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8화 - 지체하는 사이에 부친이 사망하다 (因忌父死)

 

옛날에 어떤 노인이

두 아들을 두었는데,

장남은 겁이 너무 많고

의심 또한 많았다.

게다가 지나치게 미신을 믿어,

모든 일을 책력(冊曆)에 의지하며

아무 데도 꺼리는 데가 없어야

실행하는 것이었다.

 

하루는 노인이 측간(厠間)에 가다가

담장이 무너지는 바람에

흙더미에 깔려 신음하면서

위급한 상태에 놓였다.

 

이를 본 작은 아들이

급히 형에게 달려가서 소리쳤다.

"형님, 지금 부친께서

무너진 담장 흙더미에 깔려

생명이 위급합니다.

어서 나와 함께

흙더미를 쳐내야 하겠습니다."

 

아우의 말에 형이 내다보니,

과연 담장이 무너져

부친이 깔린 채 위급한 상태였다.

 

그러자 장남은 아우를 보고 말했다.

"얘야, 조금 기다려라,

담장이 무너졌으니

섣불리 손을 댔다간

지신(地神)의 노여움을 살 것이니라.

내 얼른 가서 책력을 살펴보고

관계가 없는지 알아보겠노라."

이러면서 안으로 들어가

책력을 뒤적이는 동안,

아우 혼자서 흙더미를 치우다가

그만 부친이 사망하고 말았다.

 

장남은 미신에 얽매어서

생명이 위급한 부친을

즉시 구제하지 않고

어물거리다가 사망하게 했으니,

주위에서 그 어리석음을 비웃으며

통분해 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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