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

신기재(申企齋)의 동산시(洞山詩)는 다음과 같다.

蓬島茫茫落日愁

봉도망망낙일수 봉래도는 아득아득 지는 해 시름겹고

白鷗飛盡海棠洲

백구비진해당주 흰 갈매기 해당숲에 다 날아갔네

如今蹈踏鳴沙路

여금도답명사로 오늘에야 비로소 명삿길 밟게 되니

二十年前舊夢游

이십년전구몽유 이십년전 옛꿈에 놀던 데라오

나는 그곳에 가 본 뒤에야 이 시의 절묘함을 알게 되었다.

97.

내가 언젠가 꿈에 한 곳에 이르니 거친 연기, 들풀이 눈길 닿는 데까지 끝없는데,

불탄 나무의 껍질 벗겨진 데에 다음과 같이 썼다.

冤氣茫茫

원기망망 원통한 기운 끝없어

山河一色

산하일색 산하가 한 빛이로다

萬國無人

만국무인 세상엔 사람 하나 없고

中天月黑

중천월흑 중천에 달도 침침하네

잠에서 깨어 몹시 언짢게 여겼었는데 임진란에 서울이나 시골을 막론하고

피를 흘리고 집들이 불탐에 이르러서 이 시가 바야흐로 징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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