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 장터>
-신경림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靑龍) 흑룡(黑龍)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 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석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天痴)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있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어떤 낙원] 살구사 지천으로 길을 덮었다. [주]각운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갈대 -신경림 (0) | 2008.07.04 |
---|---|
농무 -신경림 (0) | 2008.07.04 |
울음이 타는 가을 江 -박재삼 (1) | 2008.07.03 |
세월이 가면 -박인환 (0) | 2008.07.03 |
목마와 숙녀 -박인환 (1) | 2008.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