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만 남았네
ㅡ 박영춘
먹고 놀 줄만 알았지
일하다 쉬러 가는 줄은 모르는 나뭇잎
연둣빛에서 초록빛으로
햇살과 즐거이 지내다 숨겼던 본색 드러내
이 색깔이 좋을까 저 색깔이 좋을까
울긋불긋 설레발치다
나비가 날아가듯 나무 곁을 떠나가네
꽃잎 이지러지고
이파리 날아가고
열매 저 살 곳 찾아가고
하나 없이 다 떠나가고
동그마니 나무만 남았네
일곱 남매 사방팔방으로
꿈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덩그러니 나무처럼 서 있는 어머니 아버지
마당 앞 텃밭 머리맡에 남매 허수아비처럼
나란히 서서
이제나저제나 오려나
마을 어귀로 눈길 내보내
일곱 남매 깔깔거림 시끌벅적 기다리네
시집간 할미꽃
ㅡ 박영춘
무덤 옆에 쪼그려 앉은 할민데
날 보고 예쁘다 하네
속만 볼그스름하지
겉은 흰 머리칼투성인데
날 보고 꽃이라 하네
겉은 젊어 보이지만
속은 썩어문드러졌는데
날 보고 아리땁다 하네
허리 고부라진 고달픔
땅에 닿도록 서러워도
울지 못하는 사연 많은 꽃
금방이라도 울음보 터질 것 같은
슬픈 추억 부둥켜안고
어렵사리 체머리만 흔드는 할미꽃
어느 날 야생화를 애호하는 노신사
나를 요리조리 뜯어보더니만
저희 집에 가서 살자 덥석 보쌈 싸네
[운영자 생각]
사실에 바탕하면 시 제목은 <보쌈당한 할미꽃>이 맞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Lh55AH79ic0
http://www.bzero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17503
·시집
『지푸라기를 잡고서』
『들소의 노래』
『패랭이꽃』
『아스팔트 위에 핀 꽃』
『아지랑이 고개 너머 저만치』
『들꽃 향기』
『석류의 진실 붉은 절규』
·산문집
『 마음 나들이 생각 나들이』
·편저
『 서산시 새마을 운동사』 『 서산간척지 A. B지구 어제와 오늘』 등
·공저
『 한강의 시심』 『제주도 서정시』 『시인의 정원』 『시인연대사화집』 등
출처 : 불교공뉴스(http://www.bzeronews.com)
'문학 > 시의 세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천양희, 가시나무 ⊙ 직소포에 들다 ⊙ 마음의 수수밭/ 6호 태풍 카눈, 10일 경남 남해안 상륙 한반도 관통 (0) | 2023.08.07 |
---|---|
강은교, 나무가 말하였네 · 상처 · 사랑법 外 (0) | 2023.07.31 |
서정주, 꽃밭의 독백-사소단장/三國遺事 권1, 제1 紀異제1. 신라 始祖 혁거세왕( 赫居世王) (0) | 2023.07.12 |
주희, 무이도가(武夷櫂歌)- 武夷九曲歌 (0) | 2023.07.11 |
이시영, 마음의 고향 6, 초설(初雪) & 마음의 고향 2, 언덕 (0) | 2023.07.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