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쾌사
老人一快事 其五
[원제]
老人一快事六首效香山體
-노인의 한 가지 쾌사에 관한 시 여섯 수를 백향산의 시체를 본받아 짓다
-시(詩) 송파수작(松坡酬酢), 다산시문집 제6권
老人一快事 로인일쾌사 늙은이의 한 가지 유쾌한 일은
縱筆寫狂詞 종필사광사 붓 가는 대로 미친 말을 마구 씀일세
競病不必拘 경병불필구 경병을 굳이 구애할 것이 없고
推敲不必遲 추고불필지 퇴고도 꼭 오래 할 것이 없어라
興到卽運意 흥도즉운의 흥이 나면 곧 이리저리 생각하고
의도즉사지 의도즉사지 생각이 이르면 곧 써내려 가되
我是朝鮮人 아시조선인 나는 바로 조선 사람인지라
甘作朝鮮詩 감작조선시 조선시 짓기를 달게 여길 뿐일세
卿當用卿法 경당용경법 누구나 자기 법을 쓰는 것인데
迂哉議者誰 우재의자수 오활하다 비난할 자 그 누구리오
區區格與律 구구격여률 그 구구한 시격이며 시율을
遠人何得知 원인하득지 먼 데 사람이 어찌 알 수 있으랴
릉릉이반룡 릉릉이반룡 능가하기 좋아하는 이반룡은
嘲我爲東夷 조아위동이 우리를 동이라고 조롱했는데
袁尤槌雪樓 원우퇴설루 원굉도는 오히려 설루를 쳤으나
海內無異辭 해내무이사 천하에 아무도 다른 말이 없었네
背有挾彈子 배유협탄자 등 뒤에 활을 가진 자가 있거늘
奚暇枯蟬窺 해가고선규 어느 겨를에 매미를 엿보리오
我慕山石句 아모산석구 나는 산석의 시구를 사모하노니
恐受女郞嗤 공수여랑치 여랑의 비웃음을 받을까 염려로세
焉能飾悽黯 언능식처암 어찌 비통한 말을 꾸미기 위해
辛苦斷腸爲 신고단장위 고통스레 애를 끊일 수 있으랴
梨橘各殊味 이귤각수미 배와 귤은 맛이 각각 다르나니
嗜好唯其宜 嗜好唯其宜 오직 자신의 기호에 맞출 뿐이라오
[주D-001]경병(競病) : 험운(險韻)을 가지고 시를 짓는 것을 말함. 양(梁) 나라 조경종(曹景宗)이 개선(凱還)할 때에 양 무제(梁武帝)가 잔치를 베풀고 연구(聯句)를 시험했던바, 험운인 경병 두 자만 남았을 때 조경종이 최후로 참여하여 바로 지어 쓰기를, “떠날 땐 아녀들이 슬퍼하더니, 돌아오매 피리와 북 다투어 울리네. 길가는 사람에게 묻노니, 곽거병 그 사람과 과연 어떤고?[去時兒女悲 歸來笳鼓競 借問行路人 何如霍去病]" 한 데서 온 말이다.《南史 曹景宗傳》
[주D-002]원굉도(袁宏道)는……쳤으나 : 원굉도는 바로 명(明) 나라 때의 시인이고, 설루(雪樓)는 역시 명나라 때의 시인 이반룡(李攀龍)의 서실(書室) 이름인 백설루(白雪樓)의 준말이다. 원굉도는 본디 시문에 뛰어난 사람으로서 그의 형인 종도(宗道), 아우인 중도(中道)와 함께 모두 당대에 명성이 높았는데, 그는 특히 왕세정(往世貞)과 이반룡의 시체(詩體)를 매우 강력히 배격하고 홀로 일가를 이룸으로써 당대에 많은 학자들이 왕세정·이반룡을 배제하고 그를 따르면서 그의 시체를 공안체(公安體 : 공안은 원굉도의 자)라 지목했던 데서 온 말이다.《明史 卷二百八十八》
[주D-003]등……엿보리오 : 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음을 비유한 말. 장자(莊子)가 밤나무 숲에서 이상한 까치를 발견하고 그를 잡기 위해 활에 화살을 끼우고 있었는데, 이때 보니 사마귀[螳蜋]는 신이 나게 울고 있는 매미를 노리고 있었고, 그 뒤에서는 이상한 까치가 그 사마귀를 노리고 있었으며, 또 그 뒤에서는 장자 자신이 그 이상한 까치를 노리고 있었다는 고사에서 온 말이다.《莊子 山木》
[주D-004]산석(山石)의……염려로세 : 이 고사는 앞의 주 292)에 자세히 나타나 있다.
출처: https://kydong77.tistory.com/7945 [김영동교수의 고전 & Life]
從筆寫狂詞
競病不必拘
推敲不必遲
興到卽運意
意到卽寫之
我是朝鮮人
甘作朝鮮詩
卿當用卿法
迂哉議者誰
區區格與律
遠人何得知
凌凌李攀龍
嘲我爲東夷
袁尤槌雪樓
海內無異辭
背有挾彈子
奚暇枯蟬窺
我慕山石句
恐受女郞嗤
焉能飾悽暗
辛苦斷腸爲
梨橘各殊味
嗜好唯其宜
붓 가는대로 미친듯 말을 마구씀일새
경병을 굳이 구애할것 없고
퇴고도 꼭 오래할것 없고
흥이나면 곧 뜻을 움직이고
뜻이 이르면 곧 그것을 써내려간다
나는 조선사람 인지라
조선시 짓기를 달게 여길 뿐이네
누구나ㅏ 자기 법을 쓰는 것인데
우활하다 비난할자 그 누구리오
구 구구한 시격 ,시율을
먼데 사람이 어찌 알수 있으리오
능가하기 좋아하는 이반룡은
우리를 동이라고 조롱 했는데
원굉도는 오히려 설루를 쳤으나
천하에 아무도 다른 말이 없네
등뒤에 활을 가진자가 있거늘
어느 겨를에 매미를 였 보리오
나는 산석의 싯구를 사모하노니
여랑의 비웃음을 받을까 염려로세
어찌 비통한 말을 꾸미기 위해
고통스레 애를 끓일수 있으랴
배와 귤은 각각 맛이 다르나니
오직 자신의 기호에 맞출 뿐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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