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회 /447. [쪽수는 임명덕본 원문]

丞相大喜曰

승상대희왈

“吾九人之心 旣相合矣 尙何事之可慮乎?

“오구인지심 기상합의 상하사지가려호?

승상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우리 구인의 마음은 이미 서로 부합하니

오히려 무슨 일을 걱정하겠는가?

我當以明日作行矣.”

아당이명일작행의.”

내 마땅히 내일 떠나가리라.”하더라.

諸娘子曰 “妾等當各奉一盃 以餞丞相矣.”

제낭자왈 “첩등당각봉일배 이전승상의.”

여러 낭자가 말했다.

“첩들은 마다히 각각 한 잔씩을 받들어 승상을 전송하리이다.”

方命待兒 洗盞更酌矣

방명대아 세잔갱작의

방금 시녀를 명하여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루게 하니

投筑之聲 忽出於欄外石逕.

투축지성 홀출어난외석경.

축을 던지는 소리가 홀연(忽然) 난간 밖 돌길에서 나거늘

諸人皆曰 “何許人敢來於是處乎?”

제인개왈 “하허인감래어시처호?”

여러 사람이 모두 말하기를,

“ 어떤 사람이 이곳에 올라오는고?” 라고 했다.

已而 有一衲胡僧至前

이이 유일납호승지전

이미 한 승복을 입은 호승(胡僧)이 앞에 이르렀는데

厖眉尺長 碧眼波明 形貌動靜甚異矣.

방미척장 벽안파명 형모동정심이의.

긴 눈썹이 한 자 길이는 되고 파란 눈이 물결처럼 맑고

외모와 몸동작이 심히 괴이했다.

儼上高臺 與丞相對坐曰

엄상고대 여승상대좌왈

엄연(儼然)히 높은 대에 올라 승상과 마주 앉았다.

“山野之人 謁於大丞相矣.”

“산야지인 알어대승상의.”

“산야(山野) 사람이 대승상께 뵈옵니다.”

丞相已知非俗僧 忙起答禮曰

승상이지비속승 망기답례왈

승상이 이미 세속의 승려가 아닌 줄을 알고

황망(慌忙)히 일어나 답례했다.

“師傅來從何處乎?”

“사부래종하처호?”

“사부(師父)께서는 어디서 오십니까?”

胡僧笑曰 “丞相不解平生故人乎?

호승소왈 “승상불해평생고인호?

호승이 소왈(笑曰)

“평생 평생고인(故人)을 몰라보십니까?

曾聞貴人善忘 果是矣!”

증문귀인선망 과시의!”

일찍이 귀인(貴人)은 잘 잊는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과연 옳도다.”

丞相熟視之 似是舊面 而猶不分明矣

승상숙시지 사시구면 이유불분명의

승상이 자세히 보니

과연 낯이 익은 듯했으나 오히려 분명치는 않았다.

忽大悟 顧諸夫人而言曰

홀대오 고제부인이언왈

홀연 크게 깨달아 여러 부인을 돌아보며 왈,

“少游曾伐吐藩時 夢參於洞庭龍宮之宴 歸路暫上於南岳

“소유증벌토번시 몽참어동정용궁지연 귀로잠상어남악

“소유가 일찍이 토번을 정벌할 때

꿈에 동정 용궁의 잔치에 가 참석하고

돌아올 길에 잠시 남악에 올랐습니다.

見老和尙跏趺於法座 與衆弟子等講佛經矣

견노화상가부어법좌 여중제자등강불경의

늙은 화상(和尙)을 만났는데 법좌(法座)에 가부좌하고 앉아서

여러 제자들과 불경을 강론(講論)했습니다.

師傅無乃夢中所見之和尙乎?”

사부무내몽중소견지화상호?”

사부는 곧 꿈속에 만났던 화상이 아닙니까?”

胡僧拍掌大笑曰 “是矣 是矣 然只記夢中之一見

호승박장대소왈 “시의 시의 연지기몽중지일견

호승이 박장대소(拍掌大笑)했다.

“옳다, 옳다. 그러나 몽중(夢中)에 잠깐 만나 본 일은 기억하면서

而不記十年之同處 誰謂楊丞相聰明乎?”

이불기십년지동처 수위양승상총명호?”

십 년을 동처(同處)하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데

뉘라서 양 승상을 총명타 말하는고?”

丞相憫然曰 “少游十六歲以前 不離父母之眼前

승상민연왈 “소유십육세이전 불리부모지안전

승상이 민망했다.

