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신
-이근배
문득 여름꽃으로 돌아온
너를 만나 보는 비애.
몇천 날을 두고 멎지 않는
한 올 인연은 피어올라서
눈물 덩어리로 타고 있다.
네 목숨의 뜨거운 바람,
네가 사는 그 눈비의 땅에서
연일 바람소리 높더니만,
이렇게 고운 슬픔을 빚어
그 눈빛, 머리칼, 살내음을 달고
내 앞에 와 꽃이 되었구나.
말할 수 없구나, 나는
뉘우침뿐인 이 막막한 날들을, 너를 찾아 떠나던
내 길은 끝없는 허공이었음을.
비록 한 망울 꽃이라도
몇천 날의 어둠의 끝에 맺힌
가녀린 회생.
내게 돌아와서도 너는
다만 사는 세상은 외로움인 양
홀로 적막을 사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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