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금소총 제196화 - 빈 땅을 팔아 숭어를 얻다 (賣空得魚)

 

한 생선장수가 큰 숭어 한 마리를 가지고

시골 마을로 팔러 다니며 큰 소리로 외쳐댔다.

"어떤 여자든지 항문 위와 옥문(玉門)아래 사이에

나의 양물(陽物)을 잠깐 댈 수 있도록 해준다면

이 생선을 주겠소."

 

한 여인이 이 소리를 듣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그곳은 빈 땅(空地)이니 대주어도 무방하겠지."

마침내 속곳의 실밥을 타 구멍을 내더니

생선장수를 불러 잠깐만 그곳에 양물을 대도록 했다.

 

생선장수는 여인의 세 폭짜리 잠방이를 말아 올린 다음

엉덩이를 높게 고이고 옥으로 깎아놓은 듯한

다리를 드러내어

두 겨드랑이 사이에 끼는데

눈처럼 희고 아름다웠다.

 

 

생선장수가 양물을 드러내는데

힘줄이 얼기설기 가로지르고 있어서

흡사 등나무 줄기가 모과나무를 감고 있는 것 같았다.

가죽과 살이 단단하고 굳세어지자 그 모양이 

마치 옥그릇을 대나무 뿌리위에 덮어놓은 것 같으며

빛깔은 반룡단(半龍丹)이요,

그 주름을 편 즉 우산과 같았다.

 

 

생선장수가 여인의 어깨를 끌어당기자

마치 쇠스랑으로 물건을 잡은 것 같았다.

그리고는 구멍에 양물을 대고 곧게 세워서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며 숫돌에 칼을 가는 듯하니,

능숙한 가죽장인이 쇠가죽을 무두질1)하는 것 같았다.

1)무두질:모피의 가죽을 부드럽게 다루는 일

 

이윽고 양물에서 점액(粘液)을 뿜어내니

마치 땀이 배어 나온 말의 잔등에 올라탄 것 같았고,

항문이 열렸다 오므라들었다 하니

나무 열매를 머금은 다람쥐가 

입을 오물거리는 모습과 같았다.

 

 

여인은 즐거운 정이 흡족한 나머지

마침내 생선장수를 끌어안고 등을 어루만지며 말했다.

"오늘 거래는 정말이지 즐거웠어요.

자주 와서 빈 땅(空地)를 사 주셔야 해요."

생선장수는 그렇게 하겠다고 승낙하고는

물고기를 놓고 이내 사라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출타했던 남편이 돌아왔는데

아내가 물고기 반찬을 장만하여 내놓았다.

"이거 어디에서 난 거요?"

 

아내가 항문과 옥문사이의

빈 땅(空地)를 팔아 얻었다고 말하자

남편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빈 땅을 팔았다면 다행이지만

만일 실수라도 해서

값진 곳(直地)으로 들어갔었더라면

어찌할 뻔했소?

생선을 먹는데 굳이 그 생선 장수의 것이라야 했소?"

하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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