“소유가 십륙 세 이전에는 부모의 안전을 떠나지 않았고,

十六歲登第 連有職名 不出京城

십육세등제 연유직명 불출경성

십육에 급제하여 연하여 직명이 있으니,

경성 밖을 나가지 않았습니다.

南使燕鎭 西擊吐藩之外 足跡無所及處

남사연진 서격토번지외 족적무소급처

남으로 연국(燕國)에 진을 개척하고

서쪽으로 토번을 정벌한 외에는

족적이 미친 곳이 없는데,

何時與師傅 十年相從乎?”

하시여사부 십년상종호?”

언제 사부와 십 년을 상종(相從)하였으리오?

胡僧笑曰 “丞相尙未醒昏夢矣.”

호승소왈 “승상상미성혼몽의.”

호승이 웃었다.

“상공이 오히려 춘몽(春夢)을 깨지 못하였도다.”

少游曰 “師傅可能使少游大覺乎?”

소유왈 “사부가능사소유대각호?”

소유가 말했다.

“사부는 소유로 하여금 춘몽을 깨게 할 수 있습니까?”

胡僧曰 “此不難矣.”

호승왈 “차불난의.”

호승이 답했다.

“이는 어렵지 않습니다.”

高擧手中錫仗 大叩欄干至再

고거수중석장 대고난간지재

손에 든 석장을 높이 들어

난간을 크게 두드리기를 두 번 하니,

遽有白雲亂起於四面山谷之間

거유백운난기어사면산곡지간

홀연 사방 산곡에서 흰구름이 어지럽게 일어나

陣陣飛來 環擁臺上 昏昏暗暗

진진비래 환옹대상 혼혼암암

모인 자리에 날아와 대상을 에워싸 어두컴컴해져

尋丈不辨丞相若在醉夢中矣.

심장불변승상약재취몽중의.

지척(咫尺)을 분별치 못하니,

승상이 정신이 아득하여 마치 취몽 중에 있는 듯했다.

良久 乃大聲疾呼曰

양구 내대성질호왈

그는 한참만에 큰소리를 내질렀다.

“師傅不以正道 指敎少游 乃以幻術相戱耶!”

“사부불이정도 지교소유 내이환술상희야!”

“사부는 정도(正道)로 소유를 인도(引導)치 아니하고

환술(幻術)로 서로 희롱하나이까?”

言未盡 雲氣盡捲

언미진 운기진권

말을 다하지 못하여서 구름이 다 걷히니

胡僧及 兩夫人六娘子 皆無蹤迹矣.

호승급 양부인육낭자 개무종적의.

호승과 두 부인과 육 낭자는 모두 종적이 없었다.

大驚大惑 定睛詳視

대경대혹 정정상시

크게 놀라고 정신이 없어

눈동자를 고정시키고 자세히 보니

則層樓複臺 疎簾密箔 都不可見

즉층루복대 소렴밀박 도불가견

층층한 누각과 겹친 대와

성긴 발들과 빽빽하던 발들은

도시 뵈지 않고

而自顧其身 獨在小庵中蒲團上

이자고기신 독재소암중포단상

스스로 자신을 돌아보니

홀로 한 작은 암자 중의 포단 위에 앉았는데,

火消香爐 月在西峰

화소향로 월재서봉

향로(香爐)에 불은 꺼지고, 달은 서족 산봉우리에 비치었다

自撫其頭 則頭髮新剃 餘根鬆鬆

자무기두 칙두발신체 여근송송

스스로 제 머리를 만져보니

두발을 갓 깎아 머리털이 가칠가칠하였고

一百八顆念珠 已垂項前

일백팔과염주 이수항전

일백여덟 낱 염주(念珠)가 이미 목 앞에 걸렸고,

眞是小和尙形摸 非復大丞相威儀

진시소화상형모 비부대승상위의

참으로 소화상의 몸이고 다시 대승상의 위의는 없었다.

神情愡愡 胸膈憧憧矣.

신정총총 흉격동동의.

정신을 잃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旣久忽覺 其身是蓮花道場性眞小和尙也

기구홀각 기신시연화도장성진소화상야

오랜 후에 비로소 깨달으니,

제 몸이 연화 도량의 성진(性眞) 소화상이었고

回念初被師傅戒責 隨力士往豊都

회념초피사부계책 수역사왕풍도

돌이켜 생각하니, 처음에 스승에게 책망을 당하여

역사를 따라 풍도로 가고,

幻生人世 爲楊家之子

환생인세 위양가지자

인간세상에 환생하여 양가의 아들이 되어

/448.

