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직 1431-14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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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필재집 [김종직 1431-1492] 시집 제1권 [시(詩)] 53편

점필재집 [김종직 1431-1492] 시집 제1권 [시(詩)] 53편     [시(詩)] 53편 1 진주 권 양구의 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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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년 이월 이십 팔일에 직산의 성환역에서 묵는데, 제주에서 약물을 진공하러 온 김극수란 사람도 왔기에, 인하여 밤에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 곳의 풍토와 물산을 대략 물어보고 마침내 그 말을 기록하여 탁라가 십사 수를 짓다[乙酉二月二十八日宿稷山之成歡驛濟州貢藥人金克修亦來因夜話略問風土物産遂錄其言爲賦乇羅歌十四首]

 

여관서 막 만났어도 마치 서로 친한 듯한데 / 郵亭相揖若相親

겹겹의 보자기엔 갖가지 약물 진기도 해라 / 包重般般藥物珍

옷에선 비린내 나고 언어는 간삽하니 / 衣袖帶腥言語澁

보건대 그대는 진정 바다 안 사람이구려 / 看君眞是海中人

 

당초의 세 사람은 바로 신인이었는데 / 當初鼎立是神人

서로 짝지어 해뜨는 동쪽에 와서 살았네 / 伉儷來從日出濱

백세토록 세 성씨만 서로 혼인을 한다 하니 / 百世婚姻只三姓

듣건대 그 유풍이 주진촌과 비슷하구려 / 遺風見說似朱陳

 

성주는 이미 죽고 왕자도 끊어져서 / 星主已亡王子絶

신인의 사당 또한 황량하기만 한데 / 神人祠廟亦荒涼

세시엔 부로들이 아직도 옛 일을 추모하여 / 歲時父老猶追遠

광양당에서 퉁소와 북을 다투어 울리누나 / 簫鼓爭陳廣壤堂

 

바닷길이 어찌 수천 리만 되리오마는 / 水路奚徒數千里

해마다 왕래하여 일찍부터 잘 아는지라 / 年年來往飽曾諳

구름 돛을 걸고서 쏜살같이 달리어 / 雲帆掛却馳如箭

하룻밤의 순풍에 해남을 당도하누나 / 一夜便風到海南

 

한라산의 푸른 기운 방사와 통하여라 / 漢拏縹氣通房駟

물풀 사이에 아침 놀이 활짝 걷혔네 / 雲錦離披水草間

한번 호원에서 목장을 주관한 이후로 / 一自胡元監牧後

준마들이 해마다 황실로 들어갔다오 / 驊騮歲歲入天閑

 

오매며 대모이며 검은 산호에다 / 烏梅玳瑁黑珊瑚

부자며 청피는 천하에 없는 것이니 / 附子靑皮天下無

물산만이 동방의 부고일 뿐 아니라 / 物産非惟東府庫

그 정수가 다 사람 살리는 데로 들어간다오 / 精英盡入活人須

 

대합조개며 해파리며 석화에다 / 車螯海月與蠔山

농어며 문린 이외에 또 몇 가지이던고 / 巨口文鱗又幾般

해 저물면 비린 연기가 향정을 덮어라 / 日暮腥煙冪鄕井

수우의 수많은 배들이 생선 싣고 돌아오네 / 水虞千舶泛鮮還

 

집집마다 귤과 유자 가을 서리에 잘 익어 / 萬家橘柚飽秋霜

상자마다 가득 따 담아 바다를 건너오는데 / 採著筠籠渡海洋

고관이 이를 받들어 대궐에 진상하면 / 大官擎向彤墀進

빛과 맛과 향기가 완연히 그대로라네 / 宛宛猶全色味香

 

사군의 수레와 기마대가 길이 포위하여라 / 使君車騎簇長圍

꿩 토끼 고라니 노루 온갖 짐승이 쓰러지네 / 雉兔麇麚百族披

해도엔 다만 곰과 범과 표범이 없어 / 海島但無熊虎豹

숲에서 노숙을 해도 놀래킬 것 없다오 / 林行露宿不驚疑

 

뜨락의 풀밭에서 전룡을 만나면은 / 庭除草際遇錢龍

분향하고 축주 올리는 게 그 지방 풍속인데 / 祝酒焚香是土風

육지 사람들 놀라며 서로 다퉈 비웃으면서 / 北人驚怕爭相笑

도리어 오공이 죽통에 든 걸 원망한다오 / 還怨吳公在竹筒

 

