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kydong77.tistory.com/20531
이 작품에는 매월당이 20년에 걸친 정신적 방황에서 도출하려 했던, 삶과 죽음에 대한 존재론적 회의와 불교의 세계관 및 의식의 오류에 대해 염왕과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정리하고 있다. 박생은 염왕을 만나 그의 일원론적 세계관 확인, 천당 지옥설 및 귀신관에 대한 오류, 불교의 재(齋)의식의 오류 등 세상의 잘못된 정보를 바로잡으려 노력하였다. 이 작품의 주제는 박생의 남염부주 여행을 통해 정직한 유자(儒者)의 눈으로 세상보기라고 하면 맞을 것 같다. 담론의 순서에 따라 소제목을 부여하여 독해를 돕고자 하였다.
다른 '전'과 달리 고양된 감정을 표출하던 시(詩)가 제거되었다.
http://blog.naver.com/osj1952/100024796046
남염부주지(南炎浮洲志)
; 유자(儒者) 박생의 남염부주 여행
-김시습(金時習)
1]박생의 성격
1)세상과 불화하는 고매한 기상
成化初
(성화초) : 성화(成化) 초년에
慶州有朴生者
(경주유박생자) : 경주에 박생이란 사람이 살고 있었다.
以儒業自勉
(이유업자면): 그는 유학에 뜻을 두고 언제나 자신을 격려하였다.
常補大學館
(상보대학관): 일찍부터 태학관(太學館) 에서 공부하였지만,
不得登一試
(부득등일시) : 한번도 시험에 합격하지는 못하였다.
常怏怏有憾
(상앙앙유감): 그래서 언제나 불쾌한 감정을 품고 지냈다.
而意氣高邁
(이의기고매) : 그는 뜻과 기상이 고매하여
見勢不屈
(견세불굴) : 세력을 보고도 굽히지 않았으므로,
人以爲驕俠
(인이위교협) : 남들은 그를 거만하다고 생각하였다.
然對人接話
(연대인접화) : 그러나 남들과 만나거나 이야기할 때에는
淳愿慤厚
(순원각후) : 온순하고 순박하였으므로,
一鄕稱之
(일향칭지) : 마을 사람들이 모두 그를 칭찬하였다.
2)불교, 무격. 귀신 등에 대하여 회의하다
生嘗疑浮屠巫覡鬼神之說
(생상의부도무격귀신지설): 박생을 일찍부터 부도(浮圖; 불교).무격.귀신 등의 이야기에 대하여
猶豫未決
(유예미결): 의심을 품고 있었지만, 어떠한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였다.
旣而質之中庸參之易辭
(기이질지중용참지역사)
: 그러다가『중용』과『주역』을 읽은 뒤부터는
自負不疑
(자부불의) : 자기의 생각에 대하여 자신을 가지고 더 이상의 의심하지 않게 되었다.
而以淳厚
(이이순후) : 그러나 그의 성품이 순박하고도 온후하였으므로
故與浮屠交
(고여부도교) : 스님들과도 잘 사귀었는데,
如韓之顚柳之巽者
(여한지전유지손자)
: 한유와 태전의 사이나 유종원과 손상인의 사이처럼 가까운
不過二三人
(불과이삼인) : 이들도 두세 사람 있었다.
浮屠亦以文士交
(부도역이문사교) : 스님들도 또한 그를 문사로서 사귀었다.
如遠之宗雷
(여원지종뢰) : 혜원이 종병. 뇌차종과 사귀었던 것처럼,
遁之王謝
(둔지왕사) : 지둔이 왕탄지. 사안과 사귀었던 것처럼
爲莫逆友(위막역우) : 막역한 벗이 많았다.
3)천당과 지옥설의 오류
一日
(일일) : 박생이 어느 날
因浮屠
(인부도) : 한 스님에게
問天堂地獄之說
(문천당지옥지설) : 천당과 지옥의 설에 대하여 묻다가,
復疑云
(부의운) : 다시 의심이 생겨서 말하였다.
