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자주]모잡지사에서 진보파 논객 진중권 교수의 정치권에 대한 생각을 집중 인터뷰하고 그의 어법을 정리한 기사가 있어 그 일부를 발췌하여 소개한다. 이 작업은 논리의 정당성이나 시비를 가리자는 게 목적이 아니다. 은자는 아이러니, 역설, 파라독스 등의 표현에 관심이 많은 백성이기 때문에 손을 댄 작업이다. 같은 색깔을 지닌 사람들에겐 체증을 내려가게 하고 반대파를 열받게 하는 언어의 힘이 어디에서 유래하는가에초점을 두고 읽어주기 바란다. 먼저 기자들이 정리한 그의 화법부터 들어본다.
진 교수의 말발은 고교시절 ‘이빨싸움’이 원천
http://weekly.khan.co.kr/khnm.html?mode=view&code=115&artid=20091
진중권 교수는 비유에 강하고 촌철살인의 입담으로 젊은 지지층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이를 위악과 독설 혹은 막말이라며 싫어하는 이도 적잖다. 한 예로 얼마 전 소설가 황석영씨가 MB정부를 ‘중도실용정부’라며 적극 협조하겠다고 하자 “기억력이 금붕어 수준”이라고 했고, 황 작가를 두둔하며 진 교수에게 “공부 다시 하라”고 주문한 김지하 시인에 대해서는 “내 머리는 너를 잊은 지 오래” “미학적 촌티”라고 맞받아쳤다.
5년 전 정몽헌 전 현대아산 회장의 자살 사건을 두고 “자살세를 걷었으면 좋겠다”고 한 것이나 남상국 전 대우건설 사장의 자살에 대해 “쪽팔려서 자살했다는 얘긴데 쪽팔린 일을 왜 하냐”고 한 말에 대해선 최근 공개적으로 사과해야 했다.
정학을 세 번 맞고서야 고교를 졸업했다는 그는 지금의 말발의 원천은 고교 시절 친구들과 한 속칭 ‘이빨싸움’이라고 했다. 상대방이 모욕감을 주면 화를 내지 않고 받아쳐야 하는데 이때 재치있게 받아침으로써 상대를 열받게 하는 게 ‘이빨싸움’의 포인트라고 했다. 노동자문화운동하면서 노동자들을 상대로 말을 하는 훈련을 한 것도 밑천이 됐다.
노동자들에게는 되도록 구어체를 활용해야 하고, 어려운 표현을 사용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그는 “이를 가장 잘 하는 이가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라고 말했다. 정규 대학교육을 받은 사람인지, 장바닥 아저씨인지 구분이 안 될만큼 적절한 비유를 섞어 쉽게 이야기를 풀어내기 때문이란다.
진 교수는 속칭 ‘낚시질’의 원조이기도 하다. 1999년 조선일보 독자사이트에서 김대중 당시 대통령을 욕하는 제목의 글을 띄우면 누리꾼들이 광클(광분해 클릭)하는데 막상 내용을 열어보면 “파블로프 개(심리학에서 말하는 조건반사 학설 실험의 개) 실험 중입니다”라고 써놓은 것이다. 당시 그의 별명은 ‘조선일보 밤의 주필‘이었다고 한다. 조선일보가 검색 기능을 없앴을 정도였다.
그가 사용하는 상당수 용어와 아이디어는 DC인사이드 등 인터넷 사이트에서 얻는 것이라고 한다. 그는 “아이들이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언어는 가장 찌질하면서도 선진적”이라며 “중장년의 기성세대도 젊은이들의 어법을 구사할 줄 알아야 서로 소통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하 기사본문 발췌]
진 교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유인촌 장관의 관계는 이를 테면 히틀러와 독일 나치 선전상이었던 괴벨스의 관계와 비슷하다”고 규정했다.
“유인촌 장관과 신재민 차관 둘 다 문화적 마인드가 없고 문화체육관광부의 일을 선동과 정권 홍보 수단으로만 인식하고 있잖아요. 그러니까 우파 정권에선 우파 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발언을 서슴없이 하는 것이죠. 몰상식한 거예요. 유인촌 장관이 처음 본 학생들에게 반말하고, 학부모에게는 ‘세뇌당한 것’이라는 말을 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황당한 일이죠. 양촌리 용식이가 완장 찼다고 좋아하는 꼴이에요. 취임 직후 가장 먼저 한 일도 정치색이 다른 단체장에 대한 대대적인 물갈이었잖요.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사세요’라고밖에 해줄 말이 없어요. 어차피 역사는 MB정부 5년을 한국사에서 퇴보의 시기로 기록할 테니까요. 이제 3년 반 남았잖아요.”
그렇다면 MB정부의 본질을 진 교수는 어떻게 진단할까. 돌아온 말은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정신은 시대착오”라는 것이다. 산업화 초기의 패러다임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란다.
[중략]
진 교수는 지난해 말 출연한 MBC 100분 토론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가리켜 “두뇌 속에 삽 한 자루밖에 없는 것이 큰 문제”라고 발언했다. 진 교수는 “이 역시 이 대통령의 사고가 산업화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음을 풍자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MB는 현장감독하면서 경제신화가 됐잖아요. 그런데 그게 바로 그의 한계예요. 유일하게 아는 경제가 토목공사니까요. 그래서 산업화 초기, 산업 인프라를 까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거예요. 운하를 깔자고 했다가 운하가 안 되니까 강을 파헤치자 이러고 있잖아요. 머릿속에 든 게 삽질밖에 없으니까요.”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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