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어 거시기’

울산매일 18면, 2012년 11월 13일 (화)

http://www.iusm.co.kr/news/articleView.html?idxno=265972

잘 익은 김치에다 푹 삭힌 홍어와 비곗살이 붙은 돼지고기를 얹어 새우젓과 함께 한 입 가득 넣는다. 알싸하고 짜릿한 냄새가 코를 푹 찌르면서 눈물이 찔끔 솟는다. 술꾼들에게는 막걸리 한 사발과 함께 그 이상의 안주가 없겠다.

홍어는 생김새와 맛, 먹는 법 등이 다른 물고기와 많이 다른데다 생식 방법 또한 특이해 예부터 사람들의 입에 많이 오르내린 어류 중 하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는 “회로 먹거나 국을 끓이거나 포를 뜨기도 한다.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썩힌 홍어를 즐겨 먹는데 지방에 따라 기호가 다르다”고 했다. 홍어가 오래 전부터 고유의 토속음식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또 <자산어보>에도 기록돼 있는 것처럼 옛날 사람들은 홍어를 ‘음란’의 상징으로 취급했다. 홍어 낚시를 하다 보면 암수가 교미 중에 끌려올 때가 많다. 그래서 “암컷은 낚시에 걸려 죽고 수컷은 간음하다 죽으니 이는 음(淫)을 탐하는 자의 본보기”라고 했다.

이른바 ‘일부일처제’ 생태의 홍어는 암컷이 수컷보다 몸집이 크고 맛도 앞선다. 따라서 어시장 가격도 암컷이 비싸다. 수컷은 교미 때 양쪽 날개에 붙은 2개의 생식기를 이용하는데 생식기가 몸 밖으로 툭 튀어 나온 데다 가시가 붙어 있다. 뱃사람들은 이것이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손을 다칠 수 있고 아무런 쓸모가 없어 잡자말자 칼로 쳐내 버린다. 이 때문에 홍어 수컷 생식기를 ‘만만한 사람’에 빗대 말한 게 ‘만만한 게 홍어 거시기’라는 속담이 되고 말았다.

18대 대선 후보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말이 험해지고 있다. 김태호 의원(새누리당 선대위 공동위원장)이 “대선이 불과 며칠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단일화를 하는 것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일”이라며 “이렇게 해도 국민이 속아 넘어갈 것이라고 국민을 ‘홍어X’정도로 생각하는 사기극은 중단돼야 한다”고 했다. 공개석상에서의 이 말은 SNS(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퍼져 나갔다.

막말 경쟁에 마침내 ‘홍어X’까지 가세해 점입가경이다. 또 어느 후보는 지지층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뜻에 따라”를 말끝마다 내세운다. 정치인들이 국민을 ‘만만하게’ 본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정녕 국민의 한 표가 ‘홍어 거시기’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줄 때가 됐다.

기사 입력 : 2012-11-12 18:20:58 ( 김경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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