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회 /445. [쪽수는 임명덕본 원문]

丞相尤感聖恩 叩頭祗謝 率家卽移接於翠微宮

승상우감성은 고두지사 솔가즉이접어취미궁

승상은 더욱 성은에 감격하여 머리를 조아려 감사하고

가솔을 거느리고 곧 취미궁으로 옮겼다.

此宮在終南山中 樓臺之壯麗 景致之奇絶

차궁재종남산중 누대지장려 경치지기절

이 궁은 종남산 중에 있어 누대가 장려하고

경치가 기이하게 빼어나니

卽蓬萊仙境 王維學士 詩曰

즉봉래선경 왕유학사 시왈

곧 봉래선경이었다.

왕유의 시에,

仙居未必能勝此

선거미필능승차 신선의 거처도 반드시 이보다 낫지 못하리니

何事吹嘯向碧空

하사취소향벽공 무슨 일로 피리를 불어 벽공을 향하는고?

以此一句 可占其絶勝矣!

이차일구 가점기절승의!

라고 한 이 한 구로 그 절승을 점칠 수 있다.

丞相空其正殿 奉安詔旨及御製詩文

승상공기정전 봉안조지급어제시문

승상은 그 정전을 비워

조서 어지 및 어제 시문을 봉안하고

其餘樓閣臺榭 兩公子諸娘子分居

기여누각대사 양공자제낭자분거

그 나머지 누각과 대와 정자는

두 공자와 여러 낭자들이 나누어 거처하고

丞相日與兩夫人六娘子 臨水弄月

승상일여양부인육낭자 임수농월

승상은 날마다 두 부인과 여섯 낭자와

냇가에서 달을 희롱하고

入谷尋梅 過雲壁 則賦詩而寫之

입곡심매 과운벽 칙부시이사지

계곡에 들어 매화를 찾고

구름이 지나가는 석벽을 지나치면 시를 지어 썼다.

坐松陰 則橫琴而彈之

좌송음 칙횡금이탄지

소나무 그늘에 앉으면 거문고를 비겨 안고 타니

晩年淸閑之福 令人起羨

만년청한지복 령인기선

만년의 맑고 한가로운 복이 사람들을 부럽게 했고

丞相就閑謝客 亦已累年矣.

승상취한사객 역이누년의.

승상은 한가함에 나아가

손님을 보낸 지가 이미 여러 해였다.

仲秋旣望 卽丞相晬日

중추기망 즉승상수일

중추[팔월] 열엿새날은 곧 승상의 생일이었다.

諸子女設宴獻壽 至十餘日

제자녀설연헌수 지십여일

여러 자녀들이 잔치를 베풀고

헌수한 지가 십여일에 이르렀다.

繁華景色 不可言也 宴罷 諸子女 各歸其家.

번화경색 불가언야 연파 제자녀 각귀기가.

번화한 광경은 다 말할 수 없었다.

잔치가 파하고 여러 자녀들은 각기 집으로 돌아갔다.

俄而 菊秋佳節迫矣

아이 국추가절박의

어언 국화가 피는 가절이 임박했다.

菊花綻萼 茱萸垂實

국화탄악 수유수실

국화는 붉은 봉오리가 벌어지고

수유는 열매를 떨구었다.

正當登高之時也.

정당등고지시야.

정히 등고절을 맞이했다.

翠微宮西畔有高臺

취미궁서반유고대

취미궁 서쪽 언덕에 높은 대가 있는데

登臨則八百里秦川 如掌樣見也 丞相最愛其臺

등임칙팔백리진천 여장양견야 승상최애기대

그 위에 오르면 팔백리 진천이 손바닥 같이 보여

승상은 그 대를 가장 좋아했다.

是日 與兩夫人六娘子 登其上

시일 여양부인육낭자 등기상

이날 두 부인 및 여섯 낭자와 그 대에 올라

頭揷一枝黃菊 以賞秋景

두삽일지황국 이상추경

머리에 황국 한 가지를 꽂고 가을 경치를 구경했다.

