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회

433/ [한문,임명덕본]

 

丞相越王擊掌大噱 驚鴻轉馬還馳 下於帳外

승상월왕격장대갹 경홍전마환치 하어장외

 

승상과 월왕이 손바닥을 치며 크게 웃으니

경홍이 말을 돌려

반대로 달려 장막 밖에서 말에서 내려왔다.

 

穩步就坐 諸美人皆稱賀曰

온보취좌 제미인개칭하왈

 

평온한 걸음으로 자리에 나아가니

여러 미인들이 모두 칭찬하였다.

 

“吾輩虛做十年工夫矣.”

“오배허주십년공부의.”

 

“우리들은 십년공부를 헛하였도다.

 

此時所獲翎毛 土委山積 兩家射女 所殪雉兎亦多矣.

차시소획령모 토위산적 양가사녀 소에치토역다의.

 

이때에 잡은 꿩의 깃털은 흙이 쌓여 산을 이룬 듯했다.

두 가문의 활쏘는 여인들이 잡은 꿩과 토끼 또한 많았다.

 

各獻於座前 丞相與越王等第其功 各賞百金

각헌어좌전 승상여월왕등제기공 각상백금

 

각자 자리 앞에 바치니 승상과 월왕 등은

그들의 공에 순위를 정하여

각기 백금을 상주고

 

更成坐次 俾停重樂 只使五六美人 各奏淸弦

갱성좌차 비정중락 지사오륙미인 각주청현

 

다시 자리의 차례를 정하여 무거운 음악은 정지시키고

다만 오륙 미인으로 하여금 각자 맑은 현악기를 연주케 하고

 

洗酌更斟矣.

세작갱짐의.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게 했다.

 

蟾月內念曰

섬월내념왈

 

섬월이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吾兩人雖不讓於越宮美人 彼乃四人 吾則一雙

“오양인수불양어월궁미인 피내사인 오칙일쌍

 

“우리 두 사람이 비록 월궁 미인들에게 양보하진 않았지만

저들은 네 사람이고 우리는 한 쌍이다.

 

孤單甚矣 惜哉不拉春娘而來也

고단심의 석재불납춘낭이래야

 

외로움이 심하도다.

애석하다, 춘랑을 데려오지 못한 것이.

 

歌舞雖非春娘之所長 其艶色美談 豈不能壓倒雲仙輩乎?”

가무수비춘낭지소장 기염색미담 기불능압도운선배호?”

 

가무가 비록 춘랑의 장기는 아니나

그 아리따움과 아름다운 말씨는

어지 두운선 무리를 압도할 수 없겠는가?”

 

咄咄嗟惋矣 忽騁矚 兩美人自野外驅油壁車

돌돌차완의 홀빙촉 양미인자야외구유벽거

 

쯧쯧 한탄스럽도다.

문득 말을 달리며 바라보니

두 미인이 야외에서 유벽거를 몰았는데

 

轉行於落花芳草之上 稍稍前進矣.

전행어락화방초지상 초초전진의.

 

낙화 방초 위에서 길을 돌려

점점 앞으로 나아왔다.

 

俄到帳門之外 守門者問曰

아도장문지외 수문자문왈

 

잠시 후 장막문 앞에 이르니

문을 지키는 자가 물었다.

 

“自越宮而來乎? 從魏府而至乎?”

“자월궁이래호? 종위부이지호?”

 

“월궁에서 오는가?

위부에서 왔는가?”

 

御車者曰 “此車上兩娘卽楊丞相小室 適有些故 初未偕來矣.”

어거자왈 “차거상양낭즉양승상소실 적유사고 초미해래의.”

 

마부가 답했다.

이 수레에 탄 두 낭자는 곧 양승상의 소실인데

마침 일이 있어 처음에 함께 오지 못했습니다.

 

軍卒人告於丞相 丞相曰

군졸인고어승상 승상왈

 

군졸이 승상에게 고하니 승상이 말했다.

 

“是必春雲欲觀光而來矣 行色何其太簡耶?”

“시필춘운욕관광이래의 행색하기태간야?”

 

“이는 필시 춘운이 관광온 것이니

행색이 어찌 그리 간편한가?”

 

卽招入 兩女子捲珠箔自車中而出 在前者沈裊烟

즉초입 양여자권주박자거중이출 재전자심뇨연

 

곧 불러들이니 두 여자가

주렴을 걷고 차에서 나왔는데

앞에는 심요연이고

 

在後者宛是夢中所見之洞庭龍女也

재후자완시몽중소견지동정용녀야

 

뒤에는 완연히 꿈속에서 만났던 동정용녀 백능파였다.

