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있음을 안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기는 있다

가만두면 사라지는 달을 감추고
뜨겁게 불어오는 회오리 같은 것
대리석 두 기둥으로 받쳐 든 신전에
어쩌면 신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은밀한 곳에서 일어나는
흥망의 비밀이 궁금하여
남자들은 평생 신전 주위를 맴도는 관광객이다

굳이 아니라면 신의 후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들은 자꾸 족보를 확인하고
후계자를 만들려고 애를 쓴다 

치마 속에 확실히 무언가 있다
여자들이 감춘 바다가 있을지도 모른다

참혹하게 아름다운 갯벌이 있고
꿈꾸는 조개들이 살고 있는 바다

한번 들어가면 영원히 죽는
허무한 동굴? 
놀라운 것은
그 힘은 벗었을 때 더욱 눈부시다는 것이다

<출처: 현대문학 2007년 5월호>

 

https://kydong77.tistory.com/19108

 

우이천의 벚꽃길/ 문정희, 치마 & 임보, 팬티/ 개판 연동형비례대표제

두 시인은 부부가 아닙니다. 와 라는 작품을 인연으로 이런 사진도 찍었네요. http://www.emadang.net/poem/22494 poem - 치마와 팬티 / 문정희와 임보 치마 / 문정희 벌써 남자들은 그곳에 심상치 않은 것이

kydong77.tistory.com

 

문정희 시인, 수필가 

출생1947년 5월 25일 (전라남도 보성)

소속 동국대학교 (교수) /학력 동국대 국문과 졸업

서울여자대학교 대학원 현대문학 박사

데뷔 1969년 월간문학 시 '불면', '하늘' 당선 수상

2010년 제7회 스웨덴 시카다상 수상

경력 동국대학교 문예창작학과 교수 

 

https://www.youtube.com/watch?v=T980nxpTe1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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