乃斥珍羞屛管絃 使春雲挈果榼

내척진수병관현 사춘운설과합

진수성찬을 물리고 관현악을 울리며

춘운에게 과일 그릇을 가져오게 하고

使蟾月携玉壺滿酌泛菊 與妻妾以次暢飮

사섬월휴옥호만작범국 여처첩이차창음

섬월에게 술병을 가져다 잔에 가득 부어 국화를 띄우게 하고

처첩들과 차레로 읊조리며 술을 마시는데

而已返照倒射於昆明 雲影低垂於廣野

이이반조도사어곤명 운영저수어광야

이미 저녁 햇살은 곤명에 거꾸로 비치고

구름 그림자는 광야에 낮게 드리우니

秋色燦爛如展活畵

추색찬란여전활화

가을빛이 찬란하여 마치 생생한 그림 폭을 펼친 듯했다.

丞相手把玉簫 自吹數曲 其聲鳴鳴咽咽 如怨如思

승상수파옥소 자취수곡 기성명명열열 여원여사

승상이 손으로 옥퉁소를 잡고 스스로 여러 곡을 부니

그 소리가 매우 처량하여 원망하는 듯, 그리워하는 듯,

如泣如訴 若荊卿渡易水 與高漸離擊筑相和

여읍여소 약형경도역수 여고점리격축상화

흐느끼는 듯, 하소연하는 듯,

형가(荊軻) 경이 역수를 건널 적에

고점리가 축을 연주하여 서로 화답함과 같았고

覇王在帳中 與虞美人唱歌怨別

패왕재장중 여우미인창가원별

초패왕이 장막 중에서

우미인과 창가하며 이별을 원망하는 듯했다.

諸美人悲思盈襟 慘怛不樂.

제미인비사영금 참달불락.

모든 미인이 처연(凄然)하여 슬픈 빛이 많더라.

兩夫人問曰 “丞相早成功名 久亨富貴

양부인문왈 “승상조성공명 구형부귀

두 부인이 옷깃을 여미고 물어 가로되,

“승상이 일찍이 공명을 이미 이루고 오랫동안 부귀를 누려

一世所羨 近古所罕 當此佳辰 風景正美

일세소선 근고소한 당차가신 풍경정미

온 세상이 부러워 하는 바요

근고(近古)에 드믄 바이라.

좋은 시절을 당하여 풍경은 정히 아름답고

菊英泛觴 玉人滿座 是亦人生樂事

국영범상 옥인만좌 시역인생낙사

국화 꽃잎을 술잔에 띄우고

사랑하는 사람이 자리에 가득하니,

이 또한 인생(人生)의 즐거운 일이어늘,

而簫聲甚哀 使人堪涕

이소성심애 사인감체

퉁소소리 심히 슬퍼

사람들에게 눈물을 감당케 하니

今日之簫聲 非昔日之吹簫也.”

금일지소성 비석일지취소야.”

오늘 퉁소 소리는 옛날에 불던 퉁소가 아니로다.

/446.

丞相乃投玉簫與八人 徒倚欄干 擧手指明月而言曰

승상내투옥소여팔인 도의난간 거수지명월이언왈

승상이 옥소를 던지고 여덟 여인과 난간을 의지하고

손을 들어 명월을 가리키며 가로되,

“北望則平郊四曠 頹嶺獨立 夕照殘影

“북망칙평교사광 퇴령독립 석조잔영

“북(北)으로 바라보니 평평한 교외는 사방이 밝은데

무너진 언덕이 홀로 서서 저녁빛이 잔영을 비치어

明滅於荒草之間者 卽秦始皇阿房宮也.

명멸어황초지간자 즉진시황아방궁야.

황량한한 풀밭에 명멸하는 것은

곧 진시황의 아방궁(阿房宮)이요,

西望則悲風悄林 暮雲幕山者 漢武帝茂陵也.