 

兩人俱進 丞相座下 叩頭拜謁

양인구진 승상좌하 고두배알

 

두 사람이 함께 승상 자리 아래에 나아가 머리 숙여 배알하니

 

丞相指越王而言曰 “此越王殿下也 汝輩以禮拜謁之.”

승상지월왕이언왈 “차월왕전하야 여배이예배알지.”

 

승상이 월왕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분은 월왕전하이시니 너흐는 예를 갖춰 배알하라.”

 

兩人禮畢 丞相賜坐 使與鴻月同坐.

양인예필 승상사좌 사여홍월동좌.

 

두 여인이 예를 마친 후, 승상이 자리를 주어

경홍 섬월과 같은 자리에 앉게 했다.

 

丞相謂王曰 “彼兩人征伐西蕃時所得也

승상위왕왈 “피양인정벌서번시소득야

 

승상이 왕에게 말했다.

저 두 여인은 서번을 정벌할 때에 만났습니다.

 

近緣多事 未及率來 必聞少游與大王同樂

근연다사 미급솔래 필문소유여대왕동락

 

근래 다사하여 데려오지 못했었는데

반드시 소유와 대왕이 동락함을 듣고

 

欲觀盛擧而至矣.”

욕관성거이지의.”

 

성대한 놀이를 구경코자 이르렀나이다.”

 

王更見兩人 其色與鴻月雁行

왕갱견양인 기색여홍월안항

 

왕이 다시 두 사람을 보니

그 미색이 경홍 섬월과 형제 같았으며

 

而縹緲之態 超越之氣 似加一節矣 王大異之.

이표묘지태 초월지기 사가일절의 왕대이지.

 

그윽한 태도와 뛰어난 기색은

한 단계 위여서 왕이 크게 기이해했고

 

越宮美人 亦皆顔如灰色矣.

월궁미인 역개안여회색의.

 

월궁미인들 또한 모두 안색이 잿빛이었다.

 

王問曰 “兩娘何姓名也? 何地人也?”

왕문왈 “양낭하성명야? 하지인야?”

 

왕이 물었다.

“두 낭자는 성명은 무엇이며 어느 지역 출신인가?”

 

一人對曰 “小妾裊烟 姓沈氏 西潦州人也.”

일인대왈 “소첩뇨연 성심씨 서료주인야.”

 

한 사람이 대꾸했다.

“소첩 요연은 성이 심씨이고 서요주사람입니다.”

 

一人又對曰 “小妾凌波 姓白氏 曾居瀟湘之間

일인우대왈 “소첩능파 성백씨 증거소상지간

 

또 한 사람이 대꾸했다.

“소첩 능파는 성이 백씨이고

일찍이 소수 상수 사이에 살았습니다.

 

不幸遭變 避地西邊 今從相公而來耳.”

불행조변 피지서변 금종상공이래이.”

 

불행히 변란을 만나 서변으로 피난가

이제 상공을 따라왔나이다.”

王曰 “兩娘子非地上人也 能解管絃否?”

왕왈 “양낭자비지상인야 능해관현부?”

왕이 말했다.

“두 낭자는 지상사람이 아니로다.

관현악을 연주할 줄 아는가?”

 

裊烟對曰 “小妾塞外賤妾也 未嘗聞絲竹之聲

뇨연대왈 “소첩새외천첩야 미상문사죽지성

 

요연이 응대했다.

“소첩은 변방의 천첩입니다.

일찍이 관현악 소리를 들은 적이 없으니

 

將以何技以娛大王乎?

장이하기이오대왕호?

 

무슨 장기로 대왕을 즐겁게 하리이까?”

 

但兒時多事 浪學劍舞

단아시다사 낭학검무

 

다만 어릴 적 다사하여대충 검무를 배웠으나

 

而此乃軍中之戱 恐非貴人所可見也.”

이차내군중지희 공비귀인소가견야.”

 

이는 군중의 놀이로 귀인이 보실 만한 것이 못 될까 합니다.”

 

王大喜 謂丞相曰

왕대희 위승상왈

 

왕이 크게 기뻐하여 승상에게 말했다.

 

“玄宗朝公孫大娘 劍舞名於天下 其後此曲遂絶

“현종조공손대낭 검무명어천하 기후차곡수절

 

“현종 때에 공손대랑의 검무가 천하에 이름을 떨치다가

그후 이곡이 드디어 단절되어

 

不傳於世 我每咏杜子美詩 而恨不及一快覩也

부전어세 아매영두자미시 이한불급일쾌도야

 

세상에 전하지 않아 내가 매양 부보 시를 읊을 때면

내가 한 번 보지 못함을 한했는데

 

此娘子能解劍舞 快莫甚焉.”

