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김충암(金冲庵) [충암은 김정(金淨)의 호] 시집 속에 ‘청산금야월(靑山今夜月)’이라는 시는 바로 용재(容齋) 이 문민공(李文愍公)의 작품으로 시법(詩法)이 같지 않다. 편찬한 자가 잘못 엮은 것이다. 내가 승축(僧軸)을 보니 충암(冲庵)의 시가 있었는데 다음과 같다.
嶺外寒山寺 령외한산사
逢師眼忽靑 봉사안홀청
石泉同病客 석천동병객
天地一浮萍 천지일부평
疏雨殘燈冷 소우잔등랭
持杯遠海聲 지배원해성
開窓重話別 개창중화별
雲薄曉星明 운박효성명
고개 너머 한산사에
스님 만나니 문득 반가워라
돌샘 가의 같은 병든 나그네
천지간에 하나의 부평초
성긴 빗속 가물거리는 등불은 싸늘한데
잔 들자 들려오는 먼 바닷소리
창 열고 거듭 두런거리다 헤어지니
구름 설핏 샛별만 밝구나
이 시가 본집에는 없으니, 당시 편자가 혹 미처 못본 것인가?
문민(文愍)의 이름은 행(荇), 자는 택지(擇之), 덕수인(德水人)이며 벼슬은 좌의정이다. 시호는 문민(文愍)이었는데 문정(文定)이라 고쳤다가 다시 문헌(文獻)이라 고쳤다.
용재(容齋: 이행)의 제화시(題畫詩)는 다음과 같다.
淅瀝湘江水 석력상강수
依俙斑竹林 의희반죽림
此間難寫得 차간난사득
當日二妃心 당일이비심
후둑후둑 소상강에 비가 내리고
아스라이 보이네 반죽의 숲
그러나 거기서 묘사키 어렵기는
아황ㆍ여영의 심정
서직사벽시(書直舍壁詩)는 다음과 같다.
衰年奔走病如期 쇠년분주병여기
春興無多不到詩 춘흥무다부도시
睡起忽驚花事晩 수기홀경화사만
一番微雨濕薔薇 일번미우습장미
늙마에 분주타 보니 병은 약속이나 한 듯 찾아오고
봄 흥취라야 많지 않으니 시까지 지을 건 없다
졸다 깜짝 놀라 깨니 꽃철이 늦었구나
한 차례 보슬비가 장미를 적시누나
‘합천서 자규 소리를 듣다[陜川聞子規]’ 한 시는 다음과 같다.
江陽春色夜凄凄 강양춘색야처처
睡罷無端客意迷 수파무단객의미
萬事不如歸去好 만사불여귀거호
隔林頻聽子規啼 격림빈청자규제
강북 봄경치 밤이라 더 서글퍼서
잠깨자 까닭없이 나그네 맘 설레이네
세상 만사 고향에 돌아감만 못하니라고
건너 숲에 울어대는 자규 소리 잦아라
주운영(朱雲詠)은 다음과 같다.
腰間有劍何須請 요간유검하수청
地下無人亦足游 지하무인역족유
可惜漢廷槐里令 가석한정괴리령
一生唯識佞臣頭 일생유식녕신두
허리에 칼이 있으니 청할 게 무어 있소
땅밑에 사람 없어도 또한 노닐 만하네
가석하다 한 나라 조정의 괴리령은
일생에 영신 머리 베기만을 알았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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