓힌 것이며,

一日一擧而烏鳶螻螘

(일일일거이오연루의) : 하루 한 번 사냥을 해서 까마귀나 솔개․청마구리․개미 따위에게까지

共分其餕

(공분기준) : 대궁을 함께 나누어 주니

仁不可勝用也(인불가승용야) : 그 인(仁)한 것이 이루 말할 수 없고,

讒人不食

(참인불식) : 굶주린 자를 잡아먹지 않고,

廢疾者不食

폐질자불식) : 병든 자를 잡아먹지 않고,

衰服者不食

(쇠복자불식) : 상복(喪服) 입은 자를 잡아먹지 않으니

[주D-027]고자질하는……않으니 : 이 세 가지를 먹지 않는다는 말은 우리나라 재래로부터 내려오는 속담.

 

義不可勝用也

(의불가승용야) : 그 의로운 것이 이루 말할 수 없다.

 

9)인간의 잔학(殘虐)

ㅡ그물, 창, 화포, 붓

不仁哉

(불인재) : 불인(不仁)하기 짝이 없다,

汝之爲食也

(여지위식야) : 너희들의 먹이를 얻는 것이여!

機穽之不足

(기정지불족) : 덫이나 함정을 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而爲罿也罞也罛也罾也罦也罭也

(이위 동야 모야 고야 증야 부야 역야)

: 저 새 그물과 작은 노루 그물[網] , 물고기 그물과 큰 물고기 그물, 수레 그물과 삼태 그물 따위들을 만들었으니,

注]罞(모):고라니그믈. 罛(고):물고기그물. 罾(증):어망과 통발. 罦(부):덮치기. 罭(역):어망.

始結網罟者

(시결망고자) : 처음 그것을 만들어 낸 놈이야말로

裒然首禍於天下矣

(부연수화어천하의) : 세상에 가장 재앙을 끼친 자이다.

 

有鈹者 戣者 殳者 斨者 叴者 矟者 鍜者 鈼者者

(유피자 규자 수자 장자 구자 삭자 하자 작자자)

: 게다가 큰바늘과 쥘창, 날 없는 창과 도끼, 세모창과 한길 여덟 자 창, 뾰죽 창과 작은 칼, 긴 창까지 만들었지.

注] 鈹(피):종기. 째는 데 쓰이는 양날이 있는 파종침. 창. 戣(규):양지창. 殳(수):창, 모둥이. 斨(장):도끼. 厹(구):세모창. 矟(삭):삼지창. 鍜(하):목투구. 鈼(작):釜也, 鉹(창칼치)也. 礮(포):돌쇠뇌. 逞(령):굳세다, 쾌하다, 즐겁다.

 

有礮發焉

(유포발언) : 화포(火砲)란 것이 있어서, 이것을 한번 터뜨리면

聲隤華嶽

(성퇴화악) : 소리는 산을 무너뜨리고

火洩陰陽

(화설음양) : 천지에 불꽃을 쏟아

暴於震霆

(폭어진정) : 벼락치는 것보다 무섭다.

 

是猶不足以逞其虐焉

(시유불족이령기학언) : 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則乃吮柔毫

(즉내연유호) : 이에 부드러운 털을 쪽 빨아서

合膠爲鋒

(합교위봉) : 아교에 붙여 뾰족한 물건을 만들어 냈으니,

體如棗心

(체여조심) : 그 몸은 대추씨 같고

長不盈寸

(장불영촌) : 그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淬以烏賊之沫

(쉬이오적지말) : 이것을 오징어의 시커먼 물에 적셔서

縱橫擊刺

(종횡격자) : 종횡으로 치고 찔러 대는데,

曲者如矛

(곡자여모) : 구불텅한 것은 세모창 같고,

銛者如刀

(섬자여도) : 예리한 것은 칼날 같고,

銳者如釖

(예자여도) : 예리한 것은 낫같고,

歧者如戟

(기자여극) : 두 갈래 길이 진 것은 가지창 같고,

直者如矢

(직자여시) : 곧은 것은 화살 같고,

彀者如弓

(구자여궁) : 팽팽한 것은 활 같아서,

此兵一動

(차병일동) : 이 병기(兵器)를 한번 휘두르면

百鬼夜哭

(백귀야곡) : 온갖 귀신이 밤에 곡(哭)을 한다.

[주D-028]보드라운……지경이라니 : 붓으로 문자를 써서 온갖 못된 짓을 다한다는 비유. 옛날 창힐(倉頡)이 한자(漢子)를 처음 짓자, 귀신이 밤에 울었다 하였다.

 

其相食之酷

(기상식지혹) : 서로 잔혹하게 잡아먹기를

孰甚於汝乎

(숙심어여호) : 너희들보다 심히 하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

 

[5]북곽선생의 권위회복

 

1)북곽은 범의 구중을 듣고도 경전을 들먹이며 범의 풍교를 배우겠노라 아첨한다

北郭先生離席俯伏

(북곽선생리석부복) : 북곽 선생은 자리를 옮겨 부복(俯伏)해서

逡巡再拜

(준순재배) : 물러나 거듭 절하며

頓首頓首曰

(돈수돈수왈) : 머리를 새삼 조아리고 아뢰었다.

傳有之

(전유지) : “맹자(孟子) 이루편(離婁篇)에 일렀으되

雖有惡人

(수유악인) : ‘비록 악인(惡人)이라도

齋戒沐浴

(재계목욕) : 목욕 재계(齋戒)하면

則可以事上帝

(즉가이사상제) : 상제(上帝)를 섬길 수 있다.’ 하였습니다.

下土賤臣

(하토천신) : 하토의 천한 신하는

敢在下風

(감재하풍) : 감히 아래 처지에 서옵니다.”

 

屛息潛聽

(병식잠청) : 북곽 선생이 숨을 죽이고 명령을 기다렸으나

久無所命

(구무소명) : 오랫동안 아무 명령이 없기에

誠惶誠恐

(성황성공) : 참으로 황공해서

拜手稽首

(배수계수) : 절하고 조아리다가

仰而視之

(앙이시지) : 머리를 들어 바라보니,

東方明矣

(동방명의) : 이미 먼동이 터 훤히 밝았는데

虎則已去

(호칙이거) : 범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2)들에 나온 농부 만나 권위를 온전히 회복하다

 

農夫有朝菑者

(농부유조치자) : 그 때 새벽 일찍 밭 갈러 나온 농부가 있었다.

問先生何早敬於野

(문선생하조경어야) : “선생님, 이른 새벽에 들판에서 무슨 기도를 드리고 계십니까?”

北郭先生曰

(북곽선생왈) : 북곽 선생은 엄숙히 말했다.

吾聞之

(오문지) : “내가 들으니 시경시에

謂天蓋高

(위천개고) : ‘하늘이 높다 해도

不敢不局

(불감불국) :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謂地蓋厚

(위지개후) : 땅이 두텁다 해도

不敢不蹐

(불감불척) :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 하셨느니라.”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8090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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