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PZ0mhbZ6Q6U
*서정주(徐廷柱, 1915년 5월 18일 ~ 2000년 12월 24일)
푸르른 날
ㅡ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나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출처 : 법보신문(http://www.beopbo.com)
자화상
ㅡ서정주
애비는 종이었다.[1]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2]
파뿌리 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3]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 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4]
갑오년[5]이라든가 바다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하는 외할아버지의 숱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았다 한다.
스믈 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6]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드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입에서 천치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진 않을란다
찬란히 티워 오는 어느 아침[7]에도
이마 위에 얹힌 시(詩)의 이슬[8]에는
몇 방울의 피[9]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 늘어뜨린
병든 수캐[10]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주석]
[1] 아버지의 신분이 미천했음을 고백하고 있다. 실제로 서정주의 아버지는 마름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름은 현재로 보면 최소한 중간 관리직 이상이기 때문에 비천한 신분인 종과는 거리가 있다
[2] 아버지의 부재, 죽음을 암시한다고 해석되기도 한다.
[3] 어머니가 서정주 자신을 임신했을 때를 의미한다.
[4] 자신을 3인칭 객관화하고 있다. 아들은 화자인 나를 의미.
[5] 갑오개혁을 생각하겠지만 여기에서는 동학농민운동을 의미한다.
[6] 고난, 시련, 역경을 상징하는 단어. 윤동주 시의 '바람'과 유사한 의미라고 볼 수 있다.
[7] 미래에 대한 낙관, 희망을 의미한다.
[8] 화자가 바라는 것
[9] 희생, 고통, 고난을 상징
[10] 생명력을 상징한다.
https://okkaygo.tistory.com/entry/%EC%84%9C%EC%A0%95%EC%A3%BC-%EC%8B%9C-%EB%AA%A8%EC%9D%8C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71543
https://encykorea.aks.ac.kr/Article/E0064631
화사(花蛇)
ㅡ서정주
사향 박하의 뒤안길이다.
아름다운 배암…….
얼마나 커다란 슬픔으로 태어났기에
저리도 징그러운 몸뚱아리냐.
꽃대님 같다.
너의 할아버지가 이브를 꼬여 내던
달변의 혓바닥이
소리 잃은 채 날름거리는 붉은 아가리로
푸른 하늘이다. ……물어뜯거라, 원통히 물어뜯어,
달아나거라 저놈의 대가리 !
돌팔매를 쏘면서, 쏘면서, 사향 방초ㅅ길
저놈의 뒤를 따르는 것은
우리 할아버지의 아내가 이브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석유 먹은 듯...... 석유 먹은 듯...... 가쁜 숨결이야.
바늘에 꼬여 두를까부다. 꽃대님 보다도 아름다운 빛……
클레오파트라의 피 먹은 양 붉게 타오르는
고운 입술이다…… 스며라, 배암 !
우리 순네는 스물난 색시, 고양이 같이 고운
입술…… 스며라, 배암 !
시집
- 《화사집》, (1941)
- 《귀촉도》, (1946)
- 《시선》, (1955)
- 《신라초》, (1960)
- 《동천》, (1968)
- 《질마재 신화》, (1975)
- 《늙은 떠돌이의 시》, (1993)
- 번역 시집 《만해한용운한시선역》, (예지각, 1983) : 한룡운의 한시를 가려 뽑아 번역한 시집
- 미당 서정주 시전집, 민음사, 1983. 715쪽
https://www.youtube.com/watch?v=XjyBObV9sXA
https://www.youtube.com/watch?v=LVmCWJxTBQA
https://www.youtube.com/watch?v=6V56aKAbg38&t=26s
https://www.youtube.com/watch?v=KLD9i8h57Gw
https://www.youtube.com/watch?v=aE2Q3XkV4m0
'생활 > 로상에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악산 부곡 큰무레길行 여울물소리/소나무 1그루의 기구한 팔자 (0) | 2023.07.07 |
---|---|
칠갑산(七甲山) 천장호/ 윤동주, 序詩(서시) & 이육사, 청포도 (0) | 2023.05.20 |
우이동 솔숲공원/O Tannenbaum &유치한,바위 &이서향詞,바위고개 (0) | 2023.05.01 |
용인 EVERLAND RESORT 테마공원 풍경/에버랜드 Holland Village (0) | 2023.04.30 |
용인 EVERLAND RESORT 이국풍의 상가건물들 (0) | 2023.04.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