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비가 또 오면 어이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국화 옆에서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펌] 미당 서정주

http://cafe.daum.net/mj13h/QnS6/6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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