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kydong77.tistory.com/19399
제4단
臨邛道士鴻都客
임공도사홍도객
임공[6]에서 온 도사가 서울에 머무는데
能以精誠致魂魄
능이정성치혼백
정성을 들이면 혼백을 불러올 수 있다 하니
爲感君王輾轉思
위감군왕전전사
그리워 잠 못 드는 군왕을 위해
遂敎方士殷勤覓
수교방사은근멱
방사로 하여금 남몰래 찾게 해보았지.
排空馭氣奔如電
배공어기분여전
허공을 가르고 번개처럼 내달아
升天入地求之遍
승천입지구지편
하늘 끝에서 땅 속까지 두루 찾아
上窮碧落下黃泉
상궁벽락하황천
위로는 하늘 끝, 아래로는 황천까지.
兩處茫茫皆不見
양처망망개부견
두 곳 모두 망망할 뿐 찾을 길이 없는데
忽聞海上有仙山
홀문해상유선산
홀연 바다 위에 선산 있다는 소문 들어
山在虛無縹緲間
산재허무표묘간
그 산은 아득한 허공 먼 곳에 있고,
樓閣玲瓏五雲起
누각령롱오운기
누각은 영롱하고 오색 구름이 일어
其中綽約多仙子
기중작약다선자
그 곳에 아름다운 선녀들이 사는데,
中有一人字太眞
중일 유일자태진
그중 '태진'[7]이라 하는 선녀 하나 있으니
雪膚花貌參差是
설부화모삼차시
눈 같은 피부와 고운 얼굴이 닮았다고 했지.
金闕西廂叩玉扃
금궐서상고옥경
황금 대궐 서쪽 방의 옥문을 두드리고
轉敎小玉報雙成
전교소옥보쌍성
소옥에게 일러 쌍성에게 말 전하니[8]
聞道漢家天子使
문도한가천자사
한나라 천자의 사자 왔다는 말 전해 듣고
九華帳里夢魂驚
구화장리몽혼경
꿈에 깨어 놀라는 화려한 장막 안의 혼백.
攬衣推枕起徘徊
남의추침기배회
옷을 들고 베개 밀고 일어나 서성이더니
珠箔銀屛迤邐開
주박은병이리개
주렴과 은병풍이 스르르 열렸다.
雲髻半偏新睡覺
운빈반편신수교[9]
구름 같은 머리 한쪽으로 드리우고 막 잠에 깬 듯,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부정하당래
머리장식 안 고친 채 집에서 내려오니.
風吹仙袂飄飄擧
풍취선몌표표거
바람 부는 대로 소맷자락이 나부낀다.
猶似霓裳羽衣舞
유사예상우의무
예상우의무를 추는 그 모습인 듯한데,
玉容寂寞淚欄干
옥용적막루란간
옥 같은 얼굴 수심 젖어 눈물이 난간에 흐르니
梨花一枝春帶雨
이화일지춘대우
활짝 핀 배꽃 한 가지 봄비에 젖은 듯하다.
含情凝睇謝君王
함정응제사군왕
정 어린 눈길 돌려 군왕에게 사뢰니
一別音容兩渺茫
일별음용량묘망
한번 이별 후 소리와 모습 다 아련하여
昭陽殿里恩愛絶
소양전리은애절
소양전에서 받던 은총도 끊어지고
蓬萊宮中日月長
봉래궁중일월장
봉래궁에서 보낸 세월이 오래건만
回頭下望人寰處
회두하망인환처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보아도
不見長安見塵霧
부견장안견진무
장안은 보이지 않고 짙은 안개와 먼지뿐.
唯將舊物表深情
유장구물표심정
오직 옛 물건으로 깊은 정을 표하려 하니
鈿合金釵寄將去
전합금채기장거
자개 상자와 금비녀를 보내겠다 말했지.
釵留一股合一扇
채류일고합일선
비녀는 반 쪽씩, 자개함은 하나씩.
釵擘黃金合分鈿
채벽황금합분전
비녀와 자개함을 반으로 나눴으니
但敎心似金鈿堅
단교심사금전견
두 마음 이처럼 굳고 변치 않는다면
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인간회상견
천상과 인간세상 사이에서 다시 보게 되리라.
