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494- 한 통인의 농간 (一邑通人)

한 고을의 관장이

성품이 매우 너그럽고

거동이 다소 느린 편이었다.

하루는 관장의 점심을 준비하는데,

통인이 옆에서 보니

생치(生雉) 다리가

밥상에 올려지는 것이었다.

이에 통인은,

'옳지, 저 생치 다리를

내가 빼앗아 먹어야겠다.'

라고 생각하고는,

길고 빳빳한 짚 한 줄기를 가지고

밥상이 들어갈 때 따라 들어갔다.

그리고는 관장 옆에 앉아 있다가

밥숟갈을 드는 순간,

짚의 이삭이 달린 끝을

관장의 뺨에 대고

살그머니 움직였다.

그러자 관장은

파리가 와서 앉은 줄 알고,

손을 흔들어 파리를 쫓았다.

그런데 이 모습이 흡사

밥 먹기 싫으니

가져가라고 손을 흔드는

모양과 비슷했다.

그 순간 옆에 있던 통인이

재빨리 소리 지르기를,

"예, 관장어른.

그만 진지상을 물리겠나이다." 하면서

얼른 밥상을 들고 나가는 것이었다.

 

이에 관장은 배가 고팠지만

여러 관노들이 보고 있어,

체면상 아무 말도 못한 채

그저 웃기만 하는 것이었다.

이 때 밥상을 들고 나간 통인은,

물론 뒤로 돌아가서

그 생치 다리를 맛있게 먹어 치웠더라 한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