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稗言>은 〈서옥설〉의 이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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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저자사항
북한이나 중국에서는 이 책의 작가를 임제(林悌, 1549-1587)로 확정하고 있지만, 남한에서는 아직까지 찬자 및 시기에 대해 확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18세기 이후의 작품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강하다.
〈서옥설〉이 임제가 쓴 것으로 알려진 이유는 김태준이 『조선소설사』에서 비롯된다. 어떤 근거로 이 작품의 작가를 임제로 확정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추측컨대 김일성대학 송산문고에 소장된 등사본에 쓰인 ‘羅州 林悌 著’라는 기록과 관련되어 있으리라 본다. 아마도 김태준이 본 자료가 원본이고, 김일성대학에 소장된 자료는 이를 등사한 것이 아닌가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에서 이 작품의 저자를 임제로 보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소설 작품에 유명인을 가탁한 작품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작품 역시 임제를 가탁했을 가능성이 더욱 커 보인다. 이 점에서 아직은 이 작품의 작가를 미상으로 두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 하겠다.
구성 및 내용
이 책은 창고의 곡식을 모두 훔쳐 먹은 쥐를 창고 신[倉神] 앞에 잡아다가 송사를 벌이는 송사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송사의 형식을 통해 당시 세태를 고발하는 면모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우언소설의 형식도 갖추고 있다. 마지막에는 ‘태사공왈(太史公曰)’로 시작하는 간단한 논평을 붙였다. 소설 내지에는 각종 잡다한 한시 및 연환시(連環詩), 윤회시(輪回詩), 안택가(安宅歌). 차귀거래사(次歸去來辭) 등 다양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패언』의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옛날에는 마을에서 불이 났을 때 주변으로 번지는 환란을 벗어나기 위해 창사(倉舍)는 반드시 한적한 곳에다 지었다. 그래서 사람들의 발길이 뜸한 창고 주변은 풀이 무성하게 우거지고, 돌이 아무렇게나 굴러다니고, 이끼가 담장과 벽에 얽히고 설켜 있고, 곰팡이가 계단에 항상 피어 있었다. 창고가 먼 탓에 사람들의 발길도 뜸했다. 그 시절에 움푹 패인 굴에 큰 쥐가 살았는데, 교활하고 남을 속이는 데에 뛰어나서 모든 쥐들의 대장이 된다. 예전에 가마솥 세 다리 중 한 다리를 파서 넘어뜨린 것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단 것도 모두 그의 계략이었다.
하루는 쥐가 모든 쥐들을 불러 인적이 드문 창사에 들어가 생활할 것을 제안한 후, 마침내 천여 마리의 쥐를 거느리고 창고에서 지낸다. 이들은 배가 고프면 먹고, 배가 부르면 그치면서 10여년 간을 지내다보니, 마침내 창고가 텅 비게 된다. 이를 안 창고 신은 신병을 시켜 쥐를 잡아다가 그 죄를 꾸짖으며 그 도당과 부추긴 자들을 사실대로 말하도록 한다. 쥐는 먼저 자신의 고단한 신세를 말한 후, 복숭아나무 신[桃神]이 웃으며 지켜봤고, 버드나무 신[柳神]이 춤을 추면서 조장을 했다고 아뢴다. 그러자 창고 신이 이 둘을 잡아다가 그 죄를 물으니,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는 쥐가 말한 행위는 자기들의 본성임을 아뢴다. 창고 신이 그들의 공초를 보고 근거가 있다고 보아, 그 둘을 감옥에 가둔 후 다시 쥐에게 묻는다. 그러자 쥐는 이번엔 문신(門神)과 호령(戶靈)이 자신을 조장했다고 말한다. 창고 신은 이에 둘을 잡아다가 그 죄를 물으니, 문신과 호령의 행위 역시 그들의 본성이므로 죄가 없다고 공초한다. 이들의 공초를 본 창고 신은 이 둘을 감옥에 가두고 다시 쥐에게 배후를 묻는다.