臨別殷勤重寄詞
임별은근중기사
헤어질 즈음 간곡히 다시 하는 말이
詞中有誓兩心知
사중유서량심지
두 마음만이 아는 맹세의 말 있었으니[10]
七月七日長生殿
칠월칠일장생전
칠월 칠석 장생전에서
夜半無人私語時
야반무인사어시
깊은 밤 사람들 모르게 한 약속.
在天願作比翼鳥
재천원작비익조[11]
하늘에서 만난다면 비익조가 되기를 원했고
在地願爲連理枝
재지원위련리지[12]
땅에서 만난다면 연리지가 되기를 바랐지
天長地久有時盡
천장지구유시진
하늘 땅이 장구해도 끝이 있건만,
此恨綿綿無絶期
차한면면무절기
이 한은 끝없이 이어져 다함이 없네
제4단
사천의 한 도사가 서울로 와 그 법술로 양귀비의 꽃다운 혼을 찾을 수 있다며 선산에 들어가 그녀와 만난 이야기.
臨邛道士鴻都客 임
공 출신의 도사로 서울 장안에 초대되어 온 손님1)
能以精誠致魂魄 정성을 모아 죽은 자의 혼백을 부른다고 하네.
爲感君王輾轉思그는 천자께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그리움에 감동하여
遂敎方士殷勤覓드디어 방사를 시켜 정성껏 찾게 했네.
❙ 注 疏1)臨邛(임공):蜀의 지명. 道士(도사):신선의 일을 수도한 사람. <양태진 외전>에 의하면 촉에서 도사 楊通幽가 왔다고 기록되어 있음. 鴻都客(홍도객):한나라 때부터 있던 홍도문 안에 나그네로 거하던 손님. 2)精誠:진심을 다한 정신력. 致魂魄(치혼백):죽은자의 혼백을 불러 내는 일. 3)輾轉(전전):잠자리에서 뒤척거림. 思(사):사모의 정. 4)方士(방사):道士와 같음. 殷勤(은근):정성을 다해. 覓(멱):찾다.
시는 이제 다시금 전개되어 새로운 클라이막스를 향해 나아간다. 이 새로운 전개는 현종의 슬픔을 없애주려는 한 인물에 의하여 시작된다. 그 사람은 신비로운 초자연 세계에 능통한 道士, 곧 도교의 수도자였다.
排雲馭氣奔如電
방사는 구름을 열어 대기를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5)
昇天入地求之遍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네. 上窮碧落下黃泉 위
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다하였으나6)
兩處茫茫皆不見 두 곳 다 아득하여 혼백은 뵈지 않네.
❙ 注 疏1)排雲(배운):구름을 헤치다. 馭氣(어기):바람을 타다. 2))碧落(벽락):푸른 하늘. 도교에서 말하는 동방의 제1천은 푸른하늘로 碧霞(푸른안개)가 차 있다고 해서 그렇게 말함. 黃泉(황천):대지 깊숙한 곳으로 황색물이 솟는 곳. 저승. 3))茫茫(망망):끝없이 넓은 상태.
이리하여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찾아 보았으나 ‘兩處’ 모두 망망하기만 할 뿐 양귀비는 보이지 않았다.
忽聞海上有仙山 문득 듣자니 해상에 신선 사는 산이 있는데
山在虛無縹緲間 그
산은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곳에 자리잡았다네.9)
樓閣玲瓏五雲起 누각은 영롱하여 오색 구름 일어나고
其中綽約多仙子 그 안에는 아리따운 선녀도 많다네.
❙ 注 疏1)忽聞(홀문):문득 듣다.
2)縹緲間(표묘간):속세와는 아주 다른,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저 세계.
3)玲瓏(영롱):옥과 같이 빛나며 반짝이는 모양.
4)綽約(작약):온화하고 아름다움.
그런데 문득 풍문에 들으니, 해상의 仙山에 선녀 여럿 산다 하네.
中有一人字太眞 그 중에 한 사람, 자는 태진인데
雪膚花貌參差是 눈처럼 흰 살결과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엇비슷하다고.