天地一陰陽耳
(천지일음양이)
: "하늘과 땅에는 하나의 음(陰)과 양(陽)이 있을 뿐인데,
那有天地之外
(나유천지지외) : 어찌 이 하늘과 땅 밖에
更有天地
(갱유천지) : 또 다른 하늘과 땅이 있겠습니까?
必詖辭也
(필피사야) : 그것은 반드시 잘못된 이야기입니다."
問之浮屠
(문지부도) : 그가 다시 스님에게 물었더니,
浮屠亦不能決答
(부도역불능결답): 스님도 또한 결정적으로 대답하지는 못하였다.
而以罪福響應之說答之
(이이죄복향응지설답지) : '죄와 복은 지은 데 따라서 응보가 있다.' 는 설로써 대답하였다.
生亦不能心服也
(생역불능심복야):박생은 역시 마음속으로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4)박생의 일리론(一理論)
常著一理論
(상저일리론) : 박생은 일찍이「일리론(一理論)」이란 논문을 지어서
以自警
(이자경) : 자신을 깨우쳤는데,
蓋不爲他岐所惑
(개불위타기소혹) : 이는 이단(불교)의 유혹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였다.
其略曰(기략왈) : 그 대략은 이렇다.
常聞天下之理
(상문천하지리) : 내가 일찍이 옛 사람의 말을 들으니,
一而已矣(일이이의) : '천하의 이치는 한 가지가 있을 뿐이다'라고 하였다.
一者何(
일자하) : '한 가지'란 무엇인가?
無二致也
(무이치야) : ‘두 가지가 아닌 것’이다
理者何
(이자하) : '이치'란 무엇인가?
性而已矣
(성이이의) : '천성'을 말한다.
性者何
(성자하) : '천성'이란 무엇인가?
天之所命也
(천지소명야) : '하늘로부터 주어진 것'이다.
天以陰陽五行
(천이음양오행) : 하늘이 음양(陰陽)과 오행(五行)으로써
化生萬物
(화생만물) : 만물을 만들 때에
氣以成形
(기이성형) : 기(氣)로써 형체를 이루었는데,
理亦賦焉
(이역부언) : 이도 또한 타고나게 되었다.
所謂理者
(소위이자) : 이치라고 하는 것은
於日用事物上
(어일용사물상) : 일용 사물에 있어서
各有條理
(각유조리) : 각각 조리를 가지는 것이다.
語父子則極其親
(어부자칙극기친) : 예를 들면, 아버지와 아들 사이에는 사랑을 다하여야 하고,
語君臣則極其義
(어군신칙극기의) : 임금과 신하사이에는 의리를 다하여야 하며,
以至夫婦長幼
(이지부부장유) : 남편과 아내 . 어른과 아이 사이에도
莫不各有當行之路
(막불각유당행지로) : 각기 당연히 행하여야 할 길이 있음을 말하였다.
是則所謂道(시즉소위도) : 이것이 바로 '도(道)'이다.
而理之具於吾心者也
(이리지구어오심자야) : 우리 마음속에 이 이치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循其理
(순기리) : 이 이치를 따르면
則無適而不安
(칙무적이불안) : 어디를 가더라도 불안하지 않지만,
逆其理而拂性
(역기리이불성) : 이 이치를 거슬러서 천성을 어긴다면
則菑逮(즉치체) : 재앙이 미치게 될 것이다.
窮理盡性(궁리진성) : '궁리진성(窮理盡性)'은 究此者也(구차자야) : 이 이치를 연구하는 일이고, 格物致知(격물치지) : '격물치지(格物致知)'도 格此者也(격차자야) : 이 이치를 연구하는 일이다.
蓋人之生
(개인지생) : 사람은 날 때부터
莫不有是心
(막불유시심) : 모두 이 마음을 가졌으며,
亦莫不具是性
(역막불구시성) : 또한 이 천성을 갖추었다.
而天下之物
(이천하지물) : 천하의 사물에도
亦莫不有是理
(역막불유시리) : 또한 이 이치가 모두 있다.
