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 김현승
더러는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들이라 하올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니인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남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김현승 시전집」(김인섭 엮음·해설, 민음사, 2005) 중에서
호남신학대학교 교정에 세워진 <가을의 기도> 시비
가을의 기도
ㅡ 김현승
(다형 김현승의 ‘가을의 기도’ 전문. 문학예술 1956)
견고한 고독
ㅡ 김현승
껍질을 더 벗길 수도 없이
단단하게 마른
흰 얼굴.
그늘에 빚지지 않고
어느 햇볕에도 기대지 않는
단 하나의 손발.
모든 신들의 거대한 정의 앞엔
이 가느다란 창끝으로 거슬리고,
생각하던 사람들 굶주려 돌아오면
이 마른 떡을 하룻밤
네 살과 같이 떼어 주며,
결정(結晶)된 빛의 눈물,
그 이슬과 사랑에도 녹슬지 않는
견고한 칼날- 발 딛지 않는
피와 살.
뜨거운 햇빛 오랜 시간의 회유에도
더 휘지 않는
마를 대로 마른 목관악기의 가을
그 높은 언덕에 떨어지는,
굳은 열매
쌉쓸한 자양(滋養)
에 스며드는
에 스며드는
네 생명의 마지막 남은 맛!
* <견고한 고독>, 관동출판사, 1968 ; <김현승 전집 1>, 시인사, 1985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0508
https://yoont3.tistory.com/11299114
https://www.poemlove.co.kr/bbs/board.php?bo_table=tb02&wr_id=1504
절대고독
ㅡ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혼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준다.
나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인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도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나의 시는.
https://ko.wikipedia.org/wiki/%EA%B9%80%ED%98%84%EC%8A%B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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