神僧藁俵9[村談]213
신승고표(神僧藁俵)
(신통한 스님의 짚 가마니)
시골에 한 과부가 가난한데다 외롭게 홀로 살았는데,
오랫동안 정절(貞節)을 지켜 그 명성이 원근에 자자하였다.
하루는 날이 저물어 한 노승(老僧)이 바랑을 지고
석장(錫杖)을 이끌고 와서 사립문을 두드리며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거늘,
『저의 집은 워낙 가난하고 또 남정네도 없으며,
내가 홀로 단칸방에 살 뿐이니 딴 데로 가소서.』
『이미 날은 어두웠고 밖에 인가가 없으니
자비심으로써 일박을 허락하시면 그 은혜가 크리로다.』
하므로 부득이 허락한 후에
보리밥과 토장국이나마 깨끗이 바치니
스님이 주림 끝에 달게 먹었다.
주인은 늙은 스님을 생각하여 아랫목에서 쉬게 하고
자기는 웃목에서 자게 되었는데,
여주인은 옷조차 벗지 않고 그냥 잤다.
서로 잠이 오지 않아서 끙끙대다가 스님이 잠든 체하고
다리로써 여주인의 다리 위에 걸어 놓은 즉,
여인이 양손으로 공손히 내려놓았고,
얼마 후에 또 한 손을 여인의 가슴 위에 놓은 즉
여인이 또한 두 손으로 공손히 내려놓으며,
『너무 곤하셔서 이렇게 하시는가보다.』
하고 새벽이 되자 일찍 일어나
밥을 지어 깨끗하고 담박한 밥상을 올렸다.
스님이 또 달게 다 자신 후,
『볏짚이 있으면 몇 단 주시오.』
하거늘 볏짚을 드렸더니
그것으로 스님은 가마니를 짜서,
『후한 은혜를 무엇으로 사례하리까?
이로써 예사(禮謝)하노라.』
하고 소매를 떨치고 가니,
그 간 곳을 알 수 없었다.
여인이 얼마 후에 그 가마니 속을 들여다보니
이것이 웬일이냐, 흰 쌀이 그 속에 그득했다.
쌀을 궤 속에 옮기고 난즉
또 다시 그 가마니 속이 쌀로 불룩했다.
그리하여 이로부터 큰 부자가 되었다.
이웃 마을에 욕심 많은 과부 한 사람이 소문을 듣고,
『나도 마땅이 중이 와서 자게 되면 그렇게 하리라.』
하고 스님이 찾아오기를 고대했다.
하루는 석양 무렵에 한 늙은 스님이 하룻밤 자고 가기를 청하거늘,
과부가 곧 허락하여 저녁밥을 대접한 후 함께 한 방에서 자더니,
여인이 거짓 자는 체하다가 먼저 자기 다리를 스님의 배 위에 걸쳐 놓으니,
스님이 다시 가만히 내려놓기를 무수히 반복했다.
아침에 여인이 일찍 일어나 조반 지어 대접하니
스님이 떠날 때 과연 볏짚을 청햇다.
여인이 크게 기꺼워하여 볏짚 여러 단을 가져가니
스님 또한 가마니 한 개를 만들어 주곤 훌훌히 떠나갔다.
여인이 그 가마니 속을 들여다 봤다.
이것은 무엇이냐? 해괴하기 그지없었다.
그 속에는 양물(陽物)이 하나 그득 쌓였다.
여인이 크게 놀라 솥뚜껑으로써 덮으니
이번엔 솥 속에도 그것이 꽉 차올랐다.
여인은 미칠 지경이 되어,
그것을 우물에 던져 버리니,
우물 안에 그득한 것이 양물(陽物)천지였다.
그것이 어지러이 날고 뛰어서 온 집안에 꽉 차니
여인이 과욕(過慾)을 뉘우쳐
신승(神僧)의 경계(警戒)하심을 비로소 깨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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