차낭자능해검무 쾌막심언.”

 

이 낭자가 검무를 할 줄 안다니

유쾌함이 매우 크도다.”

 

/434

與丞相各解贈所佩之劍 裊烟捲袖解帶 舞一曲於金鑾之上

여승상각해증소패지검 뇨연권수해대 무일곡어금란지상

 

월왕은 승상과 허리에 찬 검을 풀어 주니

요연은 소매를 걷어붙이고 띠를 풀고

수레 위에서 한 곡조를 추니

 

倏閃揮㸌 縱橫頓挫 紅粧白刃 炫幻一色

숙섬휘㸌 종횡돈좌 홍장백인 현환일색

 

홀연 섬광이 번뜩이고 종횡으로 뛰놀아

붉은 화장과 흰 칼날이 한 빛으로 번쩍이니

 

若三月飛雪亂灑於桃花叢上.

약삼월비설란쇄어도화총상.

 

삼월에 날리는 눈이

복사꽃 떨기에 어지럽게 뿌려지는 것 같았다.

 

俄而 舞袖轉急 劍鋒愈疾 霜雪之色 忽滿帳中

아이 무수전급 검봉유질 상설지색 홀만장중

 

이윽고 춤추는 소매가 더욱 급하고 칼끝이 더욱 빨라져

서릿발과 눈빛이 장막 안에 가득하더니

 

裊烟一身不復見矣!

뇨연일신불부견의!

 

요연의 한 몸이 다시 보이지 않았다.

 

忽有一丈靑虹 橫亘天衢

홀유일장청홍 횡긍천구

 

홀연 한 가닥 푸른 무지개가 하늘에 뻗치며

 

颯颯寒飇 自動於樽俎之間 座中皆骨冷 而髮竦矣.

삽삽한표 자동어준조지간 좌중개골냉 이발송의.

 

삽상한 차 회오리바람이 절로 술병과 도마 사이를 스치니

좌중이 모두 뼛속까지 한기를 느껴 모골이 송연하더라.

 

裊烟欲盡其所學之術 恐驚動越王 乃罷舞擲劍 再拜而退.

뇨연욕진기소학지술 공경동월왕 내파무척검 재배이퇴.

 

요연이 배운 술법을 다하고자 했으나

월왕을 놀라게 할까 저어하여

검무를 파하고 칼을 던지고 재배하고 물러났다.

 

王久乃定神 謂裊烟曰

왕구내정신 위뇨연왈

 

월왕이 한참만에 정신을 차리고 요연에게 물었다.

 

“世人劍舞 何能臻此神妙之境?

“세인검무 하능진차신묘지경?

 

“세인의 검무가

어찌 이 신묘한 경지에 이를 수 있으리오?

 

我聞仙人多能劍術 娘子得非其人乎?”

아문선인다능검술 낭자득비기인호?”

 

내가 선인들은 검술에 능숙하다 들었는데

낭자는 능히 그 사람이 아닌가?”

 

裊烟曰 “西方風俗 以兵器作戱 故妾童稚之年

뇨연왈 “서방풍속 이병기작희 고첩동치지년

 

요연이 답했다.

“서방 풍속에 병기를 희롱하므로 첩이 어린 나이에

 

雖或學習 豈有仙人之奇術乎?”

수혹학습 기유선인지기술호?”

 

혹 배워 익혔을지라도

어찌 선인의 기이한 기술이 있으리오?”

 

王曰 “我還宮中 當擇美人中便捷善舞者而送之

왕왈 “아환궁중 당택미인중편첩선무자이송지

 

왕이 말했다.

“내가 궁중에 돌아가 마땅히 미인 중

민첩하고 춤에 능한 자를 뽑아 보낼 테니

 

望娘子勿憚敎掖之勞.”

망낭자물탄교액지로.”

 

낭자는 직접 가르치는 수고를 기탄하지 말기를 바라노라.”

 

裊烟拜而受命 王又問於凌波曰

뇨연배이수명 왕우문어능파왈

 

요연은 절하고 왕명을 받았다.

왕은 또 능파에게 물었다.

 

“娘子有何才乎?”

“낭자유하재호?”

 

“낭자는 무슨 재주가 있느뇨?”

 

凌波曰 “妾家舊在湘水之上 湘水卽皇英所遊之處也.

능파왈 “첩가구재상수지상 상수즉황영소유지처야.

 

능파가 답했다.

“첩의 집은 옛날 상수 가에 있었는데

상수는 곧 아황 여영이 놀던 곳입니다.