金闕西廂叩玉扃 仙山의 황금 궁전 서쪽 건물의 옥문을 두드리니
轉敎小玉報雙成 소옥을 통하여 쌍성으로 하여금 태진에게 알리게하였더니
❙ 注 疏1)太眞(태진):양귀비가 여자 도사였을 때의 이름. 양귀비가 현종의 애인으로 신분을 바꾸면서 세상의 이목을 피하기 위해 일단 여자 도사가 되었던 때의 이름이 태진이었다.
2)雪膚(설부):눈과 같이 새하얀 피부. 花貌(화모):꽃과 같이 아름다운 얼굴. 參差(참치):잘 어울린다. 원래는 길고 짧고 들쑥 날쑥하여 가지런하지 못한 상태.
3)西廂(서상):서쪽에 위치한 방. 玉扃(옥경):옥으로 장식한 자물쇠. 扃(경):빗장, 문, 출입문.
4)轉敎小玉報雙成(전교소옥보쌍성):소옥이 우선 쌍성에게 보고하고 쌍성이 태진에게 보고하는 순서를 취하는 것.
이 대목에서 시는 아주 간단하면서 또한 고사를 사용하여 노래하고 있기 때문에 난해한 감이 있다. 진홍의 <장한가전>에 의하면 이야기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수도자의 찾는 소리에 따라서 문으로 나온 것은 두 여자였는데, 그들은 아무 말 없이 다시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잠시 뒤에 이번에는 푸른 옷차림의 하녀가 나와 어디서 왔는가 물었다. 당나라 천자의 사자라고 하며 찾아온 뜻을 말하자, 지금 주무시고 계시니 잠시 기다리라고 하며 안으로 들어갔다. 수도자는 문밖에서 그냥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구름에 가리워지며 해가 저물고, 문은 닫힌 채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수도자는 숨을 죽이고 손을 모은 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소옥이 전교하여 쌍성에게 보하다”란 구절은 위와 같은 상태를 노래한 것이다. 소옥은 처음에 나왔던 여자요, 쌍성이란 나중에 나왔던 푸른 옷차림의 시녀이다. 소옥이나 쌍성은 모두 한 무제와 관계 있는 선녀 이야기 속에 선녀의 시녀로 나오는 이름인데, 그것을 여기서 빌어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이윽고 푸른 옷차림의 시녀는 여주인이 눈뜨기를 기다려 그 사실을 보고하였다.
聞道漢家天子使 한나라 천자의 사자라는 말을 듣고
九華帳裏夢魂驚 온갖 꽃의 호화로운 휘장 안에서 태진은 꿈에서 깨어났다.
攬衣推枕起徘徊 옷을 손에 들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허둥지둥珠箔銀屛迤邐開 진주 발과 은 병풍이 차례로 열린다.
❙ 注 疏1)聞道(문도):아룁니다라는 뜻. 이하는 전하는 말.
2)九華帳(구화장):여러가지 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휘장. 夢魂(몽혼):꿈꾸고 있던 마음.
3)珠箔(주박):옥으로 장식한 발. 銀屛(은병):은졍풍. 迤邐(이이):이어져 계속되고 있는 상태.
우선 옷을 손에 집어 들었다. 衣란 언제나 치마(裳)와 상대되는 말로서 저고리를 의미한다. 뒤이어 베개를 밀쳐 치웠다. 그리고 일어났다. 일어난 뒤 침실 안을 거닐어 배회하였다. 잠시 뒤 놀라움에서 깨어나자, 사자를 만나겠다고 하여 침실을 나오는데 침실을 중심으로 여러 겹으로 드리운 진주 발과 은병풍이 깊숙한 안쪽에서부터 점점 차례로 열렸다. 여주인이 접견소로 가기 위한 준비이다. ‘이리’는 의음어로서, 여러 겹 겹쳐진 것이 뒤이어 변화를 일으키는 형용의 말로서 부사이다. 푸른 옷의 시녀는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수도자에게 말했다. “이리 오시지요.” 수도자가 접견소 앞에 엎드려 있자 진주 발이 걷어 올려지는 가운데 한 여인이 대여섯 명의 시녀를 거느리고 나왔다.
雲鬢半偏新睡覺 구름 같은 머리는 한쪽으로 기운 채 갓 잠에서 깨어나
花冠不整下堂來 화관도 비스듬한 채 堂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颻擧 바람 불어 신선의 소매는 나풀나풀
猶似霓裳羽衣舞 마치 저 예상우의 춤을 추는 듯.
