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소총 제573- 시로써 연정을 호소하다 (以詩通情)

옛날 장복년(張復年)이란 사람이

나이가 많이 들어

젊은 여인 송씨(宋氏)와 혼인을 하니,

그녀는 매우 아름답고 예뻤다.

마침 송씨가 병이 나서

주묵(周默)이란 의원을 불러

진맥을 하게 되었는데,

그 사이 의원이 송씨의 얼굴을 보고

너무나 탐스러워 흠모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병이 완쾌된 뒤에도

의원은 그녀의 아름다움에 끌려

참을 수가 없자,

다음과 같은 시를 써서

몰래 송씨에게 전했다.

 

50세 늙은이에 20세 젊은 아내로구려.

눈은 어둡고 백발이 되어 머리가 이미 숙어졌구려.

붉은 휘장으로 장식한 깊숙한 방안에서 허송세월 그만 하고,

하늘 밖에 푸른 난(鸞) 새 억센 몸에 의지하소서.

 

이 시를 받은 송씨 역시

남편 몰래 화답의 시를 써서

의원 주묵에게 전했다.

 

마른 연못에 빗물 고여 잠깐 동안 푸릅니다.

등 넝쿨 얽혀진 고목에 새싹이 한번 돋았습니다.

지금 다시 눈앞의 정경 말씀을 드리자면,

몸단장 잘하고 정자에 따라 올라 춘정을 나누고 싶습니다.

 

그러고 많은 세월이 흘러

송씨의 남편이 세상을 떠나니,

주묵은 매파를 보내

마침내 송씨와 인연을 맺었더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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