 

有時乎天高夜靜 月明風淸

유시호천고야정 월명풍청

 

때로는 가을날 고요한 밤에 달 밝고 바람이 맑으면

 

則寶瑟之聲 尙在於雲宵間

즉보슬지성 상재어운소간

 

비파소리가 여태 구름 사이에 있었으므로

 

故妾自兒時 做其聲音 自彈自樂而已

고첩자아시 주기성음 자탄자락이이

 

첩은 어릴 때부터 그 소리를 본떠

혼자서 뜯고 즐길 뿐이었는데

 

而恐不合於貴人之耳也.”

이공불합어귀인지이야.”

 

귀인의 귀에 맞지 않을까 두렵습니다.”

 

王曰 “雖因古人詩句 知相妃之能彈琵琶

왕왈 “수인고인시구 지상비지능탄비파

 

왕이 말했다.

“고인의 시구를 인연하여

아왕 여영이 비파를 타는 데 능한 줄은 알지만

 

而未聞其曲流傳於世人也

이미문기곡유전어세인야

 

그 곡조가 세상 사람들에게 유전한 줄은 알지 못했도다.

 

娘子若能傳得此曲 啁啾俗樂 何足聆乎?”

낭자약능전득차곡 조추속악 하족영호?”

 

낭자가 능히 이 곡조를 전할 수 있다면

알량한 속악을 어찌 들으리오?”

 

凌波自袖中出二十五弦 輒彈一曲 哀怨淸切

능파자수중출이십오현 첩탄일곡 애원청절

 

능파가 소매 속에서 이십오현금을 꺼집어 내어

문득 한 곡조 타니 애절하고 맑아서

 

水落三峽 雁號長天 四座忽凄然下淚

수락삼협 안호장천 사좌홀처연하루

 

물이 삼협에 떨어지고

기러기가 먼 하늘에서 우는 듯하여

주위의 모든 이들이 문득 슬퍼서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가 없었는데

 

而已千林自振 秋聲乍動 枝上病葉 紛紛亂墜.

이이천림자진 추성사동 지상병엽 분분난추.

 

이미 온갖 수풀이 절로 흔들리며

가을 소리가 잠시 나더니

나뭇가지의 누렇게 변한 잎들이

어지럽게 날려 떨어졌다.

 

越王大異之曰 “吾不信人間曲律 能回天地造化之權

월왕대이지왈 “오불신인간곡률 능회천지조화지권

 

월왕은크게 이상히 여겼다.

“인간의 음률이 능히 천지조화의 권능을 바꾼다는 말을

내가 믿지 아니하였는데

 

娘若人間之人 則何能使發育之春爲秋

낭약인간지인 칙하능사발육지춘위추

 

낭자가 인간세상의 사람이라면

어찌 발육하는 봄을 가을이 되게 할 수 있으며

 

使敷榮之葉自零也 俗人亦可學此曲乎?”

사부영지엽자영야 속인역가학차곡호?”

 

뻗어나는 잎을 절로 떨어지게 할 수 있는가?

속인들도 또한 이 곡조를 배울 수 있는가?”

 

凌波曰 “妾惟傳古曲之糟粕而已

능파왈 “첩유전고곡지조박이이

 

능파가 답했다.

“첩은 옛 곡조의 남은 걸 전했을 뿐이온데

 

有何神妙之術 而不可學乎?”

유하신묘지술 이불가학호?”

 

무슨 신묘한 기술이 있어 배울 수 없겠습니까?”

 

萬玉燕告於王曰

만옥연고어왕왈

 

만옥연이 월왕께 아뢰었다.

 

 

“妾雖不才 以平日所習之樂 試奏白蓮曲矣.”

“첩수부재 이평일소습지락 시주백련곡의.”

 

첩이 비록 재주는 없사오나 평소 익힌 음악으로

시험삼아 백련곡을 아뢰겠나이다.

 

斜抱秦箏 進於席前 以纖葱拂絃 能奏二十五絃之聲

사포진쟁 진어석전 이섬총불현 능주이십오현지성

 

진나라의 비파를 비스듬히 안고 자리 앞에 나아가

줄을 고르는데 능히 스물다섯 가지 소리를 내며

 

運指之法 淸高流動 殊可聽也.

운지지법 청고유동 수가청야.

 

손 놀리는 법이 맑고 고아하게 움직여

특별히 들을 만했다.

 

丞相乃鴻月兩人極稱之 越王甚悅.

승상내홍월양인극칭之 월왕심열.

 

양승상과 경홍, 섬월 두 사람도 극히 칭찬하였으며

월왕도 심히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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