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WxjwExo-IXs

 

 

https://www.youtube.com/watch?v=7OFu2OMnT8Y

 

 

 

 

논   골   담   화

 -묵호등대 그 불 빛 아래엔-

ㅡ 김 진 자

 

평생을 발아래 바다를 두고 살아 온 사람들

고샅길 산등성이에 매서운 바람이 들이쳐도

아부지들은 먼 바다로 * 이까바리 나가셨다

 

남자들이 떠난 지붕 위엔

밤이면 별꽃들이 저 혼자 피고 지고

아침이면 가난이 고드름으로 달려

온종일 허-기는 식구들처럼 붙어 있었다

 

칼바람에 온 몸을 싸맨 채

이까배를 가르고 명태 내장을 다듬으며

덕장에서 꾸덕꾸덕 명태가 마를 동안

그리움도 외로움도 얼었다 녹았다

설움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수없이 오르내리던 비탈진 골목길엔

닳아버린 고벵이 관절처럼

주인 없는 대문이 녹슨 채 삐걱거리고

허공에서 딸그락딸그락 명태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 올 즈음

한 해 겨울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겨울이 다가도록 돌아오지 못한 아부지들을 기다리며

등대는 밤이면 대낮처럼 불을 밝히고 애타게 애타게 손짓을 했지만

아부지들은 먼 바다에서 영영 돌아오지 못하고

세월은 구불구불 논골로 돌고 돌아

그 옛날 새 새댁 옥희 엄마는

기억도 희미해진 할머니가 되었다

 

망부석 처럼 서 있는 묵호등대

그 불빛 아래엔

조갑지만큼이나 숱한 사연이

못다 한 이야기로 담벼락에 피어나고

고봉밥처럼 넉넉하게 정을 나누며

바다바라기를 하는 사람들이

따개비처럼 따딱 붙어서 살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SO7V1oswvM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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