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7화 - 죽어도 원통함이 남는다 (死猶寃痛)
어느 시골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성품이 매우 괴팍하여
남의 일에 훼방 놓기를
즐거움으로 삼았다.
특히 이 사람은 혼사에 있어
자기와 가까운 사람이든
가깝지 않은 사람이든 가리지 않고,
자신이 중매를 하는 경우에는
온갖 감언이설을 동원하여
성사를 시켰다.
하지만 자기가 개입되지 않은
혼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달려가서
온갖 험담을 늘어놓으면서
성사되지 못하도록
훼방을 놓는 것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 사람이 온다고 하면
모두들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하루는 건넛마을에
혼사가 논의되고 있다는 소문이 들렸다.
'뭐라고?
내가 개입되지 않은
혼사가 논의 중이라고?
어림없지. 가만있자,
신랑 집에는 이러이러한 험이 있것다.
그리고 신부 집은
더 많은 결점이 있지.
내 즉시 가봐야겠다.'
이렇게 이 사람은
양가의 결점을 확인한 다음,
신부 집으로 달려갔다.
때는 겨울인지라,
냇물이 얼었다가
마침 날씨가 조금 따뜻하여
얼음이 많이 녹고 있었다.
이 사람이 혼사를 저지하려고 달려가는데
중간에 제법 큰 내가 있어 꽁꽁 얼어 있고,
징검다리는 얼음에 묻혀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 사람은,
'어떡하나?
징검다리는 보이지 않고.....
별 수 없이 얼음 위를
조심해서 건널 수밖에 없겠구먼.'
하고 중얼거리면서
얼음 위를 살살 밟으며 건너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었는데도
약간 찍찍거리는 소리만 날 뿐 괜찮더니,
반쯤 건넜을 때
그만 얼음이 꺼지면서
그 밑으로 빠지고 말았다.
이에 얼음을 붙잡고
어떻게든 나와 보려고
소리를 지르면서 애써 보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몸이 얼음 속으로
잠겨 들어가면서도
이렇게 말했다.
"아이고 분해라!
내가 죽으면
그 혼사가 반드시 성사되고 말 텐데
이걸 어쩌나?
내 죽어도 그 혼사를 못 막아 원통하도다."
사람들은 그가 죽으면서
'원통하도다' 라고
말한 것에 대해,
그 사람이 살면 혼인이 성립되지 못하고
죽으면 성립되는 것이니,
그 사람이 살게 되는 것이 도리어
원통한 일이 되는 것이라고 비꼬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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