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詳說]
한형조, 1554년 금강산, 청년 율곡과 어느 노승의 대화
: 불교와 주자학의 철학적 격론
http://blog.daum.net/slowdream/3381758
[원문과 번역]
[번역]
풍악산의 작은 암자에 있는 노승에게 시를 지어주다.
내가 풍악(금강산)에 유람할 때,
하루는 혼자 깊은 골짜기로 들어가서 몇리쯤 가니
조그마한 암자가 있는데
노승이 가사(袈裟)를 입고 반듯이 앉아서 나를 보고도 일어나지 않으며
또한 말 한마디도 없었다.
암자 가운데를 두루 살펴보니
다른 물건이라곤 아무것도 없고
부엌에는 밥 지은 지 벌써 여러 날이 되었다.
내가 묻기를,
“여기서 무얼 하시오?”
노승이 웃으며 대답을 아니하였다.
또 묻기를,
“여기서 무엇으로 요기하고 지내시오?”
노승은 소나무를 가르키며,
“저게 내 양식이오.”
하였다.
나는 그 변명을 시험하고자 묻기를,
“공자와 석가 중 누가 더 성인이오?”
노승이 말하기를,
“그대는 노승을 놀리지 마시오.”
내가 말하기를,
“불교는 오랑캐의 교이니 중국에는 시행할 수 없는 것이지요?”
노승이 말하기를,
“순임금은 동이(東夷) 사람이며
문왕은 서이(西夷) 사람이니 그들도 역시 오랑캐란 말이오?”
내가 말하기를,
“불교의 오묘한 것도 우리 유교를 벗어날 것이 없는데
왜 굳이 유교를 버리고 불법을 구하시오?”
노승이 말하기를,
“유교에도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이 있소?”
내가 말하기를,
“맹자가 성선(性善)을 말할 때에
반드시 요순을 들어 말하는데
마음이 곧 부처라는 말과 무엇이 다르오?
다만 우리 유교에서는 현실에서 실제의 것을 보고 얻을 뿐이오.”
노승은 수긍하지 않고 한참 있다가 하는 말이,
“색도 아니고 공도 아니다. 라는 말은 무슨 뜻이요?”
내가 말하기를,
“그것 또한 눈앞에 전개되는 경계지요.”
라고 하니 노승이 빙그레 웃었다.
내가 또 말하기를,
“솔개가 날아 하늘에 이르고 고기가 못 속에서 뛰노는 것이
색인가요, 공인가요?”
노승이 말하기를,
“색도 아니요 공도 아닌 것이 진리의 본체이니,
어찌 그런 시 구절을 가지고 비길 수가 있겠는가?”
내가 웃으며 말하기를,
“이름지어 말할 수 있는 것이면
그것은 벌써 현상경계(現像境界)이겠는데 어떻게 본체라고 하는 것이오?
만일 그렇다고 하면 유교의 오묘한 곳은 말로써 전할 수 없는 것이고
불교의 진리도 문자의 경지를 넘는 것은 못되오.”
노승이 깜짝 놀라서 나의 손을 잡으며 말하기를,
“그대는 속된 선비가 아니구려.
나를 위해 '솔개가 날고 고기가 뛴다’는 구절을 풀어 시를 지어 주시오.”
내가 곧 절구(絶句) 한 수를 써서 주자
노승은 그것을 받아 읽은 뒤에 옷소매 속에 집어넣고
몸을 돌이켜 벽을 향하였다.
나역시 그 골짜기를 나왔으나
어리둥절하여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 뒤 3일이 지나 다시 가보니,
암자는 그대로 있는데 노승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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