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67화 - 사위를 보쌈해오다 (襁褓壻拉)
http://blog.joins.com/kghkwongihwan/10465667
어느 한 마을에
자식들과 함께 사는
홀아비가 있었다.
큰 딸이 이제 열여섯 나이라
곧 시집을 보내고 나면
집안일을 돌볼 사람이 없어
재혼을 하려해도
홀아비의 나이가 많아
마땅한 재혼처를
구할 수가 없었으므로
과부를 하나 보쌈해서
업어올 작심을 했는데
마침 아랫마을에
젊은 과부가 살고 있었다.
그러나 아랫마을에 과부는
도처에서 노리는
보쌈꾼들에 대비하여
밤이면 식칼을
베개 밑에다 놓고 자다가
남자들이 들어오면
칼을 휘두르기도 했고,
때로는 고춧가루 주머니를
준비하고 기다렸다가
방문으로 들어오는
남자의 면상에 뿌려
눈을 뜰 수 없게 해서
재채기만 하면서
되돌아가게 한 일이
한두 번이 아닌
사나운 여인으로
널리 소문이 나 있었다.
과부는 이렇듯 대비를 하였으나
피로하여 매일같이
이렇게는 할 수 없는지라,
어느 날 꾀를 내어
친정에서 스무 살이 되었어도
가세가 빈한하여
아직 장가를 들지 못한
남동생을 집에 데려다가
자기 방에서 재우고
과부는 뒷방에서
안심하고 편안하게
잠을 자게 되었다.
이러한 사정을 모르는
홀아비는 마을 청년 몇을
청하여 술을 먹이고
아랫마을 과부를
보쌈해 오게 했는데,
청년들은 과부집
안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과부에게 큰 이불 호청을 둘러씌워
둘둘 말아 업어와서는
홀아비 집 안방에다
내려놓고 모두 돌아갔다.
홀아비가 불을 끄고
보쌈을 풀어 과부를 끌어내어
옷을 벗기려 하자
과부가 아닌
과부의 남동생은 힘을 주어
달려드는 홀아비를
걷어 차 버렸다.
홀아비는 과부가
아마 첫날이어서
아직 분이
안 풀린 모양이려니 생각하고
큰 딸을 불러 업어온
새어머니와 같이 자면서
위로하고 안심시키라 이르고는
사랑방으로 건너갔다.
큰 딸은 아버지가
과부를 업어 왔으리라 여기고
안방으로 들어가
깍듯이 예를 갖추어,
"어머님, 노여워하지 마시고
오늘밤은 소녀와 함께 주무시지요."
하고서 치마저고리를 벗고
과부의 남동생이 덮고 있는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홀아비가 사랑방에서
큰 딸이 들어간 안방 쪽에
귀를 기울여 보았으나
싸움이 벌어지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잠잠하므로
흡족해 하면서
다음날 날이 밝으면
과부를 달래기로 하였다.
한편 안방에서는
나이가 스물이 넘도록
장가를 못 든 과부의 남동생이
처녀가 치마저고리를 벗고
자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데
그대로 가만 놓아둘 리가 없었다.
이튿날 아침이 되어
큰 딸이 부엌에서
멍하니 서 있는 것을 보고
놀란 홀아비가 물었다.
"왜 그러고 먼 산만
바라보고 서 있느냐?"
"아버지 방에 들어가 보세요.
어제 밤에 업어 온 사람은
과부가 아니예요."
홀아비가 놀라서
안방으로 가보니
안방에는 과부가 아닌
건장한 청년이 앉아 있었다.
다시 놀란 홀아비가,
"너는 누구냐?"
하고 물으니
"예? 저 말입니까?
저는 어제 밤에 보쌈으로 업혀온
이 집의 사위옵니다." 하더란다.
'고전문학 > 국역고금소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제169화 - 이왕이면 새것하고(同價新物) (0) | 2015.03.26 |
---|---|
제168화 - 내 병 다 나았소 (0) | 2015.03.26 |
제166화 - 하룻밤을 못봤다고 눈물까지 흘리느냐 (0) | 2015.03.26 |
제165화 - 고부가 동서가 되다 (0) | 2015.03.26 |
제164화 - 남편과 사위의 크기가 같다 (0) | 2015.03.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