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公主見畢謂丞相曰: “相公知越王之意乎?”
공주견필위승상왈 상공지월왕지의호
공주가 글월을 보고난 다음 승상에게 말하기를,
“상공은 월왕의 생각을 아시나이까?”
丞相曰: “有何深意? 不過欲賞花柳之景也,
승상왈 유하심의 불과욕상화류지경야
승상이 이르기를.
“무슨 깊은 뜻이 있으리오?
화류花柳의 경치를 완상玩賞하려는 것에 불과한즉,
此固遊閑公子風流事也.”
차고유한공자풍류사야
이것은 진실로 유한공자遊閑公子다운 풍류로다!”
公主曰: “相公獨未盡知也.
공주왈 상공독미진지야
공주가 말하기를,
“상공 혼자만이 아직 충분히 알지 못하고 계시나이다.
此兄所好者惟美色風樂,
차형소호자유미색풍악
오라버니가 좋아하는 바는 오직 미색美色과 풍악인데,
其宮中絶色佳人非一二, 而近聞所得寵姬,
기궁중절색가인비일이 이근문소득총희
그 궁중에 절색가인絶色佳人이 한둘이 아니려니와
요사이 들리는 바로는 총첩寵妾을 얻었는데
卽武昌名妓玉燕也.
즉무창명기옥연야
무창武昌의 명기로 꼽히는 옥연玉燕이라 하나이다.
越宮美人自見玉燕 魂喪魄褫, 以無鹽嫫母自處,
월궁미인자견옥연 혼상백치 이무염모모자처
월궁의 미인이 옥연을 보고는 혼이 빠지고 넋을 잃어
스스로 무염無鹽과 모모嫫母와 같이 아리땁지 못한 여자로 자처한다 하오니,
可知其才與貌獨步於一代也.
가지기재여모독보어일대야
그의 재주와 용모가 세상에 견줄 바 없음을 짐작할 수 있나이다.
越王兄聞吾宮中多美人,
월왕형문오궁중다미인
월왕 오라버니가 우리 궁중에 미인이 많음을 듣고,
欲效王愷石崇之相較也.”
욕효왕개석숭지상교야
아마도 왕개王愷와 석숭石崇의 서로 비교함을 본받고자 하는 것 같소이다.”
丞相笑曰: “我果泛見矣.
승상소왈 아과범견의
승상이 웃으며 이르기를,
“내가 과연 범연히 보았도다.
公主先獲越王之心也.”
공주선획월왕지심야
공주가 먼저 월왕의 뜻을 알아 차렸도다.”
鄭夫人曰: “此雖一時遊戱之事, 不必見屈於人也.”
정부인왈 차수일시유희지사 불필견굴어인야
정부인이 말하기를,
“이것이 비록 한 때의 놀이지만,
남에게 지는 것은 안 되니라.”
目鴻月而謂之曰: “軍兵雖養之十年, 用之在一朝
목홍월이위지왈 군병수양지십년 용지재일조
정부인이 경홍과 섬월을 바라보며 말하기를,
“군사를 비록 10년 동안 길러도 쓰는 것은 짧은 순간의 일인데,
玆事勝負, 都在於兩敎師掌握中矣, 汝輩須努力焉.”
자사승부 도재어량교사장악중의 여배수노력언
이번 놀이의 승부는 오직 두 교사敎師의 손아귀에 달렸으니
그대들이 모름지기 힘쓸지어다.”
蟾月對曰: “賤妾恐不可敵也.
섬월대왈 천첩공불가적야
섬월이 대답하기를,
“천첩은 아무래도 대적할 수 없음을 두려워하나이다.
越國風樂擅於一國, 武昌玉燕鳴於九州,
월국풍악천어일국 무창옥연명어구주
월국越國의 풍악은 한나라를 진동하고,
무창武昌의 옥연玉燕은 구주九州에 그 이름이 떨쳤는데,
越王殿下旣有如此之風樂, 又有如此之美色,
월왕전하기유여차지풍악 우유여차지미색
월왕 전하께서 이미 이렇듯 풍악을 거느리고
또 이렇듯 미인을 두시고 있으니
此天下之强敵也,
차천하지강적야
이는 천하에 대적할 자가 없는 것으로,
妾等以偏師小卒, 紀律不明旗鼓不整,
첩등이편사소졸 기률불명기고부정
첩들은 작은 군대의 보잘 것 없는 병사들로서
기율紀律이 밝지 못하고 기본적인 요건도 갖추지 못하여
恐未及交鋒便生倒戈之心也.
공미급교봉변생도과지심야
싸우지도 않고 문득 도망치고자 하는 마음이 생길까 두렵나이다.
妾等之見笑不足關念, 而只恐貽羞於吾府中也.”
첩등지견소부족관념 이지공이수어오부중야
첩들이 비웃음을 받는 것은 마음에 두지 않사오나,
다만 우리 승상의 부중府中에 수치를 끼칠까 두려워하나이다.”
丞相曰: “我與蟾娘初遇於洛陽也,
승상왈 아여섬낭초우어락양야
승상이 말하기를,
“내가 섬낭과 낙양에서 처음 만났을 때
蟾娘稱有靑樓三絶色而玉燕, 亦在其中矣必此人也.
섬낭칭유청루삼절색이옥연 역재기중의필차인야
섬낭이 ‘청루靑樓에 삼절색이 있다.’고 일렀는데,
옥연도 또한 그 가운데 있거늘 필연 이 사람이로다.
