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鴻月大驚曰: “兩部敎坊猶未下令,

홍월대경왈 양부교방유미하령

경홍과 홍월이 크게 놀라며 말하기를,

“동서 양부의 교방敎坊에 아직도 영을 내리지 못하였는데,

勢已急矣可奈何哉?”

세이급의가나하재

사세事勢기 이미 급하니 어찌할 수 있을꼬?”

卽召頭妓而言曰: “明日丞相與越王, 約會於樂遊原,

즉소두기이언왈 명일승상여월왕 약회어락유원

곧 우두머리 기생을 불러 말하기를,

“내일 상공이 월왕과 더불어

낙유원樂遊原에 모이기로 언약하셨으니,

兩部諸妓須持樂器飾新粧, 明曉陪丞相行矣.”

양부제기수지악기식신장 명효배승상행의

양부의 모든 기생들은 각자 악기를 가지고

새 단장을 하여 내일 새벽에 승상을 모시고 갈지어다.”

八百妓女一時聞令, 皆理容畵眉執器習樂,

팔백기녀일시문령 개리용화미집기습악

팔백 명의 기생이 일시에 명을 받고

얼굴 치장을 하며 눈썹을 그리고 악기를 잡아 음악을 연습하면서

爲明日計矣.

위명일계의

내일 일을 준비하였다.

翌曉天明丞相早起, 着戎服佩弧矢,

익효천명승상조기 착융복패호시

이튿날 새벽에 날이 밝자 승상은 일찍 일어나

융복戎服을 입고 활과 살을 차고서

乘雪色千里崇山馬, 發獵士三千人擁向城南.

승설색천리숭산마 발렵사삼천인옹향성남

눈빛같이 흰 천리 숭산마崇山馬를 타고

사냥꾼 3천명을 불러 호위케 하며 성문 밖 남쪽으로 향하였다.

蟾月驚鴻彫金鏤玉 綴花裁葉,

섬월경홍조금루옥 철화재엽

섬월과 경홍의 의복치장은 금과 옥을 아로새기고

꽃을 수놓아 입새를 그렸으며,

各率部妓結束隨行,

각솔부기결속수행

각기 부하 기생들을 거느리고 결속結束하고 수행하는데,

幷乘五花之馬, 跨金鞍躡銀鐙,

병승오화지마 과금안섭은등

오화마五花馬 금안장에 걸터앉아

은으로 만든 등자鐙子를 디디고 나란히 올라타고

橫拖珊瑚之鞭, 輕攬瑣珠之轡, 昵隨丞相之後.

횡타산호지편 경람쇄주지비 닐수승상지후

산호珊瑚 채찍을 비껴들어 구슬 고삐를 느슨하게 잡고,

승상의 뒤를 가까이 따랐다.

八百紅粧 皆乘駿驄, 擁鴻月左右而去,

팔백홍장 개승준총 옹홍월좌우이거

팔백 명의 기생들도 단장을 예쁘게 하고

모두 준총駿驄을 잡아타고서

적경홍과 계섬월을 빙 둘러 좌우로 호위하며 나아가다가,

中路逢越王, 越王軍容女樂, 足與丞相之行幷駕矣.

중로봉월왕 월왕군용녀악 족여승상지행병가의

도중에 월왕을 만났는데

군의 장비와 여악女樂은 족히 승상의 행차와 더불어 맞먹을 정도였다.

越王與丞相幷鑣而行 問於丞相曰:

월왕여승상병표이행 문어승상왈

월왕과 승상은 서로 말머리를 가지런히 하여 나아가는데,

월왕이 승상에게 묻기를,

“丞相所騎之馬何國之種也?”

승상소기지마하국지종야

“승상이 타신 말은 어느 나라의 종자이니까?”

丞相曰: “出於大宛國也.

승상왈 출어대완국야

승상이 대답하기를,

“대완국大宛國에서 났나이다.

大王之馬亦似宛種也.”

대왕지마역사완종야

대왕께서 타신 말도 또한 완종宛種인 듯하니이다.”

越王曰: “然. 此馬之名千里浮雲驄,

월왕왈 연 차마지명천리부운총

월왕이 말하기를,

“그렇소이다. 이 말 이름은 천리 부운총千里浮雲驄인데,

去年秋陪天子獵於上林, 天廐萬馬皆追風逸足,

거년추배천자렵어상림 천구만마개추풍일족

작년 가을에 천자를 모시고 상림원上林苑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나라 마구간에 있는 만여 필의 말이 모두 바람을 박차며 빨리 달렸지만,

而無追及於此者, 卽今張駙馬之桃花驄,

이무추급어차자 즉금장부마지도화총

이 말을 따라가지 못하였고,

지금 장부마張駙馬의 도화총桃花驄

李將軍之烏騅馬皆稱龍種, 而比此馬皆駑駘也.”

리장군지오추마개칭룡종 이비차마개노태야

이장군李將軍의 오추마烏騅馬를 모두 용마龍馬라 부르지만,

이 말에 비하면 모두 느리고 둔하였나이다.”

丞相曰: “去年討蕃國時

승상왈 거년토번국시

승상이 말하기를,

“지난 해 번국蕃國을 칠 때

深險之水, 嶄截之壁 人不能着足,

심험지수 참절지벽 인불능착족

깊고 험한 물과 높고 가파른 벼랑에

사람은 도저히 발을 붙일 수 없었는데,

而此馬如踏平地未嘗一蹶,

이차마여답평지미상일궐

이 말은 그곳을 평지 밟듯 하여 한 번도 실족함이 없었으니,

少游之成功實賴此馬之力,

소유지성공실뢰차마지력

소유의 공을 이룬 것이 실로 이 말의 힘을 입은 것인즉,

杜子美所謂與人一心成大功者非耶?