以心之虛靈
(이심지허령) : 허령(虛靈)한 마음으로써
循性之固然
(순성지고연) : 천성의 자연을 따라
卽物而窮理
(즉물이궁리) : 만물에 나아가 이치를 연구하고,
因事而推源
(인사이추원) : 일마다 근원을 추구하여
以求至乎其極
(이구지호기극) : 그 극치에 이르게 된다면,
則天下之理
(즉천하지리) : 천하의 이치가
無不著現明顯
(무불저현명현) : 모두 나타나 분명해질 것이며,
而理之至極者
(이리지지극자) : 이치의 지극함이
莫不森於方寸之內矣
(막불삼어방촌지내의) : 마음속에 모두 벌여질 것이다.
以是而推之
(이시이추지) : 이러한 방법으로 추구하여 본다면
天下國家
(천하국가) : 천하와 국가에서
無不包括
(무불포괄) : 일어나는 일들이 모두 여기에 포괄되고
無不該合
(무불해합) : 해당될 것이니,
參諸天地而不悖
(참제천지이불패) : 천지 사이에 참여하더라도 어긋남이 없을 것이다.
質諸鬼神而不惑
(질제귀신이불혹) : 또 귀신에게 질문하더라도 미혹되지 않을 것이며,
歷之古今而不墜
(역지고금이불추) : 오랜 세월을 지나더라도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儒者之事
(유자지사) : 유학자가 할 일은
止於此而已矣
(지어차이이의) : 오직 이에서 그칠 뿐이다.
天下豈有二理哉
(천하기유이리재) : 천하에 어찌 두 가지의 이치가 있겠는가?
彼異端之說
(피이단지설) : 저 이단의 말을
吾不足信也
(오불족신야) : 나는 믿지 않는다.
2]경주의 박생이 꿈속에 남염부주에 가다
1) 아, 남염부주!
一日
(일일) : 하루는
於所居室中
(어소거실중) : 박생이 자기 거실에서
夜挑燈讀易
(야도등독역) : 밤에 등불을 돋우고 『주역』을 읽다가
支枕假寐
(지침가매) : 베개를 괴고 언뜻 잠이 들었는데,
忽到一國
(홀도일국) : 홀연히 한 나라에 이르고 보니
乃洋海中一島嶼也
(내양해중일도서야) : 바로 바다 속의 한 섬이었다.
其地無草木沙礫
(기지무초목사력) : 그 땅에는 본래 풀이나 나무가 없었고, 모래나 자갈도 없었다.
所履非銅則鐵也
(소리비동칙철야) : 발에 밟히는 것이라고는 모두 구리가 아니면 쇠였다.
晝則烈焰亘天
(주즉열염긍천) : 낮에는 사나운 불길이 하늘까지 뻗쳐
大地融冶
(대지융야) : 땅덩이가 녹아 내리는 듯하였고,
夜則凄風自西
(야즉처풍자서) : 밤에는 싸늘한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와
砭人肌骨
(폄인기골) : 사람의 살과 뼈를 에는 듯하였다.
吒波不勝
(타파불승) : 타파를 견딜 수가 없었다.
又有鐵崖如城
(우유철애여성) : 성같은 쇠 벼랑이
緣于海濱
(연우해빈) : 바닷가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只有一鐵門
(지유일철문) : 굳게 잠긴 성문 하나가 덩그렇게 서 있었다.
2)성문(城門)에 들다
宏壯
(굉장) : 굉장하여
關鍵甚固
(관건심고) : 빗장과 자물쇠가 심히 단단했다
守門者
(수문자) : 수문장은
喙牙獰惡
(훼아영악) : 물어뜯을 것 같은 영악한 자세로
執戈鎚以防外物
(집과추이방외물) : 창과 쇠몽둥이를 쥐고 외물(外物)을 막고 서 있었다.
其中居民
(기중거민) : 그 가운데 거주하는 백성들은
以鐵爲室
(이철위실) : 쇠로 지은 집에 살고 있었는데,
晝則焦爛
(주즉초란) : 낮에는 피부가 불에 데어서 문드러지고
夜則凍烈
(야즉동렬) : 밤에는 얼어 터졌다.
唯朝暮蠢蠢
(유조모준준) : 오직 아침과 저녁에만 사람들이 꿈틀거리며
似有笑語之狀
(사유소어지상) : 웃고 이야기하는 것 같았다.