❙ 注 疏1)新睡覺(신수각):지금 막 잠에서 깨어남.
2)仙袂(선몌)):신선의 소매. 飄颻(표요):바람에 펄럭펄럭 휘날리는 모습.
백거이의 에로티시즘은 공상 세계에서는 한층 활발하게 작용한다. 잠에서 막 깨어 일어났기 때문에 머리카락은 한쪽으로 치켜져 있다. "화관"은 선녀의 관인데 그것 역시 단정하지 못하다. "堂"은 건물의 높은 곳인데, 거기서 이쪽으로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흩어진 자세지만 단정하게 가꿀 경황이 없다. 사랑하는 사람의 사자가 기다리고 있으니 말이다.
玉容寂寞淚闌干 옥 같은 얼굴 적막하여 눈물이 주루룩
梨花一枝春帶雨 마치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맞고 있는 듯.
❙ 注 疏1)玉容(옥용):아름다운 얼굴. 玉은 미칭(美稱) 寂寞(적막):쓸쓸한 상태. 闌干(난간):눈물이 끊임없이 흐르는 상태. 뚝뚝 또는 줄줄.
含情凝睇謝君王 정을 품고 응시하며 천자께 감사하고
一別音容兩渺茫 한 번 사별함에 천자의 음성과 모습이 아득한데.
昭陽殿裏恩愛絶 소양전에서는 은총과 사랑이 끊겼으나
蓬萊宮中日月長 이 봉래궁에서는 긴 세월 보내리라.
❙ 注 疏1)含情凝睇(함정응제):생각을 품고 뚫어질 듯 바라보는 것. 睇(제):힐끗 보다, 훔쳐보다, 한눈 팔다. 謝君王(사군왕):현종의 호의에 감사함.
2)一別(일별):여기서부터 '天上人間會相見'까지는 양귀비의 인사말. 音容(음용):말소리와 모습. 渺茫(묘망):멀리 떨어져 분명하지 못한 상태.
3)昭陽殿(소양전):귀비가 생전에 살던 궁전.
4)蓬萊宮(봉래궁):해상의 신선 나라에 있는 궁전. 천상계를 가리킴. 예로부터 봉래는 동해에 위치한 仙界로 널리 알려져 왔음.
廻頭下望人寰處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내려다보니
不見長安見塵霧 장안은 뵈지 않고 오직 먼지와 안개만 자욱할 뿐. 唯將舊物表深情 다만 천자가 주신 信物을 가지고 내 깊은 정을 표하려고
鈿合金釵寄將去 나전 상자와 금비녀를 부칩니다.
❙ 注 疏1)人寰(인환):인간 세계. ‘환’은 지역 또는 영역의 뜻.
2)舊物(구물):그 옛날 받은 물건. <장한가전>에 의하면 귀비는 현종과 맺어지던 첫날밤 사랑의 징표로 금차와 전합을 받았다고 함.
3)鈿合(전합):나전으로 手工한 작은 상자. ‘合’은 ‘盒’과 같다. 金釵(금차):황금비녀. 한 쌍으로 되어 있음. 寄將去(기장거):가져 가게 함.
아무리 인간 세상을 살펴보아도 그리운 장안, 폐하께서 계시는 장안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는 것은 그저 주위에 자욱한 먼지와 안개뿐. 태진은 푸른 옷의 시녀에게 명했다. “그것을 가져 오너라” 시녀가 가져온 것은 두 개의 물품이었다. 하나는 나전 상자였고, 또 하나는 금비녀였다. 그 두 가지는 모두 결혼날 현종이 기념으로 준 물건이었다. “이것을 폐하께 드리시오. 옛 사랑의 추억입니다.”
釵留一股合一扇 금비녀도 나전 상자도 한 쪽씩 나누어 두려고
釵擘黃金合分鈿 금비녀도 반으로 나누고 나전 상자도 둘로 나눕니다.但敎心似金鈿堅 다만 마음을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게 한다면天上人間會相見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으리다.
❙ 注 疏1)一股(일고):비녀의 한 쪽. 一扇(일선):뚜껑 달린 상자의 뚜껑 또는 상자 중 한 쪽.