두자미소위흥인일심성대공자비야

두보의 이른바

‘사람과 더불어 일심이 되어 큰 공을 이룬다.’함이 아니리까?

少游班師之後, 爵品驟崇職務亦閑,

소유반사지후 작품취숭직무역한

소유가 군사를 돌이킨 후에

작품爵品이 높아지고 직무가 또한 한가해져서

穩崇平轎緩行坦途, 人與馬俱欲生病矣,

온숭평교완행탄도 인여마구욕생병의

편히 평교자平轎子를 타고 평탄한 길을 서서히 다니게 되니

사람과 말이 모두 병이 나려 한즉,

請與大王揮鞭一馳, 較健馬之快步,

청여대왕휘편일치 교건마지쾌보

대왕과 더불어 채찍을 휘둘러 한 번 다투어 달려서

건마健馬의 빠른 걸음을 견주며,

試舊將之餘勇.”

시구장지여용

옛 장수의 나머지 용맹을 시험해 보기를 청하나이다.”

越王大喜曰: “亦吾意也.”

월왕대희왈 역오의야

월왕이 크게 기뻐하며 말하기를,

“그것 또한 나의 생각이로다!”

遂分付於侍子, 使兩家賓客及女樂,

수분부어시자 사양가빈객급녀악

드디어 시중드는 자에게 분부를 내려

양가의 손님들과 여악女樂들을

歸待於幕次, 正欲擧鞭策馬矣,

귀대어막차 정욕거편책마의

막차幕次에 돌아가 기다리게 하고,

채찍을 들어 말을 치려 할 즈음,

適有大鹿爲獵車所逐,

적유대록위렵거소축

마침 큰 사슴 한 마리가 사냥꾼에게 쫓겨

掠過越王之前, 王使馬前壯士射之,

략과월왕지전 왕사마전장사사지

월왕 앞을 지나치기에

왕이 말 앞의 장사를 시켜 쏘게 하였는데,

於是衆矢齊發皆不能中, 大王怒躍馬而出,

어시중시제발개불능중 대왕로약마이출

여러 장사들이 일시에 활을 당기었으나 모두 맞히지 못하였므로

왕이 무척 노하여 말을 채쳐 나아가며

以一矢射其左脅而殪之, 衆軍皆呼千歲.

이일시사기좌협이에지 중군개호천세

화살 하나로 그 옆구리를 맞히어 거꾸러뜨리니

모든 군사가 일제히 천세千歲를 외쳤다.

丞相稱之曰: “大王神弓無異汝陽王也.”

승상칭지왈 대왕신궁무리여양왕야

승상이 칭찬하기를,

“대왕의 신궁神弓은 여양왕汝陽王과 다름이 없나이다.”

王曰: “小技何足稱哉?

왕왈 소기하족칭재

왕이 말하기를,

“적은 재주를 어찌 그토록 칭찬하리오?

我欲見丞相射法亦可試否?”

아욕견승상사법역가시부

내 승상의 활 쏘는 법을 보고 싶은데 또한 시험 해 줄 수 있겠소?”

言未訖 天鴉一雙適自雲間飛來, 諸軍皆曰:

언미흘 천아일쌍적자운간비래 제군개왈

미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니 한 쌍이 마침 구름 사이로부터 날아왔는데,

모든 군사들이 말하기를,

“此禽最難射也, 宜用海東靑也.”

차금최난사야 의용해동청야

“저 새는 가장 맞히기 어려운지라,

마땅히 해동청海東靑[금으로 만든 빠른 화살]을 쓸지어다.”

丞相笑曰: “汝姑勿放.”

승상소왈 여고물방

승상이 웃으며 말하기를,

“아직 서두르지 말지어다!”

卽抽箭飜身, 仰射中鴉左目 而墜於馬前,

즉추전번신 앙사중아좌목이추어마전

곧 허리 사이에서 금비전金鞞箭[금으로 꾸민 빠른 화살]을 뽑아내어

몸을 위로 하고 높은 곳을 향해 쏘아 고니의 왼쪽 눈을 맞혀서

말 앞에 떨어지게 하니,

越王大贊曰: “丞相妙手 今之養由基也.”

월왕대찬왈 승상묘수 금지양유기야

월왕이 크게 칭찬하기를,

“승상의 묘한 수는 이제 양유기養由基라!”

兩人遂揮鞭一哨, 兩馬齊出 星流電邁 神行鬼閃,

양인수휘편일초 양마제출 성류전매 신행귀섬

양인이 드디어 채찍을 한번 휘두르니

두 말이 일제히 나와서

별같이 흐르며 번개같이 힘써 나아가고 귀신같이 번득이어

瞬息之間已涉大野 而登高丘矣.

순식지간이섭대야 이등고구의

순식간에 너른 벌판을 가로 질러 높은 언덕에 올랐다.

按轡幷立 周覽山川 領略風景,

안비병립 주람산천 령략풍경

두 사람은 고삐를 당겨 나란히 서서

산천의 경개를 둘러보고 풍경을 대략 살펴보더니

仍論射法劍術 娓娓不止. [亹亹不止:임명덕본.]

잉론사법검술 미미부지

이내 활 쏘는 법과 검술을 논의하는데

그 대화가 길어져 그치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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