然靑樓絶色只有三人, 而今我已得伏龍鳳雛,
연청루절색지유삼인 이금아이득복룡봉추
그러나 청루의 절색은 다만 세 사람만이 있을 뿐,
이제 나는 복룡伏龍[제갈량]과 봉추鳳雛[방통]을 얻었으니,
何畏項羽之一范增乎?”
하외항우지일범증호
어찌 항우項羽가 얻은 일개 범증范增 따위를 두려워하리오?”
公主曰: “越王姬妾中美色, 非獨一玉燕也.”
공주왈 월왕희첩중미색 비독일옥연야
공주가 말하기를,
“월왕의 총애하는 첩 중에 미색을 지닌 자가
비단 옥연 혼자뿐만 아니나이다.”
蟾月曰: “越宮中粉其腮而臙其頰者,
섬월왈 월궁중분기시이연기협자
섬월이 말하기를,
“그러면 월궁 속에서 볼에 분을 바르고 뺨에 연지를 바른 자가
無非八公山草木也, 有走而已 吾何敢當哉?
무비팔공산초목야 유주이이 오하감당재
팔공산八公山의 초목이 아닌 것이 없으니
오직 도망갈 뿐인데,
우리가 어떻게 감히 당해 낼 수 있사오리까?
願娘娘問策於狄娘. 妾等膽弱聞此言,
원낭낭문책어적낭 첩등담약문차언
마마께서는 적낭狄娘에게 계책을 물어 보시길 바라나이다.
첩은 담약膽弱하여 이 말을 듣고는
便覺歌喉自廢, 恐不能唱曲也.”
변각가후자폐 공불능창곡야
문득 저절로 목이 막히어 노래를 부르려 하여도
한 곡조의 노래도 부르지 못할까 두렵나이다.”
驚鴻憤然曰: “蟾娘子此果眞說話耶?
경홍분연왈 섬낭자차과진설화야
경홍이 벌컥 성을 내면서 말하기를,
“섬낭자의 그 말이 과연 참말이뇨?
吾兩人橫行於關東七十餘州,
오량인횡행어관동칠십여주
우리 두 사람이 관동關東 70여주를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擅名之妓樂無不聽之, 鳴世之美色無不見之,
천명지기악무불청지 명세지미색무불견지
기악妓樂으로 이름을 드날리어 그것을 듣지 아니한 이가 없고
세상을 울리는 미색을 보지 아니한 이가 없을 정도로
此膝未曾屈也, 何可遽讓於玉燕乎?
차슬미증굴야 하가거양어옥연호
이 무릎을 남에게 꿇어 본 적이 없는데,
어찌 옥연에게 문득 그 자리를 사양하리오?
世有傾城傾國之漢宮夫人, 爲雲爲雨之楚臺神女,
세유경성경국지한궁부인 위운위우지초대신녀
세상에 경성경국傾城傾國하는 한궁 부인漢宮夫人과
구름도 되었다 비도 되었다 하는 무산巫山의 신녀神女가 있으면
或有一毫自歉之心, 不然彼玉燕何足憚哉?”
혹유일호자겸지심 불연피옥연하족탄재
혹시 적이 부끄러운 마음이 저절로 일려니와
저 옥연 따위를 어찌 꺼리리오?”
蟾月曰: “鴻娘發言何其太容易耶?
섬월왈 홍낭발언하기태용이야
섬월이 말하기를,
“홍낭자는 말을 어찌 그리 너무 쉽게 하뇨?
吾輩曾在關東, 所叅者大則太守方伯之宴,
오배증재관동 소참자대즉태수방백지연
우리들이 일찍이 관동에 있을 때
참석규모가 큰 것은 태수太守, 방백方伯의 잔치이고,
小則豪士俠客之會, 未遇强敵固其宜也,
소즉호사협객지회 미우강적고기의야
작은 것은 호기로운 선비와 협객俠客들 모임으로
강한 상대를 만나지 못한 것이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今越王殿下生長於大內萬玉叢中,
금월왕전하생장어대내만옥총중
이제 월왕 전하는 임금이 거처하는 곳에서 나서 자라
귀하신 사람들 사이에서
眼目甚高 評論太峻, 所謂觀泰山 而泛滄海者也,
안목심고 평론태준 소위관태산 이범창해자야
안목이 매우 높고 평론함이 무척 날카로우시니.
이른바 태산泰山을 보고 창해滄海에 떠 있는 자이니
丘垤之微涓流之細, 豈入於眼孔乎?
구질지미연류지세 기입어안공호
언덕에 있는 미미한 것, 작은 내에 졸졸 흘러 떠다니는 미세한 것들이
어찌 안중에 들어오리오?
此以孫吳而爲敵, 與賁育而鬪力,
차이손오이위적 여분육이투력
이는 손자孫子와 오자吳子를 적으로 삼고
분육賁育과 더불어 힘을 다투는 것으로
非庸將孺子所抗也, 况玉燕卽帷幄中張子房也,
비용장유자소항야 황옥연즉유악중장자방야
사리에 맞지 않아 장차 젖먹이 어린이에게나 항거할 바이로다.
하물며 옥연은 곧 유악帷幄 속의 장자방張子房이라,
能決勝於千里之外, 何可輕之?
능결승어천리지외 하가경지
천리 밖에서 승패를 내다 볼 수 있으니
어찌 그를 가벼이 여길 수 있으리이까?
今鴻娘徒爲趙括之大談, 吾見其必敗也.”
금홍낭도위조괄지대담 오견기필패야
이제 홍낭이 부질없게도 조괄趙括처럼 큰 소리를 치나
내 보기에는 반드시 패하리로다.”