여염집 자제들이 태학에 유학하여 / 閭閻子弟游庠序

학문으로 많은 인재 길러짐을 기뻐하노니 / 絃誦而今樂育多

큰 바다라서 어찌 지맥이야 끊어졌으랴 / 滄海何曾斷地脈

높은 인재가 이따금 문과에도 오른다오 / 翹材往往擢巍科

 

두무악의 위에 있는 영추의 물은 / 頭無岳上靈湫水

가물어도 안 마르고 비가 와도 불지 않는데 / 旱不能枯雨不肥

천둥 벼락과 구름이 별안간에 발생하나니 / 霹靂雲嵐生造次

노는 이가 뉘 감히 신의 위엄을 가벼이 보리 / 遊人疇敢褻神威

 

화태도의 서쪽은 물이 서로 부딪치어 / 火脫島西水相擊

풍뢰를 뿜어대고 성난 파도가 하도 높아 / 風雷噴薄怒濤高

만곡의 크나큰 배가 비스듬히 가노라면은 / 萬斛海鰌傾側過

나그네의 목숨은 가볍기 그지없다오 / 行人性命若鴻毛

 

순풍 기다리며 조천관에 머무노라면 / 候風淹滯朝天館

처자들이 서로 만나 술잔을 권하는데 / 妻子相看勸酒盃

한낮에도 이슬비 부슬부슬 내리나니 / 日中霢霂霏霏雨

알건대 이는 고래가 기를 뿜어서라네 / 知是鰍魚噴氣來

 

[주D-001]당초의 세 사람은……신인이었는데 : 제주도(濟州島)에는 맨처음 양을나(良乙那)·고을나(高乙那)·부을나(夫乙那)라는 세 사람이 있어 그 땅에 나누어 살면서 그 사는 곳을 도(都)라고 이름하였는데, 신라(新羅) 때에 고을나의 후손 고후(高厚)가 그 두 아우와 함께 바다를 건너서 신라에 조회하니, 왕이 기뻐하여 고후에게는 성주(星主)란 호칭을 주고, 그 둘째 아우는 왕자(王子)라 하고, 끝 아우는 도내(都內)라 하고, 나라 이름을 탐라(耽羅)라 했다고 한다.

[주D-002]주진촌 : 옛날 중국 서주(徐州)의 주진촌에는 주씨와 진씨만이 살면서 대대로 통혼(通婚)을 하며 서로 의좋게 살았다는 데서 온 말이다.

[주D-003]광양당 : 제주도 남쪽 호국신사(護國神祠)의 당명(堂名)임. 전설에 이르기를 “한라산신(漢拏山神)의 아우가 나서부터 성스러운 덕이 있었고 죽어서는 신이 되었다. 고려(高麗) 때에 송(宋) 나라 호종단(胡宗旦)이 와서 이 땅을 압양(壓禳)하고 배를 타고 돌아가는데, 그 신이 매로 변화하여 돛대 머리에 날아오르더니, 이윽고 북풍이 크게 불어 호종단의 배를 쳐부숨으로써 호종단은 끝내 비양도(飛揚島) 바위 사이에서 죽고 말았다. 그리하여 조정에서 그 신의 신령함을 포창하여 식읍(食邑)을 주고 광양왕(廣壤王)을 봉하고 나서 해마다 향(香)과 폐백을 내려 제사하였고, 본조(本朝)에서는 본읍(本邑)으로 하여금 제사지내게 했다.”고 하였다.

[주D-004]방사 : 거마(車馬)를 관장한다는 별 이름이다.

[주D-005]호원에서 목장을 주관 : 원(元) 나라 때에 제주도를 거마(車馬)를 관장하는 방성(房星)의 분야(分野)라 하여 이 곳에 말의 목장(牧場)을 두고 단사관(斷事官)이나 만호(萬戶)를 두어 목축을 주관했던 데서 온 말이다.

[주D-006]수우 : 본디 소지(沼池)나 하천(河川)을 맡은 관명인데, 여기서는 곧 해산물(海産物)을 관장하는 기관을 가리킨 말이다.

[주D-007]전룡 : 큰 뱀을 말하는데, 용(龍)의 일종이라고도 한다.

[주D-008]두무악 : 한라산(漢拏山)의 이칭이다.

[주D-009]조천관 : 제주도 세 고을을 경유하여 육지로 나가는 자는 모두 여기에서 바람을 기다리고, 전라도를 경유하여 세 고을로 들어오는 자도 모두 이 곳과 애월포(涯月浦)에 배를 댄다고 한다.

ⓒ 한국고전번역원 ┃ 임정기 (역) ┃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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