而亦不甚苦也
(이역불심고야) : 별로 괴로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3)수문장이 염부제왕과의 만남을 주선하다
生驚愕逡巡
(생경악준순) : 박생이 깜짝 놀라서 머뭇거리자,
守門者喚之
(수문자환지) : 수문장이 그를 불렀다.
生遑遽不能違命
(생황거불능위명) : 박생은 당황하였지만 명을 어길 수 없어,
踧踖而進
(축적이진) : 공손하게 다가갔다.
守門者
(수문자) : 수문장이
竪戈而問曰
(수과이문왈) : 창을 세우고 박생에게 물었다.
子何如人也
(자하여인야) :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生慄且答曰
(생율차답왈) : 박생이 두려워 떨면서 대답하였다.
某國某土某
(모국모토모) : "저는 아무 나라에 사는 아무개인데,
一介迂儒
(일개우유) : 세상 물정을 모르는 선비입니다.
干冒靈官
(간모영관) : 감히 영관(靈官)을 모독하였으니
罪當寬宥
(죄당관유) : 죄를 받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法當矜恕
(법당긍서) : 너그럽게 용서하여 주십시오."
拜伏再三
(배복재삼) : 박생이 엎드려 두세 번 절하며
且謝搪揬
(차사당돌) : 당돌하게 찾아온 것을 사죄하자,
守門者曰
(수문자왈) : 수문장이 말하였다.
爲儒者
(위유자) : "선비는
當逢威不屈
(당봉위불굴) : 위협을 당하여도 굽히지 않는다'고 하던데,
何磬折之如是
(하경절지여시) : 그대는 어찌 이처럼 지나치게 굽히시오?
吾儕欲見識理君子久矣
(오제욕견식이군자구의) : 우리들이 이치를 잘 아는 군자를 만나려 한 지가 오래 되었소.
我王亦欲見如君者
(아왕역욕견여군자) : 우리 임금께서도 그대와 같은 군자를 한번 만나서
以一語傳白于東方
(이일어전백우동방) : 동방 사람들에게 한 말씀을 전하려 하신다오.
少坐
(소좌) : 잠깐만 앉아 계시면,
吾將告子于王
(오장고자우왕) : 곧 우리 임금께 아뢰겠소."
言訖
(언흘) : 말을 마치자
趨蹌而入
(추창이입) : 수문장은 빠른 걸음으로 성안에 들어갔다.
俄然出語曰
(아연출어왈) : 얼마 뒤에 그가 나와서 말하였다.
王欲延子於便殿
(왕욕연자어편전) : "임금께서 그대를 편전(便殿)에서 만나시겠다니,
子當以訏言對
(자당이우언대) : 아무쪼록 정직한 말로 대답하시오.
不可以威厲諱
(불가이위려휘) : 위엄이 두렵다고 숨기면 안 되오.
使我國人民
(사아국인민) : 우리 나라 백성들이
得聞大道之要
(득문대도지요) : 올바른 길(大道)의 요지를 알게 하여 주시오."
4)두 동자가 박생의 이름이 적힌 선인의 명부를 보여주다
有黑衣白衣二童
(유흑의백의이동) : 말이 끝나자 검은 옷과 흰옷을 입은 두 동자가
手把文卷而出
(수파문권이출) : 손에 문서를 가지고 나왔다.
一黑質靑字
(일흑질청자) : 하나는 검은 문서에 푸른 글자로 썼고,
一白質朱字
(일백질주자) : 다른 하나는 흰 문서에 붉은 글자로 쓴 것이었다.
張于生之左右以示之
(장우생지좌우이시지) : 동자가 그 문서를 박생의 좌우에서 펴 보기에 들여다보았더니,
生見朱字有名姓
(생견주자유명성) : 박생의 이름이 붉은 글자로 씌어져 있었다.
曰現住某國朴某
(왈현주모국박모) : "현재 아무 나라 박아무개는
今生無罪(금생무죄) : 이승에서 지은 죄가 없으므로,
當不爲此國民
(당불위차국민) : 이 나라의 백성이 될 수 없다."
生問曰
(생문왈) : 박생이 이 글을 보고 동자에게 물었다.