早捷壯元 爲翰林之官 出將三軍 入摠百揆

조첩장원 위한림지관 출장삼군 입총백규

일찍이 장원 급제하여 한림학사가 되고,

나아가 삼군에 대장이 되고

내직에 들어와서는 온갖 법도를 총괄하다가

上疏乞退 謝事就閑

상소걸퇴 사사취한

상소하여 은퇴를 빌고 업무를 떠나 한가로움에 나아가

與兩公主六娘子 對歌舞 聽琴瑟

여양공주육낭자 대가무 청금슬

두 공주 육 낭자와

가무를 구경하고 비파소리를 듣고

盃酒團欒 宸昏行樂 皆一場春夢中事.

배주단란 신혼행락 개일장춘몽중사.

잔술로 단란하고 밤낮으로 즐기던 것이

다 하룻밤 꿈이었다.

乃曰: 此必師傅知吾一念之差 俾著人間之夢

내왈: 차필사부지오일념지차 비저인간지몽

이에 생각하기를,

이것은 필연 사부가 나의 한결같은 생각이 잘못임을 알고,

인간세상의 꿈을 꾸게 하여

要令性眞 知富貴繁華 男女情慾 皆妄幻也.”

요령성진 지부귀번화 남녀정욕 개망환야.”

요컨대 성진으로 하여금

인간세상의 부귀영화와 남녀 정욕이

다 허망하고 환상인 줄 알게 함이로다.

急向石泉 淨洗其面 着納整弁

급향석천 정세기면 착납정변

급히 석천으로 향하여 얼굴을 개끗이 씻고

승복을 입고 고깔을 바로 쓰고

自詣方丈 衆闍梨已齊會矣.

자예방장 중도리이제회의.

방장(方丈)에 나아가니 다른 제자들이 이미 다 모였더라.

大師高聲問曰 “性眞 人間滋味果如何耶?”

대사고성문왈 “성진 인간자미과여하야?”

대사가 큰소리로 물었다.

“성진아, 인간 세상 자미가 과연 어떠하더뇨?”

性眞叩頭流涕曰

성진고두유체왈

성진이 고두하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性眞已大覺矣 弟子無狀

성진이대각의 제자무장

“성진이 이미 크게 깨달았나이다.

제자가 불초(不肖)하고

操心不正 自作之蘖 誰怨誰咎

조심부정 자작지얼 수원수구

마음가짐이 부정하여 스스로 지은 죄이니

누구를 원망하며 누구를 허물하리오?

宜處缺陷之世界 永受輪回之咎殃

의처결함지세계 영수윤회지구앙

마땅히 결함있는 세상에 거처하며

영구히 윤회(輪廻)의 재양을 받아야 하나

而師傅喚起一夜之夢 能悟性眞之心

이사부환기일야지몽 능오성진지심

사부게서 하룻밤 꿈으로 환기하여

성진의 마음을 깨달을 수 있게 하시니,

師傅大恩 雖閱千萬塵 而不可報也.”

사부대은 수열천만진 이불가보야.”

사부님의 크신 은혜는

천만 겁(劫)이 지날지라도 보답할 수 없습니다.”

大師曰 “汝乘興而去 興盡而來

대사왈 “여승흥이거 흥진이래

대사가 말했다.

“네가 승흥(乘興)하여 갔다가 흥진(興盡)하여 돌아왔으니

我有何干與之事乎?”

아유하간여지사호?”

내 무슨 간여한 일이 있으리요?

汝又曰 “弟子夢人間輪回之事

여우왈 “제자몽인간윤회지사

네 또 이르되, “인세에 윤회한 일을 꿈꾸었다 하니,

此汝以夢與人世 分而二之也

차여이몽여인세 분이이지야

이는 네가 꿈과 인세를 나누어 둘로 함이니,

汝夢猶未盡覺也

여몽유미진각야

너의 꿈은 오히려 다 깨어나지는 못하였도다.

莊周夢爲蝴蝶 蝴蝶又變爲莊周

장주몽위호접 호접우변위장주

‘장주(莊周)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나비 또한 변화하여 장주가 되었다.’

莊周曰 “莊周之夢 爲蝴蝶耶?

장주왈 “장주지몽 위호접야?

장주가 말하기를,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蝴蝶之夢 爲莊周耶?”

호접지몽 위장주야?”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終不能辨之 孰知何事之爲夢? 何事之爲眞耶?

종불능변지 숙지하사지위몽? 하사지위진야?

끝내 분변할 수 없었다.

어떤 일이 꿈인지, 어떤 일이 참인지 누가 알겠는가?