서망칙비풍초림 모운막산자 한무제무릉야.

서쪽을 바라보니 슬픈 바람이 찬 수풀에 불고

저문 구름이 빈 뫼를 덮은 데는 한 무제의 무릉(茂陵)이요,

東望則粉牆繚繞於靑山 朱薨隱暎於碧空

동망칙분장료요어청산 주훙은영어벽공

동쪽을 바라보니 분칠(粉漆)한 성(城)이 청산(靑山)을 둘렀고

붉은 박공(牔栱)이 푸른 하늘에 은은히 비치는데,

只有明月 自來自去 玉欄干頭 更無人倚者

지유명월 자래자거 옥란간두 갱무인의자

명월은 오락가락하되

옥난간에는 의지할 사람이 없으니,

卽玄宗皇帝與太眞 同遊之華淸宮也.

즉현종황제여태진 동유지화청궁야.

이는 현종 황제가 태진비(太眞妃)와

함께 노시던 화청궁(華淸宮)이라.

噫! 此三君 皆千古英雄

희! 차삼군 개천고영웅

아, 이 세 임금은 모두 천고의 영웅(英雄)이라.

以四海爲戶庭 以億兆爲臣妾

이사해위호정 이억조위신첩

사해(四海)로 집을 삼고 억조(億兆)창생으로 신첩(臣妾)을 삼아

雄豪意氣 軒輊宇宙

웅호의기 헌지우주

웅호한 의기가 우주를 누지르고

直欲挽三光 而閱千歲矣 而今安在哉?

직욕만삼광 이열천세의 이금안재재?

곧장 세 빛을 끌어당겨

천년을 보고자 하더니 그들은 이제 다 어디 있는가?”

少游以河東一布衣 恩承聖主 位致將相

소유이하동일포의 은승성주 위치장상

소유는 본디 하남 땅 베옷 입은 선비라.

성천자(聖天子) 은혜를 입어 벼슬이 장상(將相)에 이르고,

且與諸娘子相遇 厚意深情 至老益密

차여제낭자상우 후의심정 지노익밀

여러 낭자를 서로 만나 후의와 깊은 정이

늘그막에 이르러 더욱 깊어지니,

非前生未了之緣 必不及於是也

비전생미료지연 필불급어시야

만일 전생에 못다한 인연(因緣)이 아니라면

반드시 여기에 미치지는 못했으리라.

男女以緣而會 緣盡而歸 乃天理之常也.

남녀이연이회 연진이귀 내천리지상야.

남녀는 인연으로 만나 인연이 다하면 각각 돌아감은

천리(天理)에 떳떳한 일이라.

吾輩一歸之後 高臺自頹 曲池且堙

오배일귀지후 고대자퇴 곡지차인

우리들이 한 번 돌아간 후에

높은 대가 저절로 무너지고,

굽은 못이 이미 메워지고,

今日歌殿舞榭 使作衰草寒烟

금일가전무사 사작쇠초한연

오늘 가무(歌舞)하던 전각과 정자는

거친 초목과 차가운 안개에 묻히게 되면

必有草竪牧童 悲歌暗歎 往來而相謂曰

필유초수목동 비가암탄 왕래이상위왈

반드시 초부(樵夫)와 목동(牧童)이 슬피 노래하고 몰래 탄식하여

오르내리며 가로되,

“此乃楊丞相與諸娘子所遊之處

“차내양승상여제낭자소유지처

“이것이 양 승상이 여러 낭자와 놀던 곳이다.

大丞相富貴風流 諸娘子玉容花態 已寂寞矣.”

대승상부귀풍류 제낭자옥용화태 이적막의.”

승상의 부귀 풍류와 제 낭자의 옥용화태(玉容花態)는

이미 적막하도다.”라고 할 것이다.

人生到此 則豈不如一瞬之頃乎?

인생도차 즉기불여일순지경호?

인생이 여기에 이르면

어찌 일순간이 아니리오?

