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고독(絶對孤獨)>
- 김현승
나는 이제야 내가 생각하던
영원의 먼 끝을 만지게 되었다.
그 끝에서 나는 하품을 하고
비로소 나의 오랜 잠을 깬다.
내가 만지는 손 끝에서
아름다운 별들은 흩어져 빛을 잃지만
내가 만지는 손끝에서
나는 무엇인가 내게로 더 가까이 다가오는
따스한 체온을 느낀다.
그 체온으로 내게서 끝나는 영원의 먼 끝을
나는 혼자서 내 가슴에 품어 준다
니는 내 눈으로 이제는 그것들을 바라본다.
그 끝에서 나의 언어들을 바람에 날려 보내며,
꿈으로 고이 안을 받친 내 언어의 날개들을
이제는 티끌처럼 날려 보낸다.
나는 내게서 끝나는
무한의 눈물겨운 끝을
내 주름 잡힌 손으로 어루만지며 어루만지며,
더 나아갈 수 없는 그 끝에서
드디어 입을 다문다. ― 나의 詩는.
(시집 『절대고독』,1970)
[길 - 검단산2]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화 -조지훈 (0) | 2008.07.08 |
---|---|
가을의 기도 -김현승 (0) | 2008.07.08 |
이형기, 낙화(落花) (1) | 2008.07.08 |
청노루 -박목월 (0) | 2008.07.08 |
나그네 -박목월 (0) | 2008.07.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