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512화 - 솔개 깃도 모르는 형제 (持羽相訟)
어느 시골에 한 사람이
두 아들을 두고 있었는데,
큰 아이는 나이 스무 살이 다 되었고,
작은 아들은 형보다 서너 살 아래였다.
그런데 두 아이 모두
글공부를 하지 못해
매우 무식했다.
하루는 이 아들 형제가
나무지게를 짊어지고 산길을 가다가,
마침 길가에 떨어져 있는
날짐승의 커다란 깃을 발견했다.
그것은 높은 하늘을 나는
솔개가 떨어뜨린 것이었다.
그러자 아우가
이 깃을 집어 들고는
흔들어 보면서 말했다.
"형! 이것이 무늬가 있고
무섭게 생긴 것으로 보아,
아마도 호랑이 깃으로 생각되는구먼.
형은 호랑이를 봤나?"
이에 형이
그 깃을 뺏어 들어 들어보고는
소리쳐 말했다.
"이 바보야. 이건 말이지,
호랑이가 아니라
그 멧돼지란 놈의 깃인 것 같은데,
틀림없이 멧돼지 깃일 거야."
"형은 잘 모르면서 그래.
이건 분명히 호랑이 깃이야."
"뭐라고? 내가 왜 모른단 말이냐?
너야말로 어려서
뭘 잘 모르고 있는 모양인데.
이건 분명히 호랑이 깃은 아니야."
형제는 이렇게 호랑이다,
멧돼지다 하고 서로 우기면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그리하여 나무를 한 짐씩 해서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뒤,
형이 그것을 부친에게
보이면서 물었다.
"아버지, 우리가 산길에서
이 깃을 주웠거든요.
그런데 무슨 짐승의 깃인지 몰라
서로 다투다가
결론을 내리지 못했어요."
이에 부친이 그것을 받아보고는,
형과 아우가 무슨 짐승의 깃이라고
우기면서 다투었느냐고 묻자
아우가 대답했다.
"아버지, 형은 이 깃을
멧돼지의 것이라고 우기는데,
내가 보기에는 분명히
호랑이의 것인 듯합니다."
두 아들의 이야기를 들은
부친은 그 깃을 들고서
한동안 이리저리 돌려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아, 정말 큰일이로다.
너희들에게 글공부를 못 시켜
이리도 무식하게 되었으니
어떻게 하면 좋으냐?
큰아들은 나이 스무 살이 되었는데도
이런 깃 하나가
무슨 짐승의 것인지를 모르니,
우리 집안의 장래가
심히 걱정스럽도다.
내가 죽고 나면
이런 것을 가르쳐 줄 사람도 없고
참으로 통탄스러운 일이로다."
부친은 이렇게 한참 동안
탄식을 하다가 마침내 말했다.
"얘들아! 이 깃은 곧
토끼라는 짐승의 것이니라."
부친의 이말에 형제는
고개를 끄덕였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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