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14화 - 서로 인색함을 조롱하다 (兩吝相嘲)
옛날 호남 지역 사람들은
대나무를 가지고 업으로 삼아,
비록 한 가지의 대라도 소중히 여기고
그것을 쪼개 그릇으로 만들어
비싼 값에 팔려고 애를 썼다.
한편, 남양 고을 사람들은
감으로 업을 삼으니,
감나무에 감이 열리면
그 수를 세어 주야로 지키며
이익을 취하려고
갖은 애를 쓰는 것이었다.
이렇게 두 지역에서 저마다 중시하며,
그것을 아끼고 낭비하지 않으려고
인색하게 굴자
자연히 세상에 소문이 나서,
그 인색함을 이야기로 꾸며
놀리고 웃는 경우가 많았다.
먼저 호남 지역 사람이 감에 대해
인색하게 구는
남양 지역 사람들을 놀려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일찍이 듣건대,
그 쪽 지역 사람들은
감나무에 감이 익었을 때,
그것이 햇과일이니
가묘의 신주 앞에 올려놓고
천신(薦新) 예를 올려야 하는데,
그 감을 따기 아까워
그대로 감나무에 둔 채
신주를 내다 그 나무에 걸어 놓고
제사를 모신다고 합디다.
그리고는 조상신에게
감나무의 감을 많이 잡수시라고
밤새 걸어 둔다는데,
이 때 이웃집 아이들이
새벽에 놀다가
그 걸린 신주를 보고
비둘기로 오인해,
활로 쏘아 떨어뜨려서
신주가 파손되기도 한답니다.
어디 그 말이 사실인지요?"
이에 남양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그거야 당신네들이
우리 지역 사람들을 놀리며,
욕되게 하려고 꾸며낸 이야기지요.
나는 당신들 호남 지역 사람들이
애지중지하는
대나무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그러면서 또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덧붙였다.
"호남 지역 사람들은
대나무를 무척 아껴,
죽순이 처음 올라오면
선대 조상들에게 많이 잡수시라고,
신주를 내다 죽순 끝에 매달아
며칠 동안 둔다고 들었습니다.
그렇게 해두면
죽순이란 하룻밤 사이
수십 척을 자라는 성질이 있어서,
그 신주가 높이 솟아오른
죽순 끝에 매달려
수십 척 높이가 되니,
도저히 내릴 수 없어
고생을 한다고 했습니다.
대나무가 미끄러우니
기어 올라갈 수도 없고,
자라서 올라간 죽순을 잡아당겨
신주를 내리려니,
여린 죽순이 부러질 것 같아
할 수 없이 화살을 쏘아
떨어뜨리는데,
그 때 신주함이 땅에 떨어지면서
깨어지기도 한다더군요.
그러면 곧 헌 말발굽 못을 박아
고쳐서 흔들어 보고
움직이지 않으면,
천 년은 더 견딜 거라면서
기뻐한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이 사실인가요?"
이러면서 서로 쳐다보고
한바탕 크게 웃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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