2)天上人間(천상인간):지금은 천상에 있는 나(귀비)와 인간계에 있는 현종이지만. 뒤이어 여인은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이 금비녀와 나전 상자처럼 지금은 비록 천상과 인간 세상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서로의 마음이 이 금비녀의 황금처럼 또한 나전 상자의 조개처럼 굳세기만 하면 반드시 다시 만나게 될 날이 있을 것입니다. 이렇게 폐하에게 전해 주시오.’
수도자는 다시 한번 엎드리며 말하였다. “잘 알겠습니다. 이 두 가지 물품도 틀림없이 전하겠습니다.
臨別殷勤重寄詞 이별하며 은근히 전할 말을 부치노니
詞中有誓兩心知 말 속에 서약 있어 두 사람만 알 것이라.
七月七日長生殿 칠월 칠석날 장생전에서 있었던 일로
夜半無人私語時 밤 깊어 사람이 없을 때 비밀스럽게 속삭인 말씀.
❙ 注 疏1)寄詞(기사):말을 전해 달라고 부탁함.
2)兩心知(양심지):현종과 귀비 두 사람의 마음만이 알고 있다.
3)長生殿(장생전):화청궁 안에 있는 궁전.
4)私語:비밀스런 속삭임.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폐하께서 믿지 못하실지 모릅니다. 혹시 폐하만이 아시는 비밀된 말씀이라도 있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것을 증거로 폐하께 복명하겠습니다.”
선녀는 잠시 생각하고 나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천보 10년 칠월 칠석 날, 우리는 이산에 있는 이궁 장생전에 있었습니다. 거기서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일 년에 단 한번 만난다고 하는 견우와 직녀의 사랑을 축복하였습니다. 밤이 깊어 시종들도 옆에서 떠났을 때 폐하는 내 어깨에 손을 얹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둘은 저 천상의 연인들처럼 다음 세상에서도 그리고 또 그 다음 세상에서도 부부일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 맹세는 우리 둘만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그러니 이 사실을 말씀드리십시오.”
이것이 이별에 즈음한 선녀의 말이었다.
在天願作比翼鳥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 되고
在地願爲連理枝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자고 했소.
天長地久有時盡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어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
此恨綿綿無絶期 이들의 恨은 잇고 이어져 끊어질 때 없으리라.
❙ 注 疏1)比翼鳥(비익조):남쪽 나라에 사는 새. 암컷과 수컷이 날개가 붙어 있어 언제나 함께 난다고 하는 새. 금슬 좋은 부부에 비유함.
2)連理枝(연리지):나무 밑둥은 두 개의 나무이지만 가지 부분이 하나로 달라붙어 있는 나무. 부부의 애정이 깊은 것에 비유함.
3)天長地久(천장지구):老子에 나오는 말.
4)綿綿(면면):오래오래 언제까지나 계속되는 상태.
이 마지막 두 구절에서 “장한가”라는 제목이 나왔다.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음과 동시에 불행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사랑의 불행은 모든 사랑의 행복을 사라지게 하고 한스러움만 남긴다. 그래서 “천장지구(天長地久)”지만 “차한면면(차한면면(此恨綿綿))”하여 “다함없는 한스러운 노래” 곧 “장한가”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당시 장안의 기녀들은 “저는 백 학사의 장한가 전부를 암송하고 있답니다. 때문에 다른 사람과 같은 수준의 화대로는 안되겠습니다.”라고 말했다고 시인 자신이 그의 친구인 원진에게 보낸 편지 속에서 말하고 있다. 즉, 이 노래는 발표되자 즉시 사람들 사이에 널리 애송되었던 것이다.
출처: http://kydong77.tistory.com/8148 [김영동교수의 고전& life]
[안병렬 역]
제4단
사천의 한 도사가 서울로 와 그 법술로 양귀비의 꽃다운 혼을 찾을 수 있다며 선산에 들어가 그녀와 만난 이야기.
臨邛道士鴻都客
能以精誠致魂魄
임공 출신의 도사로
장안에 초대되어 온 손님
정성을 모아
죽은 자의 혼백을 부른다고 하네.