示不肖以文卷
(시불초이문권) : "나에게 이 문서를 보이는 것은
何也
(하야) : 무슨 까닭이오?"
童曰
(동왈) : 동자가 말하였다.
黑質者
(흑질자) : "검은 종이의 것은
惡簿也
(악부야) : 악인의 명부이고,
白質者
(백질자) : 흰 종이의 것은
善簿也
(선부야) : 선인의 명부입니다.
在善簿者
(재선부자) : 선인의 명부에 실린 사람은
王當以聘士禮迎之
(왕당이빙사례영지) : 임금께서 선비를 초빙하는 예로써 맞이하십니다.
在惡簿者
(재악부자) : 인의 명부에 실린 사람도
雖不加罪
(수불가죄) : 악처벌하지는 않지만,
以民隸例勑之
(이민예예래지) : 노예로 대우하십니다.
王若見生
(왕약견생) : 임금께서 만약 선비를 보시면
禮當詳悉
(예당상실) : 예를 극진히 하실 것입니다."
言訖
(언흘) : 동자가 말을 마치더니,
持簿而入(지부이입) : 그 명부를 가지고 들어갔다.
5)박생 염부주에 들어가다
須臾飆輪寶車
(수유표륜보차) : 얼마 뒤에 바람을 타고 수레가 달려왔는데,
上施蓮座
(상시연좌) : 그 위에는 연좌(蓮座)가 설치되어 있었다.
嬌童彩女
(교동채녀) : 예쁜 동자와 동녀가
執拂擎盖
(집불경개) : 불자(拂子)를 잡고 일산(日傘)을 들었으며,
武隸邏卒
(무예나졸) : 무사와 나졸들이
揮戈喝道
(휘과갈도) : 창을 휘두르며 '물럿거라'고 외쳤다.
生擧首望之
(생거수망지) : 박생이 머리를 들고 멀리 바라보니
前有鐵城三重
(전유철성삼중) : 그 앞에 세 겹으로 된 철성(鐵城)이 있고,
宮闕嶔峩
(궁궐금아) : 높다란 궁궐이
在金山之下
(재금산지하) : 금으로 된 산아래 있었는데,
火炎漲天
(화염창천) : 뜨거운 불꽃이 하늘까지 닿도록
融融勃勃
(융융발발) : 이글거리며 타오르고 있었다.
顧視道傍人物
(고시도방인물) : 길가에 다니는 사람들을 돌아보았더니,
於火燄中
(어화염중) : 불꽃 속에서
履洋銅融鐵如蹋濘泥
(리양동융철여답녕니) : 녹아 내린 구리와 쇠를 마치 진흙이라도 밟듯이 밟으면서 다니고 있었다.
生之前路可數十步許
(생지전로가수십보허) : 그러나 박생의 앞에 뻗은 길은 수십 걸음쯤 되어 보였는데,
如砥而無流金烈火
(여지이무유금렬화) : 숫돌같이 평탄하였으며 흘러내리는 쇳물이나 뜨거운 불도 없었다.
蓋神力所變爾
(개신력소변이) : 아마도 신통한 힘으로 이루어진 것 같았다.
至王城
(지왕성) : 왕성(王城)에 이르니
四門豁開
(사문활개) : 사방의 문이 활짝 열려 있었는데,
池臺樓觀
(지대누관) : 연못가에 있는 누각 모습이
一如人間
(일여인간) : 하나같이 인간 세상의 것과 같았다.
有二美姝
(유이미주) : 아름다운 두 여인이
出拜扶携而入
(출배부휴이입) : 마중 나와서 절하더니, 모시고 들어갔다.
6)박생, 염부주왕을 만나다
王戴通天之冠
(왕대통천지관) : 임금은 머리에 통천관(通天冠)을 쓰고
束文玉之帶
(속문옥지대) : 허리에는 문옥대(文玉帶)를 띠였으며,
秉珪下階而迎
(병규하계이영) : 손에는 규(珪)를 잡고 뜰 아래까지 내려와서 맞이하였다.
生俯伏在地
(생부복재지) : 박생이 땅에 엎드려
不能仰視
(불능앙시) : 쳐다보지도 못하자,
王曰
(왕왈) : 임금이 말하였다.