今汝以性眞爲汝身 以夢爲汝身之夢

금여이성진위여신 이몽위여신지몽

이제 너는 성진을 네 몸인 줄 알고

꿈을 네 몸의 꿈으로 여긴다면

則汝亦以身與夢 謂非一物也

칙여역이신여몽 위비일물야

너 또한 네 몸과 꿈을 일물(一物)이 아님을 말함이다.

性眞少游孰是夢也? 孰非夢也?

성진소유숙시몽야? 숙비몽야?

성진과 소유는 어느 것이 꿈이고 어느 것이 꿈이 아닌가?”

性眞曰 “弟子蒙暗 不能辨夢非眞也 眞非夢也

성진왈 “제자몽암 불능변몽비진야 진비몽야

성진이 가로되,

“제자, 몽매하여 꿈은 참이 아니고

참은 꿈이 아님을 분변치 못하오니,

望師傅說法 使弟子覺之.”

망사부설법 사제자각지.”

바라옵건대 사부께서는 설법하사

제자로 하여금 깨닫게 하소서.”

大師曰 “我當說金剛經大法 以悟汝心

대사왈 “아당설금강경대법 이오여심

대사 가로되,

“이제 금강경(金剛經) 큰 법을 일러

너의 마음을 깨닫게 하려니와,

而當有新來弟子 汝姑待之.”

이당유신래제자 여고대지.”

마땅히 새로 오는 제자 있을 것이니 너는 잠시 기다려라.”

性眞未退 守門道人告曰

성진미퇴 수문도인고왈

성진이 물러나지 아니하였는데,

문 지키는 도인이 들어와 알렸다.

“昨日所來衛夫人座下仙女八人 又到請謁於大師矣.”

“작일소래위부인좌하선녀팔인 우도청알어대사의.”

“어제 왔던 위부인 좌하 선녀 팔 인이

또 와서 대사께 뵙기를 청합니다.”

大師命召之 八仙女詣大師之前 合掌叩頭曰

대사명소지 팔선녀예대사지전 합장고두왈

대사가 들어오라 명하니,

팔 선녀가 대사의 앞에 나아와 합장 고두하고 말했다.

“弟子等雖侍衛夫人左右

“제자등수시위부인좌우

“제자들이 비록 위부인 좌우에서 모셨을지라도

而實無所學 未制妄念

이실무소학 미제망념

실로 배운 것이 없어 망념을 제어하지 못하고

情慾乍動 重譴隨至

정욕사동 중견수지

정욕이 잠시 발동하면 무거운 견책이 뒤따라 이르러

塵土一夢 無人喚醒

진토일몽 무인환성

인간 세상의 한 꿈임을 환기시켜 깨워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妾夢師傅慈悲 親往挈來

첩몽사부자비 친왕설래

첩의 꿈에 사부님께서 자비하심으로 친히 오셔서 이끌어 주시니

而昨衛夫人宮中 摧謝前日之罪

이작위부인궁중 최사전일지죄

어제는 위부인 궁중에서 전일의 죄를 물리치고

旋辭夫人 永歸佛門

선사부인 영귀불문

위부인을 떠나 영구히 불문에 귀의했으니

伏乞師傅快赦舊愆 特垂明敎.”

복걸사부쾌사구건 특수명교.”

엎드려 비옵건대

사부께서는 묵은 허물을 사하시고

특히 밝은 가르침을 내려주소서.”

大師曰 “女仙之意雖美 佛法深遠 不可猝學

대사왈 “여선지의수미 불법심원 불가졸학

대사가 말했다.

“여선의 뜻이 비록 아름다우나 불법은 깊고 머니,

갑작스레 배울 수는 없다.

非大德量大發願 則道不能成矣. 仙女自量而處之.”

비대덕량대발원 칙도불능성의. 선녀자량이처지.”

큰 역량과 큰 발원(發願)이 아니면 능히 이룰 수 없나니,

선녀들은 스스로 헤아려 처하라.”

八仙女卽退 滌滿面之臙粉

팔선녀즉퇴 척만면지연분

팔 선녀가 물러나

낯 위에 가득한 연지분(臙脂粉)을 씻어 버리고

脫遍身之綺縠 取金剪刀

탈편신지기곡 취금전도

온 몸에 걸친 비단옷을 벗고 스스로 금전도(金剪刀)를 취하여

自剃綠雲之髮 復入告曰

자체녹운지발 부입고왈

흑운(黑雲) 같은 머리를 깎고 다시 들어와 사뢰었다.

“弟子等旣已變形 誓不慢師傅之敎訓矣.”

“제자등기이변형 서불만사부지교훈의.”

“제자들이 이미 외모를 고쳣사오니

맹세코 사부님의 교훈을 게을리하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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