爲感君王輾轉思
遂敎方士殷勤覓
그는 천자께서 잠 못 이루고 뒤척이는
그리움에 감동하여
드디어 방사를 시켜
정성껏 찾게 했네.
排雲馭氣奔如電
昇天入地求之遍
방사는 구름을 열어 대기를 타고
번개처럼 달려가
하늘에 오르고 땅속에 들어가
샅샅이 찾았다네.
上窮碧落下黃泉
兩處茫茫皆不見
위로는 하늘 끝까지,
아래로는 황천까지 다하였으나
두 곳 다 아득하여
혼백은 뵈지 않네.
忽聞海上有仙山
山在虛無縹緲間
문득 듣자니
해상에 신선 사는 산이 있는데
그 산은 아무것도 없는
아득한 곳에 자리 잡았다네.
樓閣玲瓏五雲起
其中綽約多仙子
누각은 영롱하여
오색 구름 일어나고
그 안에는
아리따운 선녀도 많다네.
中有一人字太眞
雪膚花貌參差是
그 중에 한 사람,
자는 태진인데
눈처럼 흰 살결과 꽃 같은 얼굴이
양귀비와 엇비슷하다고.
金闕西廂叩玉扃
轉敎小玉報雙成
仙山의 황금 궁전 서쪽 건물의
옥문을 두드리니14)
소옥(여종)을 통하여
쌍성(여종)으로 하여금 태진에게 알리게 하였더니
聞道漢家天子使
九華帳裏夢魂驚
한나라 천자의
사자라는 말을 듣고
온갖 꽃의 호화로운 휘장 안에서
잠자던 혼이 놀라서 깨어나.
攬衣推枕起徘徊
珠箔銀屛迤邐開
옷을 손에 잡고 베개를 밀치며
일어나 허둥지둥.
진주 발과 은 병풍이
차례로 열려진다.
雲鬢半偏新睡覺
花冠不整下堂來
구름 같은 머리는 한쪽으로 기운 채
갓 잠에서 깨어나
화관도 비스듬한 채
堂에서 내려온다.
風吹仙袂飄颻擧
猶似霓裳羽衣舞
바람이 불어
신선의 소매는 나풀나풀
마치 저 예상우의무
춤을 추는 듯.
玉容寂寞淚闌干
梨花一枝春帶雨
옥 같은 얼굴 적막한데
눈물이 주루룩
마치 배꽃 한 가지가
봄비를 맞고 있는 듯.
含情凝睇謝君王
一別音容兩渺茫
정을 품고 응시하며
천자께 감사하는 말,
한 번 사별함에
천자의 음성과 모습이 아득한데.
昭陽殿裏恩愛絶
蓬萊宮中日月長
소양전에서는
은총과 사랑이 끊겼으나
이 봉래궁에서는
긴 세월 보내리다.
廻頭下望人寰處
不見長安見塵霧
머리 돌려 저 아래
인간세상 내려다보니
장안은 뵈지 않고
오직 먼지와 안개만 보입디다.
唯將舊物表深情
鈿合金釵寄將去
다만 천자가 주신 信物을 가지고
내 깊은 정을 표하려고
나전 상자와 금비녀를
부쳐 보내오니
釵留一股合一扇
釵擘黃金合分鈿
금비녀도 나전 상자도
한 쪽씩 나누어 두려고
금비녀도 반으로 나누고
나전 상자도 둘로 나눕니다.
但敎心似金鈿堅
天上人間會相見
다만 마음을
이 비녀와 나전처럼 굳게 한다면
천상이든 인간 세상이든
만날 날이 있으리다.
臨別殷勤重寄詞
詞中有誓兩心知
이별하며 은근히
전할 말을 부치노니
말 속에 서약 있어
두 사람만 알 것이라.
七月七日長生殿
夜半無人私語時
칠월 칠석날
장생전에서
밤 깊어 사람이 없을 때
사사롭게 하신 말씀.
在天願作比翼鳥
在地願爲連理枝
하늘에서는 원컨대
비익조 되고
땅에서는 원컨대
연리지가 되자고 했소.
天長地久有時盡
此恨綿綿無絶期
하늘은 길고 땅은 오래어도
다할 날이 있으련만
이들의 恨은 잇고 이어져
끊어질 때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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