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356화 - 유씨 성의 한 선비 (一士姓柳)
유씨 성을 가진 한 선비가
영남 지역으로 유람했다가
성산(星山)에 머무는 동안,
예쁘고 가무에 능한
기생 청련(靑蓮)을 사랑하여
정이 깊이 들었다.
그리하여 서울로 돌아올 때,
이별이 슬퍼 서로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했다.
그 후로도 유씨는 청련을 잊지 못해
늘 그리워하며 우울하게 보내니,
이를 본 부인 송씨가 질투하여
거친 말로 꾸짖고 나무라면서,
가끔은 몽둥이로 때리기까지 하는 것이었다.
이에 유씨는 그 고통을 견디기가 어려워,
엄격한 위엄으로 제압해 보리라 작정했다.
하루는 관가 일이 끝나고 집에 돌아와,
의관도 벗지 않은 채
마루에 똑바로 앉아
정색을 하고 부인을 추궁하듯 말했다.
"여자는 질투하지 못하게 되어 있느니라.
'시경'에 따르면,
옛날 중국 문왕의 후비는
질투하지 않은 것으로
그 아름다움을 찬양하고 있으며,
'소화'에는 부인을 친정으로 돌려보내는
칠거지악(七去之惡) 가운데,
음거(淫去)1)와 투거(妬去)2)가
엄연하게 명시되어 있거늘,
당신은 어떤 물건이건대
이토록 질투가 심한고?"
1)음거(淫去) : 음탕한 행동을 하면 내보냄.
2)투거(妬去) : 질투를 하면 내보냄.
그러자 송씨는 끓어오르는
울분을 참지 못해,
곁에 있는 전반을 집어 들고 서서
남편을 내려다보며 크게 소리쳤다.
"무엇을 일러 문왕의 후비라고 하며,
그 무엇이 '음거'와 '투거'란 말이요?"
하면서 그 전반으로 내려치니,
유씨는 견디다 못해
담장을 넘어 도망쳐 버렸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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