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선비가 집에 있으니
먼 곳에 사는 친구가
오랜만에 방문했다.
그래서 반갑게 맞이하고는
큰소리로 여종을 불렀다.
"얘야! 이리 오너라!
사랑방에 귀한 손님이 오셨느니라."
바깥 주인이 부르는 소리에
여종은 '예'하고 길게 대답하면서
사랑방 쪽으로 나아가니,
주인은 이렇게 시키는 것이었다.
"귀한 손님이 먼 데서 오셨으니
안으로 들어가서 마님께 일러라.
송이(松이) 같은 것과
연계(軟鷄) 같은 것을 삶아서
안주를 장만하고,
술을 걸러
한상 잘 차려 내오도록 하고!"
바깥 주인의 분부를 받은
여종은 곧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안방마님에게 이렇게 고했다.
"마님, 서방님께서 먼 데서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술상을 차려 내오라고 하시면서,
송이 같은 것과
연계 같은 것을 삶아
안주를 장만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연계 같은 것은
생치(生雉 : 꿩)로 생각되오나,
송이 같은 것이란 어찌 생긴 것인지
그 모양을 알지 못하겠으니
자세히 가르쳐주십시오."
이에 안방마님은
크게 부끄러워하면서 웃더라.
'고전문학 > 국역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512화. 솔개 깃도 모르는 형제 (持羽相訟) (0) | 2019.07.30 |
---|---|
511화. 상주의 망발 (哭者之頑) (0) | 2019.07.30 |
509화. 욕심 부리는 종 (有人欲往) (0) | 2019.07.30 |
508화. 어씨 잔치에 소씨 손님 (蘇參魚宴) (0) | 2019.07.30 |
507화. 욕심으로 망한 허씨 (一許姓者) (2) | 2019.0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