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로 돌아와 점심 식사 후 13:20 버스로 인도 내륙 교통의 중심지 잔시역으로 이동했다. 잔시역까지 4시간 소요, 17:56 시속 200km인 인도 고속열차 샤따브디를 타고 타지마할이 있는 도시 아그라로 출발, 20:20 아그라 도착, 호텔 투숙. 이것이 오후 일정이었다.
잔시역으로 이동 중 잔시역 100km쯤을 남기고 버스 팬벨트가 끊어져 사방을 둘러보아도 도로가 갈라놓은 유채밭뿐인 일망무제의 들판에서 1시간 반을 서성이다가 택시로 1시간 거리인 잔시에서 불러온 택시로 우리 그룹은 택시 5대에 나눠 타고 007특급작전으로 열차출발 0.5초를 남기고 고속열차 샤따브디에 몸을 실었다.
늘상 편안함을 주던 가이드 김희경님도, Mr.모누도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가 하얗게 질렸다.. 포터들이 파업중이라 관광객들 또한 자기짐을 끌고 열차 프래트홈으로 달렸다. 걸었다면 열차를 놓칠 건 뻔했다. 진짜로 열차 탑승 후 1-2초만에 열차는 출발했다.
과년한 쌍둥이 딸과 함게 온, 언제나 말수가 없던 50대 초반의 소아과 의사는 좌석을 찾아 앉고서 땀만 훔칠 뿐 도무지 입을 열지 않았다. 한국 가이드가 더욱 당황했던 건 두 딸이 우리 아버지 안 탔어요, 하고 호소해 왔기 때문이었다. 탑승에만 정신이 팔려 뛰다가 부지불식간에 이산가족이 되었던 것이다.
사연은 이랬다. 그 바빠죽겠는 타임에 택시가 펑크나는 바람에 타이어를 교체하고서 120km로 달려왔다는 것이다. 그 바람에 혼비백산하여 제정신이 아니었을 것이다.
은자는 느긋한 편이었다. 주위 동료들이 조바심을 태웠지만, 못타면 다음 열차를 태워주겠지 하는 속편한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나 사정을 알고 나서 등골이 오싹했다. 회사에서 아그라역에 회사원을 내보내긴 했지만, 뒤쳐진 관광객은 우리 일행이 타고 왔던 그 택시로 이동할 요량이었다고 한다. 아그라까지 소요시간은 6시간. 고속열차와 속도를 계산하면 뻔한 산법인데, 은자는 후속 열차만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만약에 말이다. 열차를 놓쳤다면 밤12시 전에는 호텔 도착이 어려웠을 게고, 6시간 밤길을 달린다는 게 꿈속 일이라도 아찔할 것 같았다.
007특급작전이 따로 없었다.
카주라호 호텔에서 아그라의 호텔까지의 여정을 사진으로 정리해 보기로 하겠다.
[주] 고장난 버스로 구경온 두 명의 마을 청년 사진을 찍었는데 한 친구[동생]가 나타나자 다시 찍어달래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사진을 확인시켜 주었다. 인도인들은 자기사진을 보여주면 좋아한다. 일본광광객들이 나눠주기 시작한 볼펜 때문이라는데 한국볼펜을 좋아한다면 경비나 웨이터들이 칭찬까지 해가며 접근하는 경우가 있다.
결론은 Give me ballpen.
인도 여행시 볼펜을 한 줌 지참하는 건 여행의 지혜.
중고교 학생들은 노골적으로 사진을 찍어달래고 자기 얼굴 확인 후 기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