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철학자의 명상록이나 종교인의 설교가 아니다. 유명작가가 쓴 에세이도 아니다. 우선, 어른의 글이 아니다. 이 글을 쓴 사람은 십대소년인 고등학생이다. 인터넷의 것을 옮겨왔다.

1999년 4월 20일 미국 콜로라도주 리틀톤(
Littleton)시의 컬럼바인(Columbine) 고등학교 안에서 평소 학교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던 학생 두 명이 학살자 히틀러의 생일에 맞춰 끔찍한 총기사고를 벌였다. 12명의 동료학생과 2명의 교사를 살해하고 그 총으로 제 목숨을 끊었는데, 현장에서 몸서리치는 일을 직접 보고 겪은 제프 딕슨이라는 학생이 사건 후에 <우리 시대의 역설 逆說>이라는 제목으로 인터넷에 글을 올렸습니다. 이 글이 인터넷에 뜨자마자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사람들의 공감(共感)을 얻어 삽시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학생의 글은 인터네서 그 내용이 추가되어 계속 이어진다고 한다.

비극의 원인을 꼼꼼하게 분석한, 제프 딕슨의 직관력과 통찰력에 절로 머리가 숙여진다.

연의 구분은 읽기 편하게 은자가 행한 것이다.

아르방 / '정결한 여신'에 의한 변주곡

Arban - Variations on a theme from Bellini's "Norma"

우리 시대의 역설 ( Paradox of our time )
- 제프 딕슨 -


건물은 높아졌지만 인격은 더 작아졌다.
고속도로는 넓어졌지만 시야는 좁아졌다.
소비는 많아졌지만 더 가난해지고
더 많은 물건을 사지만 기쁨은 줄어들었다.
집은 커졌지만 가족은 더 적어졌다.
더 편리해졌지만 시간은 더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상식은 부족하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판단력은 한없이 모자라다.
전문가들은 늘어났지만 문제는 더 많아졌고
약은 많아졌지만 건강은 더 나빠졌다.


너무 분별없이 소비하고

너무 적게 웃고
너무 빨리 운전하고
너무 성급히 화를 낸다.
너무 많이 마시고 너무 많이 피우며
너무 늦게까지 깨어 있고 너무 지쳐서 일어나며
너무 적게 책을 읽고 텔레비전은 너무 많이 본다.
그리고 너무 드물게 기도한다.


가진 것은 몇 배가 되었지만 가치는 더 줄어들었다.
말은 너무 많이 하고 사랑은 적게 하며
거짓말은 너무 자주한다.
생활비를 버는 법은 배웠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는 잊어버렸고
인생을 사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시간속의 삶의 의미를 넣는 방법은 상실했다.


달에 갔다 왔지만 길을 건너가 이웃을 만나기는 더 힘들어졌다.
우주를 호령한다지만
우리 안의 세계는 잃어버렸다.
공기청정기는 갖고 있지만 영혼은 더 오염되었고
원자는 쪼갤 수 있지만 편견을 부수지는 못한다.
자유는 더 늘었지만 열정은 더 줄어들었다.


키는 커졌지만 인품은 왜소해지고
이익은 더 많이 추구하지만 관계는 더 나빠졌다.
세계평화를 더 많이 이야기하지만 전쟁은 더 많아지고
여가시간은 늘어났어도 마음의 평화는 줄어들었다.


더욱 빨라진 고속철도
더 편리해진 일회용 기저귀
더 많은 광고전단
그리고 더 줄어든 양심
괘락을 느끼게 하는 더 많은 약들
그리고 더 느끼기 어려워진 행복....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