天下有三道 曰儒道 曰仙道 曰佛道

천하유삼도 왈유도 왈선도 왈불도

천하에 세 가지 도가 있으니

유도(儒道)와 선도(仙道)와 불도(佛道)라.

三道之中 惟佛最高 儒道成全

삼도지중 유불최고 유도성전

삼도 중에 불도가 가장 높고 유도는 온전함을 이룬다.

明倫紀 貴事業 留名於身後而已;

명윤기 귀사업 류명어신후이이;

유도는 윤기를 밝히고 사업을 귀히 여기고

죽은 후에 이름을 남길 뿐이요,

仙道近誕 自古求之者甚多 而終末能得之

선도근탄 자고구지자심다 이종말능득지

선도는 허타함에 가까우니

예부터 이를 구하는 자들은 심히 많으나

끝내 이를 얻을 수는 없다.

秦皇, 漢武, 及玄宗皇帝 可鑑也.

진황, 한무, 급현종황제 가감야.

진 시황, 한 무제, 현종황제가 귀감일 수 있다.

吾自致仕來此之後 每夜着睡

오자치사래차지후 매야착수

내 치사(致仕)한 후로부터 매일 밤에 잠이 들면

則夢中必參禪於蒲團之上

칙몽중필참선어포단지상

꿈속에 반드시 포단(蒲團) 위에서 참선하니

此必與佛家有緣也.

차필여불가유연야.

이 필연 불가와 인연이 있음이다.

我將效張子房 從赤松子

아장효장자방 종적송자

내 장차 장자방(張子房)의 적송자(赤松子) 좇음을 효칙(效則)하여

棄家求道 越南海 尋觀音

기가구도 월남해 심관음

집을 버리고 도를 구하여 남해를 건너 관음(觀音)을 찾고,

上義臺 禮文殊

상의대 례문수

의상대에 올라 문수(文殊)보살께 예를 드려

得不生不滅之道 欲超塵世之苦海

득불생불멸지도 욕초진세지고해

불생불멸(不生不滅)할 도를 얻어

진세(塵世)의 고해(苦海)에서 초탈하려 하되

但與君輩 半生相從 而未幾將作遠別

단여군배 반생상종 이미기장작원별

여러 낭자와 반평생을 서로 좇다가

얼마 후에 영원히 이별하려 하니

故悲愴之心 必自發於簫聲之中也.”

고비창지심 필자발어소성지중야.”

슬픈 마음이 자연 퉁소 소리 중에 나타남이로다.

諸娘子前身 皆南岳仙女 且塵緣將盡於此時也.

제낭자전신 개남악선녀 차진연장진어차시야.

여러 낭자는 전생이 모두 남악선녀들이었는데

또한 세속 인연이 이 때에 다하려 했다.

及聞相公之言 自有感動之心 齊言曰

급문상공지언 자유감동지심 제언왈

상공의 말을 듣고 절로 감동하는 마음이 있어 일제히 말했다.

“相公繁華之中 乃有是心 豈非天之所啓乎?

“상공번화지중 내유시심 기비천지소계호?

“상공은 부귀 번화 중에 이렇듯 청정(淸淨)한 마음을 내시니

어찌 하늘이 계시한 바가 아니리오?

妾等娣妹八人 當共處深閨

첩등제매팔인 당공처심규

첩 등 자매 팔 인이

마땅히 심규(深閨) 중에서 함께 거처하며

朝夕禮佛 以待相公之還

조석예불 이대상공지환

아침 저녁으로 예불하여 상공 돌아오시기를 기다릴 것이니,

而相公今行 必値明師而遇良朋 得聞大道矣.

이상공금행 필치명사이우양붕 득문대도의.

상공이 이제 가시면

반드시 밝은 스승과 어진 벗을 만나 큰 도를 얻으리니

伏望得道之後 必先敎妾等.”

복망득도지후 필선교첩등.”

엎드려 비옵나니 득도(得道)한 후에

부디 첩 등을 먼저 제도(濟度)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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