이런 식으로 쥐는 도신(桃神)과 유신(柳神), 문신(門神)과 호령(戶靈)에 이어 순차적으로 늙은 고양이(蒼猫)와 황견(黃犬), 청설모(狌)와 두더지(鼴), 흰 여우(白狐)와 삵(斑狸), 고슴도치(蝟)와 수달(㺚), 노루(獐)와 토끼(兎), 사슴(鹿)과 돼지(豕), 양(羊)과 새끼 양(羔), 원숭이(猿)와 코끼리(象), 승냥이(狼)와 곰(熊), 노새(䮫)와 당나귀(馿), 소(牛)와 말(馬), 기린(獜)과 사자(獅), 남산의 호랑이(南山之虎)와 북해의 용(北海之龍) 등이 자신을 조장했다고 말한다. 창고 신 역시 순차적으로 이들을 불러와서 그 죄를 따지고, 그들도 순차적으로 순리로써 무죄를 주장한다. 그들의 공초를 본 창고 신은 모두 근거가 있기에 이들을 옥에 가둔 후, 다시 쥐를 불러 화를 내며 바른대로 말하도록 한다.
이에 쥐는 다시 자신의 고단한 처지를 말한 뒤, 복숭아나무와 버드나무의 속성을 비판한다. 꽃이 피면 시들고 시들면 다시 피는 것이 나무의 이치로, 무심히 꽃이 피고 무심히 꽃이 지는 것이거늘 복숭아나무는 그렇지 않아서 사람의 눈을 현혹시키고 사람의 마음을 태탕케 하니, 연꽃이나 매화와 비교하여 어떠한가를 묻는다. 또한 무당들에게 꺾여 기도의 용도로나 쓰이고, 무릉도원으로 이끌어 피세하게 한 후 다시 그 곳을 찾지 못하게 한 죄를 따진다. 버드나무는 상심을 자아내게 하는 나무임을 말한다. 그러므로 두 나무는 상서롭지 못함을 따진다. 이런 식으로 앞서 창고 신에게 자신을 조장했다고 말한 존재의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제시한다. 그것은 공초를 길게 함으로써 요체를 짚어낼 수 없도록 하려는 쥐의 꼼수이기도 했다.
이어서 쥐는 자신이 밤에 작업을 할 때 반딧불이가 불을 밝히고, 닭은 새벽이 온다는 것을 알려주기에 수월하게 일을 할 수 있었다고 밝힌다. 이에 창고 신은 반딧불이와 닭을 잡아와 그 죄를 따진다. 반딧불이와 닭은 자신들이 밤에 불을 밝히고 새벽에 우는 이유를 말한다. 공초를 본 창고 신은 이 둘을 일단 가둔 후, 쥐가 고발한 내용은 반딧불이와 닭의 직임이라 하고, 쥐에게 실제 부추긴 자를 사실대로 말하라고 한다. 이에 쥐는 순차적으로 달팽이(蝸)와 거미(蟻), 두견새(杜鵑)와 앵무새(鸚鵡), 꾀꼬리(鶯)와 나비(蝶), 제비(燕)와 개구리(蛙), 박쥐(蝙蝠)와 참새(鳥雀), 까마귀(烏)와 까치(鵲), 솔개(鴟)와 올빼미(梟), 거위(鵝)와 오리(鴨), 굴뚝새(鷦鷯)와 비둘기(鵓鳩), 메추라기(鶉)와 꿩(雉), 매(鷹)와 새매(鸇), 기러기(鴻)와 큰기러기(鵠), 황새(鸛)와 집오리(鶩), 갈매기(鷗)와 백로(鷺), 송골매(鶻)와 수리(鷲), 비취(翡翠)와 원앙(鴛鴦), 해오라기(鵁鶄)와 비오리(鸂鶒), 난새(鸞)와 학(鶴), 봉황(鳳凰)과 공작(孔雀), 붕새(鵬)와 고래(鯨)가 부추겼다고 한다. 창고 신은 이들의 공초를 보고 모두 수감한 후, 그들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음을 밝힌다. 그러면서 화를 내며 다시 부추긴 자들을 요구하자, 쥐는 한꺼번에 벌(蜂), 매미(蟬), 거미(蜘蛛), 풀벌레(螗䗻), 하루살이(蜉蝣), 잠자리(蜻蜓), 파리(蠅), 모기(蚊), 두꺼비(蟾蜍), 지렁이(蚯蚓), 자라(鰲), 게(蟹) 등이 부추겼다고 한다.