土地殊異
(토지수이) : "서로 사는 곳이 달라서
不相統攝
(불상통섭) : 통제할 권리도 없을 뿐 아니라,
而識理君子
(이식이군자) : 이치에 통달한 선비를
豈可以威勢屈其躬也
(기가이위세굴기궁야) : 어찌 위세로 굽히게 할 수가 있겠소?"
挽袖而登殿上
(만수이등전상) : 임금이 박생의 소매를 잡고 전각 위로 올라와
別施一床
(별시일상) : 특별히 한 자리를 마련해 주었는데,
卽玉欄金床也
(즉옥난금상야) : 옥난간에 놓인 금으로 만든 자리였다.
坐定
(좌정) : 자리를 잡자,
王呼侍者進茶
(왕호시자진다) : 임금이 시자를 불러 차를 올리게 하였다.
生側目視之
(생측목시지) : 박생이 곁눈질하여 보았더니,
茶則融銅
(다칙융동) : 차는 구리를 녹인 물이었고
果則鐵丸也
(과칙철환야) : 과일은 쇠로 만든 알맹이였다.
生且驚且懼
(생차경차구) : 박생이 놀랍고도 두려웠지만
而不能避
(이불능피) : 피할 수가 없었으므로,
以觀其所爲
(이관기소위) : 그들이 어떻게 하나 보고만 있었다.
進於前
(진어전) : 시자가 다과를 앞에 올려 놓자,
則香茗佳果
(즉향명가과) : 향그런 차와 맛있는 과일의
馨香芬郁
(형향분욱) : 아름다운 향내가
薰于一殿
(훈우일전) : 온 전각에 퍼졌다.
7)왕이 박생에게 염부주를 설명하다
茶罷
(다파) : 차를 다 마시자
王語生曰
(왕어생왈) : 임금이 박생에게 말하였다.
士不識此地乎
(사불식차지호) : "선비께선 이 땅이 어디인지 모르시겠지요.
所謂炎浮洲也
(소위염부주야) : 속세에서 염부주(炎浮洲)라고 하는 곳입니다.
宮之北山
(궁지북산) : 왕궁의 북쪽 산이
卽沃焦山也
(즉옥초산야) : 바로 옥초산(沃焦山) 입니다.
此洲在天之南
(차주재천지남) : 이 섬은 하늘과 땅의 남쪽에 있으므로,
故曰南炎浮洲
(고왈남염부주) : 남염부주라고 부릅니다.
炎浮者
(염부자) : '염부'라는 말은
炎火赫赫
(염화혁혁) : 불꽃이 활활 타서
常浮大虛
(상부대허) : 언제나 공중에 떠 있기 때문에
故稱之云耳
(고칭지운이) : 불려진 이름이지요.
我名燄摩
(아명염마) : 내 이름은 염마입니다.
言爲燄所摩也
(언위염소마야) : 불꽃이 내 몸을 휘감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爲此土君師
(위차토군사) : 내가 이 땅의 임금이 된 지가
已萬餘載矣
(이만여재의) : 벌써 만여 년이나 되었습니다.
壽久而靈
(수구이령) : 너무 오래 살다 보니 영통해져,
心之所之
(심지소지) : 마음가는 대로 하여도
無不神通
(무불신통) : 신통하지 않음이 없고,
志之所欲
(지지소욕) : 하고 싶은 대로하여도
無不適意
(무불적의) : 뜻대로 되지 않는 적시 없었습니다.
蒼頡作字
(창힐작자) : 창힐이 글자를 만들 때에는
送吾民以哭之
(송오민이곡지) : 우리 백성을 보내어 울어주었고,
瞿曇成佛
(구담성불) : 석가가 부처가 될 때에는
遣吾徒以護之
(견오도이호지) : 우리 무리를 보내어 지켜 주었소,
至於三五周孔
(지어삼오주공) : 그러나 삼황(三皇) . 오제(五帝)와 주공. 공자는
則以道自衛(즉이도자위) : 자기의 도를 지켰으므로,
吾不能側足於其間也
(오불능측족어기간야) : 나는 그 사이에 바로 설 수가 없었소."
[양평 세미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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