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수국에 와서-


-
이근배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저마다 가슴에

바다를 가두고 사는 까닭을 안다

바람이 불면 파도로 일어서고

비가 내리면 맨살로 젖는 바다

때로 울고 때로 소리치며

때로 잠들고 때로 꿈꾸는 바다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하나씩 섬을 키우며

사는 까닭을 안다

사시사철 꽃이 피고

잎이 지고 눈이 내리는 섬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별빛을 닦아 창에 내걸고

안개와 어둠 속에서도

홀로 바짝이고

홀로 깨어 있는 섬

여기 와 보면

사람들이 새가 되고 싶은 까닭을 안다

꿈의 둥지를 틀고

노래를 물어 나르는 새

새가 되어 어느 날 문득

잠들지 않는 섬에 이르러

풀꽃으로 날개를 접고

내리는 까닭을 안다.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해인, 오늘을 위한 기도  (1) 2008.07.12
현신 -이근배  (0) 2008.07.11
이근배, 겨울행  (0) 2008.07.11
노래여 노래여- 이근배  (2) 2008.07.11
담쟁이 넝쿨 -정의홍  (4) 2008.07.1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