창고 신은 이들을 모두 가두고, 철사로 쥐를 묶어 기둥에 매단 후 신병들에게 명하여 오형(五刑)의 기구와 큰 솥에 담긴 뜨거운 물을 가져오게 하며 위협한다. 그리고 자기의 족당들이 작당하고서 날짐승과 들짐승 및 곤충들에게까지 그 죄를 돌리니 그 간악함이 드러났다면서 쥐의 입을 자르고, 가죽을 벗겨내고, 사지를 잘라내고, 가슴과 배를 가르고, 꼬리를 자르며, 귀를 끊고, 눈을 도려내고, 목을 끊고, 그 척추는 끓는 물에 던짐으로써 남는 것이 하나도 없게 하라고 명한다. 이에 쥐는 울며 한 마디 말을 하고 죽겠다고 한다. 그러고는 신(神)은 자신의 간악함만 알고, 자신이 말한 다른 동물들의 사특함을 모른다면서 그들의 특성에 따른 잘못을 하나하나 제시한다.
말을 마치자 맹견이 침을 흘리고 혀를 날름거리며 쥐를 물려하자, 그제야 쥐는 다급하게 자신을 부추긴 자를 사실대로 말하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하늘과 땅의 신, 산과 들의 도깨비, 푸르고 울창한 소나무와 잣나무, 바람과 구름, 이슬과 별, 해와 달 등 모든 것들이 상제의 명에 따른 것이니, 자신의 행위도 그러한 것이니 무슨 죄냐고 묻는다. 이에 창고 신은 크게 웃으며 상제께서 악종을 내신 까닭을 여쭙겠다고 한 후, 상제를 알현하자, 상제는 그 사안을 보고 간활한 꾀로 자신의 덕을 더럽히고 금수들을 무고했다고 하면서 쥐는 온갖 방법으로 죽이고, 나머지 금수는 방송하라고 한다. 이에 창고 신은 내려와 모든 금수를 풀어주고, 임의로 복수를 하도록 한다. 이에 하늘과 땅을 덮을 만큼 급히 쥐 육속에게 달려들어 물어뜯고 하는 등의 잔혹한 복수를 한다. 기린과 봉황이 말리면서 그만 두게 하자, 비로소 모두 돌아간다. 이로써 이후는 창고의 곡식이 농사짓지 않은 자에게 빼앗기는 환란도 없어졌다.
서지적 가치
이 책은 〈서옥설〉 이본이다. 현재까지 알려진 〈서옥설>은 국립중앙도서관본 〈鼠獄記〉, 규장각본 〈鼠獄說〉, 김광순본 〈鼠獄說〉, 임형택본 〈鼠獄說〉 등이 있다. 이 외에 김일성대학본 등 북한에도 몇 종이 더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지금까지 보았던 소설과는 다른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또한 책 이면에 쓴 다양한 한시와 글들도 주목할 만하다. 이들 역시 기녀 관련 한시들을 한데 모아 놓기도 하는 등 따져볼 만한 작품들도 더러 보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시 주목해야 할 장르는 소설이다.
여기에 실린 소설은 기존에 보았던 고전소설과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독자들의 흥미를 고려한 권선징악을 주제로 했다든가, 구성력에서 긴밀성을 갖추려고 했다든가 하는 점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사물의 속성을 강조하려고 한 경향만이 돋보일 뿐이다. 내용에서 쥐가 제시하고 비판한 실로 다양한 들짐승과 날짐승, 그리고 곤충의 속성은 서사적 장치로 활용되었다기보다는 찬자가 독자들에게 지식을 드러내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다양한 동물이나 곤충을 제시하면서 낯선 한자들을 다수 쓴 것도 서사성보다는 교술성을 강조한 결과라 할 만하다. 내용 그 자체보다는 현학적인 내용을 드러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이런 유형의 소설은 현재까지 많이 알려진 바가 없다. 아마도 19세기 이후 지적 요구 양상이 소설을 통해 드러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음 직하다.
