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성을 가진 한 재상이 있었는데,
성품이 지나치게 너그러웠다.
하루는 시장에 가서
말 한 마리를 사는데,
좋은 말이라고 하니 따져보지도 않고
비싼 값에 덥석 사들였다.
그것은 암말이었으나,
3년을 타고 다니면서도
재상은 그것을 모르고 있었다.
하루는 문중에 모임이 있어
이 말을 타고 나가 매어 놓았는데,
풍마(風馬)1) 소동이 벌어진 것이었다.
1)풍마(風馬) : 암수의 말이 교미를 하려고 날뛰는 것.
이 때 그것을 보고 있던
한 사람이 웃으면서 말했다.
"저 말은 최 재상이 타고 온 말인데,
글쎄 그게 암말이더이다."
이 소리를 들은 재상은 비로소
그것이 암말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 내가 타는 말이 암말이었다고?
내 처음 살 때는 수말로 알고 샀는데,
그 못된 놈이 나를 속인 게로구먼."
이에 사람들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최 재상에게는 권씨 성을 가진
사위가 하나 있었는데,
그의 성품은 장인과 반대로
지나치게 곧고 직선적이었다.
마침 최 재상이
시골로 내려가 살게 되어 떠나는 날,
교외에서 많은 친지들이 모여
전별 잔치를 열었다.
그 때 사위 권씨도
그 잔치에 참여하려고
술과 안주를 준비했다.
그런데 권씨 집에는
오성(五星)2)이 두 개가 있어,
2)오성(五星): 뚜껑이있는 찬합으로, 다섯 개의 칸에 다섯 가지의 마른 안주를 담음.
교대로 가지고 나가곤 했는데,
마침 이 두 개의 오성 중
한 곳에는 음식이 담겨 있었으나,
다른 하나에는 미처 담지 못해 비어 있었다.
이것을 몰랐던 종은 빈 오성을 든 채
주인을 따라 나선 것이었다.
그리하여 잔치석상에서
저마다 가져온 술과 안주를 내놓는데,
사위 권씨가 찬합 뚜껑을 여니
속이 텅 비어 있었다.
이에 사람들이 쳐다보고 의아해 하니,
권씨는 천천히 말했다.
"이 오성이 본래 안주로 가득 차 있었는데,
저 못된 종놈이 다 훔쳐 먹은 모양이구려."
그러자 옆에서 보고 있던 사람들은 한바탕 크게 웃었다.
이후로 마을 사람들은
이 장인과 사위를 가리켜,
牝馬崔岳丈
(빈마최악장)"암말은 최씨 장인이고,
空盒權書房
(공합권서방)빈 찬합은 권씨 서방이로다."
라면서 비꼬아 말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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