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거문도 ㅡ 손죽도 ㅡ 초도

 

양희은 노래, 수선화에게

www.youtube.com/watch?v=hSlkK3Cw3VU

 

수선화에게
ㅡ 정호승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 검은 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퍼진다​


시선집 『수선화에게』 비채, 2015-03-28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19710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ㅡ  정호승

 

나는 이제 벽을 부수지 않는다

따스하게 어루만질 뿐이다

벽이 물렁물렁해질 때까지 어루만지다가

마냥 조용히 웃을 뿐이다

웃다가 벽 속으로 걸어 들어갈 뿐이다

벽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봄눈 내리는 보리밭 길을 걸을 수 있고

섬과 섬 사이로 작은 배들이 고요히 떠가는

봄바다를 한없이 바라볼 수 있다

 

나는 한때 벽 속에는 벽만 있는 줄 알았다

나는 한때 벽 속의 벽까지 부수려고 망치를 들었다

망치로 벽을 내리칠 때마다 오히려 내가

벽이 되었다

나와 함께 망치로 벽을 내리치던 벗들도

결국 벽이 되었다

부술수록 더욱 부서지지 않는

무너뜨릴수록 더욱 무너지지 않는

벽은 결국 벽으로 만들어지는 벽이었다

 

나는 이제 벽을 무너뜨리지 않는다

벽을 타고 오르는 꽃이 될 뿐이다

내리칠수록 벽이 되던 주먹을 펴

따스하게 벽을 쓰다듬을 뿐이다

벽이 빵이 될 때까지 쓰다듬다가

물 한잔에 빵 한 조각을 먹을 뿐이다

그 빵을 들고 거리에 나가

배고픈 이들에게 하나씩 나눠줄 뿐이다

ㅡ 정호승(2004). <이 짧은 시간 동안>. 창비.

 

 

 

https://www.youtube.com/watch?v=6z1YCyqSIaQ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52611290000698

 

이름은 쑥섬, 실제는 꽃섬... 꿈결 같은 한나절 섬 여행

고흥의 작은 섬들이 개성 만점 관광지로 변신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쑥이 많아 애도(艾島)라 불리던 외나로도 앞 쑥섬이 꽃 섬으로 변신했다. 알록달록 꽃장식을 한 언덕 너머로 쪽빛 바다가 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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