내용적 가치
이 책의 내용은 특별할 것이 없다. 곡식을 훔친 쥐를 창고 신이 징치했다는 것이 전부다. 더구나 소설을 구성하는 내용 대부분은 쥐가 배후로 지목한 각종 동물들의 공초를 듣는 데에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 소설은 줄거리 자체보다 동물들이 말한 속성을 이해하는 점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속성을 통해 말하고자 한 것은 이 소설 작가가 살았던 당대의 현실적 문제를 제시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점은 이 소설의 마지막 논평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불은 두드리지 않으면 번지고, 옥사는 결단하지 않으면 번진다. 창고 신으로 하여금 그 죄를 따져 책망하였으면 그 재앙은 반드시 거세게 번지지 않았을 것이다. 아! 요사한 기운이 쌓인 것이 어찌 창고에 구멍을 내는 미물 하나뿐이겠는가? 아! 두렵도다![火不擈則延, 獄不斷則蔓, 向使倉神, 案其罪而磔之, 則其禍必不熾也. 噫! 戾氣所鍾, 豈獨穴倉之一虫也. 吁! 可畏也.]
불길을 미리 잡지 않으면 큰 불이 되는 것처럼 옥사도 일찍이 결단하지 않으면 크게 번진다는 하였다. 그리고 작가가 말하고자 한 본심을 직접 드러냈다. ‘요사한 기운이 어찌 쥐와 같은 미물뿐이겠는가?’라는 물음은 곧 세상 천지에 사악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는 것을 말한 것에 다름 아니다. 즉 이 소설은 사악한 자들에 의해 횡행하는 무분별한 송사와 분명한 사안에 대해 우유부단한 면모를 갖춘 당시의 세태를 동물에 빗대어 제시한 것이라 할 만하다.
북한에서 다루고 있듯이, 이 작품을 ‘중세 봉건사회 탐관오리의 교활성과 악랄성을 풍자한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런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정치성보다는 세태에 초점을 맞춰 읽는 것도 이 작품을 이해하는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음 직하다. 실제 이런 유형의 소설은 근대 전환기 금수회의록과 같은 동물들을 통해 세태를 경계한 우언소설의 선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물론 그것이 외래 작품을 수용한 것이라 해도, 그런 문학적 전통이 존재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가치를 갖기 때문이다. 또한 쥐, 다람쥐, 두꺼비, 황새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가운데 많은 동물들이 함께 등장해 송사 또는 토론을 벌이는 19세기의 여타 우화소설과 함께 그 사적 흐름을 조명할 가치가 있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참고문헌
장효현, 윤재민, 최용철, 지연숙, 이기대, 『교감본 한국한문소설 우언우화소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2007.
김태준, 박희병 교주, 『증보 조선소설사』, 한길사, 1992.
조선문학창작사 고전문학실, 『고전소설 해제』, 한국문화사, 1994.
encykorea.aks.ac.kr/Contents/Item/E0059793
패관문학에 대한 의미를 대략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① 설화문학,
② 설화문학과 소설문학을 연결하는 과도기적인 문학형식,
③ 고려 후기의 가전체작품,
④ 실사적(實事的)인 잡록 또는 견문잡지(見聞雜識)를 총집한 수필문학,
⑤ 고전소설,
⑥ 고려 중엽에 등장한 『파한집』·『보한집』 등의 시화문학 등이다.
www.youtube.com/watch?v=KLpOIbt-VCE
* 조선시대엔 창고의 곡식이나 축내던 관료들이 이제는 땅투기로 민초들의 가슴에 불을 지르는군요.
www.youtube.com/watch?v=oz8U8GJA1Jw
www.youtube.com/watch?v=gIHYIslGqnE
박영선 32%-오세훈 55.8% /김영춘 32.1%-박형준 51.1% (리얼미터)
www.youtube.com/watch?v=97EDyaaG17I
www.youtube.com/watch?v=MP5VmiV4lfM
[4·7 재보선] '친노' 조기숙 "민주당의 네거티브 안 통해..명분 있는 패배 준비해야"
news.v.daum.net/v/20210401004000768
"명분 있는 패배가 盧정신..그래야 차후 도모"
"LH사태는 성냥불에 불과, 폭발할 게 폭발했다"
"文극렬 지지자, 막말과 훈계질이 도를 넘어"
www.youtube.com/watch?v=TkK2YPGW-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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